찬사의 그늘에 묻혀있는 한글의 표음능력

한글날, 도대체 우리는 한글의 무엇을 기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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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실(truely00)등록 2013.10.09 19:43
올해는 23년만에 한글날이 공휴일로 부활하는 해인만큼 많은 행사와 발표가 있었다.
서울시는 공문서에 한글만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 발표했고, 서울시의원 72명이 '서울시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을 공동발의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또한 한글날 행사로는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한글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손글씨 관련 행사가 많았으며, 외국인들의 백일장도 있었다. 또한 한글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으나 K팝댄스, 태권도, 예절, 한옥마을, 창덕궁, 국립민속박물관 등의 키워드가 뉴스를 장식했다.

그런데 한글날은 '한글'의 날이지 '우리 말'이나 '우리 문화'의 날은 아니므로 조금 더 '한글'자체에 관한 관심이 더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포털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내용은 약간은 본질의 부각이 약한 듯하다.

최소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언론이 어떤 면에서 한글을 어떻게 인정하는지, 유네스코는 왜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했는지 우려먹고 또 우려먹어도 좋을 기사거리였는데 그런류의 기사는 별로 보이지 않고 우리끼리 별로 설득력도 없는 자화자찬식의 몇 줄만 보일 뿐이었다. 몇 년전 한참 동안 우리를 기쁘게 했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의 한글 수출에 관한 사건은 한번 더 기사화 되어야 했다. 그 사건은 한글의 표음능력을 증명한 대표적이고 실용적인 사례였는데 어떻게 진척이 되고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반성과 대안 등이 논의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는 영어선생으로써 한글의 표음능력을 활용하여 학습지도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읽고 발음하는 법만 먼저 잘 가르쳐 놓으면 나머지는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알파벳과 한글은 표음문자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 호환성이 높다. 물론 한글로 표기가 불편한 몇 개의 알파벳-F, V, th, 그리고 우리의 ㄹ소리인 L과 R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그 차이를 인식시키며 나름의 표시로 구별하므로 개인적으로는 불편함이 없다. 그 호환성을 대략 보면 아래와 그림과 같다.

한글과 알파벳의 호환성 보시다시피 한글과 알파벳의 호환성은 높습니다. 한글로 표기가 안되는 f와v가 있고, 정확치않지만 대략되는 l, r, th발음만 뭔가 표시를 해주고 몇개의 규칙만 외워주면 발음기호없이 영어를 읽고 정확히 발음하기가 쉽습니다. 영어읽고 발음하는 법도 한글과 마찬가지로 한나절이면 배웁니다. 둘 다 표음문자라 그렇습니다. ⓒ 김현실


버스= ㅂ+ㅓ+ㅅ= B+U+S = BUS
윈도우=우+이+ㄴ+ㄷ+ㅗ+우= W+I+N+D+O+W =WINDOW
위의 예처럼 한글과 알파벳의 표음능력은 호환성이 높다. 여기에 약간의 영어적인 규칙만 익히면 영어읽기는 한글만큼이나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우리세대에는 영어를 중학교에 가서야 알파벳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학교에서 알파벳만 대략 배우고 바로 문장이나 회화로 들어가버린다. 모든 교육이 읽는 능력 없이 어떻게 가능할 것 인가.
우리가 한글을 배우면 뜻을 몰라도 대략 읽고 쓸 줄 알게 되고 그것이 모든 학습의 근간이 된다. 이렇게 모르는 단어도 읽을 줄 알고 쓸 줄 아는 법이 파닉스 교육이다.  제대로 읽을 줄 안다는 것은 제대로 발음함을 의미한다. 그러니 당연히 미국 본토에서도 유치원2년 초등 2년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파닉스를 교육하는데 영어환경도 아닌 우리나라의 공교육에서는 아직도 파닉스를 가르치려는 본격적인 노력이 없다. 이 문제는 현장의 교사들 또한 계속 지적하는 문제이지만 엉뚱하게 몰입식 교육이니 뭐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교육으로 막대한 예산은 낭비되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이들의 교육의 기회가 훼손되고 있다.

영어 파닉스 교육의 중요점은 영어교육에 근본적으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한글의 표음능력을 활용하는 파닉스 교재도 상당수 있고 사교육에서는 활용도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좋은 방법의 확산에 방해가 되는 것이 인식의 부족이다. 영어를 교육하는데 한글을 사용하면 왠지 싸구려 가짜 같은 무조건적인 거부감이 그것이다. 영어파닉스 교육에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자전거의 보조바퀴 같은 역할일 뿐, 익숙해지면 떼내게 되는 도구라는 인식과 받아들임도 필요하다.

이제 영어양극화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뿐 아니라 사교육의 혜택이 닿지 못하는 도서산간지역의 학생들에게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국제교류는 이제 온라인을 통해 국경이 없다.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제사회에서의 언어장애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에 사는 누가 되었든 국제사회에 언어장애인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대학까지 십년 넘게 영어를 배우고도 제대로 발음하고 모르는 단어는 읽을 줄도 모르는 성인이 수두룩한 영어 교육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한글을 활용하는 영어 파닉스교육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아주 효율적이다. 우리에게 호흡처럼 쉬운 한글을 활용하니 가르치기도 쉽고 배우기도 쉽다. 모든 아이들이 적어도 읽는 법은 공교육에서 배워야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좋은 영어 컨텐츠와 글로벌세상으로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간 일부 전문가나 학자들이 한글의 표음능력을 영어 파닉스에 활용하자는 논문 등의 발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거기에 현재로서는 한글로 표기가 곤란한 몇 개의 알파벳은 한글의 고어에서 어떤 글자를 부활시킬 것인가를 놓고 한글관계자들의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조속히 이러한 움직임이 통합 정리되어 영어공교육이 회화보다 먼저 읽고 발음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방법으로 채택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내년의 한글날에는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에 관한 기사는 물론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한글의 세계최고의 표음능력에 관한 다양하고 즐거운 기사를 접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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