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90%가 종북... 해돌이, 자네가 필요하네

<천안함 프로젝트>를 보고, <해돌이 대모험>을 떠올리다

등록 2013.10.12 19:06수정 2013.10.12 19:06
7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해돌이, 나의 오랜 벗에게


15년 만에 맞이하는 가을 태풍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니, 새벽 담을 넘는 손님처럼 조용히 빠져나갔다 하네. 조석으로 기온차가 변화무쌍한데 자넨 별고 없으신가?

자네를 알게 된 지도 언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구먼. 처음 자네를 만나던 그 순간이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변치 않고 오히려 또렷해지는 건, 그만큼 자네라는 존재가 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그날이 내 인생 최대의 격정과 기쁨이 공존했던 날이기 때문이라네.

자네와의 만남 이후 난 평양냉면을 입에 대지 않았네

a  해돌이 대모험 포스터

해돌이 대모험 포스터 ⓒ 남양기획

아마, 1981년의 어느 날이었겠지. 내 나이 일곱. 그 당시만 해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어서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건 대기업 자제들이나 가능한 일이었고, 우리 같은 하층민들은 일일공부라는 학습지를 통해 선행 학습을 받고 있었지.

안 해본 것 없다는 어느 각하의 말처럼 해본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매일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지. 특히 나이 일곱의 미취학 아동에게는 회가 동하는 보상이 있거나 사랑의 매가 없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자네도 알지 않는가?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모친 몰래 숨겨 놓은 일일 학습지가 이 주일치 분량쯤 되었고, 완전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 것. 결국엔 발각되고 말았다네.


모친의 현명함은 여기서 빛이 나는데, 육체적 타작을 즐겨하는 여타의 모친들과는 달리 당근의 활용법을 빠삭하게 알고 계신 분이셨지. 밀린 과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바로 자네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신 것이네. 전신주마다 붙어 있는 자네의 변신한 모습은 어린 나의 가슴에 불을 지폈지. 하루 밤을 꼬박 새워 과제를 청산하고, 그 다음 날 사촌누나의 손목을 부여잡고는 바로 극장으로 향했다네. 그리고 자네와의 만남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이루어진 것이지.

<해돌이 대모험> 줄거리
주인공 해돌이는 매일밤 하느님에게 납북된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기도하는 소년이다. 그런 기도가 하늘에 통했는지, 하늘나라에서 꼬마 천사 예삐가 내려온다. 예삐의 도움으로 투명인간이 되어 휴전선을 넘은 해돌이는 인민학교, 아오지 탄광을 비롯하여 북한의 실상을 몸소(맞아가면서) 체험한다. 그러나 개성의 소동으로 인해 이들을 주목하고 있던 북한 정치보위부는 해돌이의 아버지를 개성탄광으로 강제노동을 보내버린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탄광에 잠입한 해돌이와 예삐는 북한군, 아니 '북괴군'에게 포위당하고 만다. 이때 해돌이는 예삐의 초능력으로 거대화 헐크가 되어 북괴군의 전투기와 탱크를 무찌르는데….
아, 그 순간을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납북된 자네 부친을 찾기 위해 하늘나라 천사 예삐의 도움을 받아 휴전선을 넘는 장면에서 내 온몸은 전율했고, 고생 끝에 탄광에서 아버지를 찾았다가 북괴군에게 포위되었을 때, 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네. 그리고, 예삐의 마법으로 거대 녹색 괴물로 변신해 괴뢰군들을 무찌르는 장면에서, 난 주먹을 꽉 쥔 채 벌떡 일어나 외치고 말았지.


"나도 공산당이 싫어욧!"

그리고 예삐의 죽음. 이제와 고백컨대, 예삐는 내 첫사랑이었고 그녀의 죽음 이후 난 누굴 만나도 온전히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네.

삼십 년이 지나서 이렇게 나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해돌이, 자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요즘처럼 자네 생각이 간절할 때가 없기 때문일세. 일곱 살 어린 마음에 반공의 투지를 불 살라 놓고 홀연히 종적을 감춘 자네가 미치도록 그립다네. 자네와의 만남 이후 나는 여태껏 평양냉면, 함흥냉면은 입에 대지 않았고, 개성공단 물건은 쳐다보지도 않네. 하물며 아바이 순대는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자네는 나의 이런 반공의 열기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지.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하다가 어느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해병대 전우회 지부장을 맡아 교통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국가정보기관에서 특수 임무를 부여받아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하고 '히키코 모리'로 위장한 채 댓글 작업에만 전념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네. 그런 소문을 접할 때면 내 가슴은 찢겨져 나가는 것 같다네. 자네의 능력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것을….

섭씨 1000도에서 녹지 않는 유성매직, 북한 말고는...

a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 아우라픽쳐스


조금은 생뚱맞지만 자네에게 펜을 든 이유는, 요 며칠 전에 우연히 보게 된 영화 한 편 때문이라네.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제목부터 의심스런 공상 과학 영화인데, 이미 북괴의 어뢰 공격으로 판명된 사건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굳이 들춰내는 의도가 궁금하긴 하였네만, 막상 보고 나니 황당한 내용뿐이어서 눈과 귀를 세정하고 싶었다네.

대한민국 정부와 국방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고 발표하였고 명확한 증거까지 제시하였는데도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였는데 평소에 의심하고 있던 그놈들이 맞더군. 어뢰가 아니고서 그 커다란 배가 어떻게 두 동강이 날 것이며, 북한이 아니고서 어느 나라가 그런 최신식의 어뢰를 만들겠는가? 자네가 종적을 감춘 이후로 북한의 군사·통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대한민국의 전산망을 뒤흔들고, 언론사를 해킹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에게 직접 협박성 소포를 보낼 정도로 대담해지고 있다네. 농협에 큰 돈을 맡겨두었던 나도 그날은 정말 식겁해서 주거래 은행을 바꿀 정도였지.

a 국방부가 제시한 북한체 '1번' 지난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뒤 '결정적 증거물'이라며 공개한 어뢰 추진체 한 부분에 매직으로 '1번' 이라고 씌여져 있다.

국방부가 제시한 북한체 '1번' 지난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뒤 '결정적 증거물'이라며 공개한 어뢰 추진체 한 부분에 매직으로 '1번' 이라고 씌여져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그러한 북한에서 섭씨 1000도에서도 녹지 않는 유성 매직을 만든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네. 그 정도의 과학 기술력이면 좌초를 가장하기 위해 지반의 일부를 옮겨 놓았을 거라는 추측도 해보네만, 여하튼 천안함은 북한 말고는 생각의 여지가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세계 최강인 미 해군과의 군사합동훈련을 하던 기간 중에 유유자적 NLL을 넘어와 한발에 명중시키고 홀연히 사라지는 '깡다구'는 북한 말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네. 그러한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나를 비롯한 모범 애국 시민들은 호들갑을 떨거나 움츠러 들지 않았다네. 제 아무리 북한이 핵을 보유하더라도 우리에게는 해돌이 자네가 있지 않은가? 요즘 젊은 아이들이야 자네를 기억 못할지 몰라도 자네 한명이면 '어벤저스'가 트럭으로 와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네. 그렇기에 나는 자네가 하루 빨리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네.

얼마 전에 'RO'라는 거대 지하 조직이 내란 음모를 꾀하다가, 다행히 세계 최강의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레이다에 3년씩이나 걸려들어 일망타진된 일이 있었네. 극악무도한 반란의 무리들은 끊임없이 증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내란의 불씨를 품은 것만으로도 예전 같았으면 참수에 처하고, 삼족을 멸할 일이 아닌가? 300여 명이나 되는 특수 조직원들이 사제 총으로 중무장하고 국가 기간 시설을 파괴하려고 활개치고 다니는 세상이 나의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네. 그렇기에 자네가 하루 속히 나서야 하네. 사랑스런 예삐의 순교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조국을 지켜내야 하지 않겠는가?

절친 '똘이 장군'과 함께 어서 돌아와주게

자네가 복귀했을 때, 발 빠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내가 몇 가지 정보를 귀띔해줌세. 사실 이것 때문에 급히 펜을 든 것이라네. 점점 자네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대 상황이라고 판단이 들어, 소위 말하는 종북 세력이라는 작자들에 대해 내가 면밀히 조사하였다네. 이 서신은 극비 사항이니 읽고 나서 반드시 소각을 부탁하네.

종북 세력들의 특징 중 첫 번째는 호기심이 많다는 거라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늘상 의심하고, 반드시 토를 달곤 하지. 나랏일이야 윗분들께서 알아서 어련히 잘 해주실 거고, 국방은 군인들이 불철주야 지켜주고, 경제는 초일류기업들이 알아서 살려주니까 그저 주는 밥 챙겨먹으면 될 것을. 사사건건 시비 걸려고 아주 눈에 쌍심지를 키고 다니지. 주위를 둘러보면 특히 질문을 많이 하는 부류들이 있을 걸세. 보나마나 종북 세력이야, 암. 그렇고말고.

그치들의 두 번째 특징은, 자아도취가 심하다는 것일세. 도대체가 자기 분수를 모르고 나댄다네. 형식적으로 헌법에 명기한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이 말을 무기 삼아서 나라가 하는 일마다 간섭하려고 든다네. 지네들이 무슨 왕인 양 뻐기고 다니는 모습이 영 눈꼴사납네. 일개 노동자 따위가 근무 환경이니 임금 협상이니 상투 위에 올라 앉으려 하고, 파리 목숨보다 못한 비정규직들이 권리니 인권이니 어디서 주어들은 말 몇 마디 가지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다니지. 천한 종자들이 어디 가겠냐만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드네. 주위를 둘러보면 유독 불평, 불만이 많은 부류들이 있을 걸세. 백발백중 종북 세력이야. 암. 그렇고말고.

마지막으로 녀석들의 세 번째 특징은 가급적 떼로 다닌다는 걸세. 혼자서 활동하는 '독고다이' 녀석들도 존재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떼 지어 다니는 걸 좋아하지. 경찰 추산으로는 한 줌도 안 되는 녀석들이 패거리 좀 만들었다고,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서는. 쯧쯧. 더군다나 요즘은 행동 시간도 야간까지 확장해서 컴컴해지면 박쥐들 마냥 촛불 한 자루씩 들고 어디서들 그렇게 나온다네. 모기떼 마냥으로 아주 극성을 부리곤 하지. 주위를 둘러보면 삼삼오오 짝지어서 다니는 무리들을 보게 될 걸세. 의심의 여지없이 종북 세력이야. 암, 그렇고말고.

a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서울 시청광장에서 있던 촛불집회에 네 살짜리 막내와 함께 참가한 사진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서울 시청광장에서 있던 촛불집회에 네 살짜리 막내와 함께 참가한 사진 ⓒ 이정혁


위의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거의 확실한 나의 판단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90%가 종북 세력일 것으로 추측하네. 그 틈바구니에서 나처럼 투철한 반공의식을 가진 선량하고 순수한 10%의 애국 시민들이 힘겹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 그렇다고 쫄지는 않는다네. 모두들, 자네가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네. 우리처럼 지켜야 할 것도, 물려줄 것도 많은 이들은 더욱 더 똘똘 뭉쳐서 자네의 '리턴'을 기다리고 있다네.

이보게, 해돌이. 이제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내주게. 맨손으로 전투기를 때려잡고, 맨발로 소련제 '땡크'를 짓밟던 자네의 변신한 모습이 너무나도 그립다네. 부디 돌아와 주게, 내 오랜 벗이여. 자네만 믿고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는 그런 날을 하루 빨리 만들어 주게나. 자네를 위해 변신 후 의상도 특수 제작 해놨다네. 중요 부분은 충분히 가릴 수 있으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냉큼 돌아오게나. 가을바람이 제법 쌀쌀하다네. 겨울이 오기 전에 자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추신) 시국이 어수선하기도 하고, 자네 나이도 적지 않아서 혼자서는 힘에 부칠 수 있으니, 자네의 절친인 똘이장군에게 연락하여 함께 오게나. 자네 둘이 힘을 합친다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허허.
#해돌이 대모험 #천안함 프로젝트 #종북 세력
댓글70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검찰 유도신문' 녹음 파일 통했나... "최재영 청탁금지법 기소" 결론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