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강동원부터 '배감독'까지, 지금 부산에선 무슨 일이?

[BIFF] 12일 폐막 향해 달리는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중간점검...최다 관객 기록 세울까

13.10.10 13:36최종업데이트13.10.10 19:26
원고료로 응원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흘째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야외무대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사진/이선필|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의 전당을 개방한 지도 3년을 맞았다. 영화제의 전체 역사는 이제 18년째. 부산 남포동에서 시작한 이후 해운대 주변을 전전하다 영화제 및 부대행사를 위한 장소인 영화의 전당이 생기며 외적인 성장 또한 이뤄왔다. 제1회 행사 때 31개국 169편의 영화가 초청됐고, 18회를 맞은 올해 70개국 총 301편의 작품이 소개된 점만 봐도 단적으로 그 성장세를 알 수 있다

도약을 노리며 영화의 전당 시대를 꾸려가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현 시점에서 관객들은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3일 개막해 12일 폐막을 향해 달리고 있는 올해 영화제를 달군 이슈들과 함께 부산을 찾은 관객들의 반응을 전한다.

영화제보다 강동원?...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처'

무엇보다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큰 이슈 중 하나는 '강동원 논란'이다.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참여 여부로 강동원 측과 영화제 측이 대립각을 세운 것. 개막식이 있던 3일,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더 엑스>의 제작사 CJ CGV가 보도자료를 통해 강동원이 4일 예정된 <더 엑스> 관객과의 대화에 불참할 것임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강동원 측은 "레드카펫에 참석하지 않을 거면 영화제 자체에 오지 말라"고 주장했고, 영화제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문제는 영화제 측이 4일, CJ CGV 측이 5일 공식 해명에 나서며 일단락 됐다. 서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며, 결국 소통 과정에서 불거진 오해로 정리되는 모양새였다. 섣부른 언론 플레이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영화 <더 엑스> 관객과의 대화에서 배우 강동원이 입술을 굳게 다문채 생각에 잠겨 있다. ⓒ 이정민


문제 해결과는 별개로 이번 논란은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나 개막식을 진행해야했던 영화제 쪽에는 상처가 됐다. 이미 일파만파 퍼진 이슈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 여기에 대해 영화제 측은 사건 이후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홍보팀의 김정윤 팀장은 "단순히 배우와 영화제 조직의 힘겨루기로 비취진 면이 있는 게 아쉽다"며 "예전부터 CGV와 강동원 측, 그리고 영화제가 의견을 조율하면서 문제가 엉뚱하게 튄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논란이 일어난 게 개막식을 앞둔 날이었고 그때는 일단 수백 명의 게스트가 오는 개막식 진행이 중요했기에 적극 대응을 할 수 없었다"며 "이 과정에서 강동원 측의 입장만 확대·재생산 돼서 아쉽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일명 '< M > 사태'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이명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강동원·이연희·공효진 등이 출연한 < M > 기자회견 당시 협소한 장소와 의자 문제로 언론 및 배우들이 영화제에 성토했던 것. 당시 영화제에서는 공식 사과를 하며 추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남포동이냐, 영화의 전당이냐..."장소 관련 내부 논의 중"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테라스에서 '<김기덕 스타일 영화 만들기> 아주담담'이 열리고 있다. ⓒ 이정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3일 개막 이후 5일 만에 약 17만 명의 관객이 찾았다. 공식 통계가 아닌 티켓 예매 및 현장 판매를 기준으로 한 대략적 숫자지만, 2012년 제17회 때 총 관객이 22만 명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주초에 태풍이 상륙해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 추세라면 영화제가 끝나는 12일까지 22만 관객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영화제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부산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가족·연인 단위, 혹은 개인 방문 등으로 행사장을 채운 관객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부산영화제는 영화제의 발상지였던 남포동에도 여러 행사를 분배해 진행 중이었고, 해운대 역시 각종 무대 행사가 마련돼 있었다.

지난 주말, 취재를 위해 찾은 남포동 역시 사람들로 가득했다. 각종 부대시설이 자리를 잡은 해운대에 비해 협소한 남포동 쪽 행사는 복잡해보였다. 남포동 메가박스와 신영극장 사이에 마련된 비프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자원봉사자들은 무대 주위를 둘러쌌다. 영화제를 즐기는 시민과 광장을 지나가는 행인이 뒤섞였다.

지난 5일 부산 중구 남포동에 위치한 비프 광장을 찾은 관객들. 영화 <소녀> 출연배우들인 김시후, 김윤혜의 무대인사가 진행 준비 중이다. ⓒ 이선필


한 중년 부부는 "행사 진행에서 안내가 아쉽다"면서 "해운대 쪽에는 전광판도 있고 몇 시에 뭘 진행하는지 알기 쉬운데 남포동 쪽은 좀 불친절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다음 무대 인사가 몇 시인지 묻기도 했다. 또한 김은정(22)씨는 "영화의 전당 쪽은 화려한 여러 행사가 많은데, 영화제의 의미를 봤을 때 더 다양한 곳에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물론 영화제 자체를 즐기는 시민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나영아(23)씨는 "부산에서 행사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사람이 많고 복잡한 건 남포동이나 해운대나 똑같아서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남포동에 사는 원수종(26)씨는 "특별히 남포동 쪽 행사의 비중을 놓고 서운한 건 없다"며 "지나가다가 이런 행사들이 있으면 보곤 하는데 괜찮은 거 같다"고 말했다.

홍보팀의 김정윤 팀장은 해운대와 남포동 등의 행사 비중에 대해 "사실 영화제가 영화의 전당 시대를 맞으면서 전당 쪽으로 완전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김 팀장은 "해운대 쪽이 유동인구도 많고 바다라는 상징성이 있기에 야외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영화의 전당과도 가까워 진행에 유리하지만 남포동 쪽은 상대적으로 통제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남포동을 신경쓰고는 있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물리적 거리가 있어 빠른 처리가 어려운 고충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남포동 행사는 다소 늘어난 편이다. 작품 상영 숫자나 스타들의 무대 인사 비중도 늘었다. 중구청과 협의를 거치며 배분을 한 셈이지만 사실상 영화제 쪽에선 영화의 전당 쪽으로 행사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남포동 행사 진행에 있어선 (중구청과 해운대구청 간)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게스트들이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어서 내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인을 위한 행사 Vs. 연예인을 위한 행사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부산영화제의 행사가 영화인과 연예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진행된 에이판(APAN)로드 블루카펫 행사에는 배우 및 아이돌 스타가 대거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 그룹 엑소(EXO)가 블루카펫에 선 후 행사장을 벗어나자 수 많은 10대 팬이 자리를 함께 이탈해 펜스가 무너지고 행사장 일부가 크게 비는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현장을 찾은 연예계 관계자는 "영화에 출연하지도 않은 아이돌 가수를 왜 카펫에 서게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영화인을 위한 자리가 변질되는 거 같아 아쉽다"는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이런 사건은 영화제 측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에이판로드 행사의 경우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주관하기 때문이다. 영화제도 주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 행사의 출연자 섭외나 진행 등은 매니지먼트협회에서 이끌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영화제 측은 "출연자 명단을 미리 받긴 하지만 매니지먼트협회 쪽에서 핫한 스타를 껴 넣기도 한다"며 "향후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흘째인 5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비프빌리지에서 영화 <더 파이브>의 배우 온주완이 배우 김선아와 팬들을 위해 인증샷을 찍어주고 있다. ⓒ 이정민


문제점만 나열한 것처럼 보이지만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면 영화제 측이 노력한 흔적이 드러난다. 특히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 70여 편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큰 기회였다. 지난해 유지태, 윤은혜에 이어 올해 배우 박중훈, 하정우, 추상미 등이 이른바 '배감독'(배우와 감독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이를 말하는 단어)으로 부산을 찾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여러모로 즐길 거리는 많아진 셈이다.

또한 올해 영화제는 관객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모양새를 취했다. 영화제 측은 지난해 영화의 전당 1층을 게스트 전용라운지로 운영했지만 올해는 일반 관객에게 개방했다.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1층 곳곳의 출입구를 막았던 작년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관객들은 여러 곳에 마련된 휴식 코너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영화제 측은 <오마이스타>에 "국제영화제로서의 모습을 당당하게 세울 수 있게 더 알차게 채워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영화의 전당 시대 3년을 지나며 운영의 노하우를 쌓고, 관객의 의견 수렴에 더욱 적극적인 영화제를 기대해본다. 

부산국제영화제 강동원 EXO 박중훈 남포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