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아이유는 왜 제2의 '좋은 날' 택하지 않았을까

[음반리뷰] 3집 '모던 타임즈', 부족함 있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성장도 엿보여

13.10.15 16:56최종업데이트13.10.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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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3집 모던 타임즈 ⓒ 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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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2월 발표된 '좋은 날'은 아이유에게 이른바 '터닝 포인트'가 된 노래였다. 아이유는 이 곡의 인기에 힘입어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했고, 각종 예능, 드라마를 통한 그녀의 재기발랄함은 대중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 이른바 SNS 사건, 첫 주연 드라마에서의 연기력 논란과 시청률 부진 등으로 모아지는 최근의 '위기'는 가수 아이유의 위상에 생채기를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아이유의 정규 3집 <모던 타임즈>는 '복고'라는 한 단어로 정의되는, 1960~70년대 이전의 올드 스타일을 적절히 버무린 종합선물세트의 느낌을 주는 음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라틴 재즈, 딕시랜드 스윙, 보사노바, 포크 등 어느 정도 경력 쌓인 가수들도 쉽게 시도하기 힘든 장르의 곡들이 그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음악적인 소화는 둘째치고, 요즘 국내 가요시장을 감안하면 비주류 장르들 아니던가)

수록곡 스타일이 20대 초반 어린 가수의 것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울 만큼  소속사 로엔이 작정하고 물량 공세 했다는 느낌이 드는 음반이다. 여기서 당장 대중들의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어떤 면에선 '안 팔릴 걸 각오하고 만든' 음반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안전하게 가려면 제2의 '좋은 날', '너랑 나' 스타일로 만드는 게 일반적인 선택일 텐데.

'좋은 날', 너랑 나'의 김이나-이민수 콤비가 만든 '분홍신'은 '리드오프' 용 싱글이 아님에도 억지로 타이틀 곡으로 미는 인상이다. 뮤지컬 <시카고> 마냥 역동적인 리듬 전개와 화려한 코러스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과는 거리가 먼 무대 퍼포먼스 중심의 복잡한 구성의 곡이라서 말이다. 

최백호, 양희은 등 두 노장 가수들과의 듀엣곡 '아이야 나랑 걷자', '한낮의 꿈'은 40, 50대 이상 기성 세대와의 호흡을 강조하는 측면 외엔 전반적인 음반의 분위기와는 다소 겉도는 인상이 강하게 배어있다. 오히려 가인과의 듀엣 '누구나 비밀은 있다'나 'Modern Times(모던 타임즈)'를 타이틀 곡으로 선택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상당히 공들인 음반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최근 메이저에서 발표한 가요 음반 중에서 보기 드물게 프로그래밍 전자 사운드가 배제된 대신, 박주원의 연주로 대표되는 풍성한 기타 사운드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우면서 놀랍기도 하다. 상당 부분 아이유가 코러스까지 녹음한 보컬 편곡 부분도 인상적이고, 윤상을 비롯한 기성 작곡가 '삼촌'들의 의욕 과잉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전작 <리얼+>, <라스트 판타지> 등에 비하면 일정 부분 '맞춤 옷'으로 탈바꿈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아이유 본인이 음반 전체를 주도하는 '완성형' 가수는 아직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선 어느 정도 뮤지션으로서 성장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모던 타임즈>는 당장의 결과물 보단 다음 작품으로 나아가는 준비 과정의 산물로 여겨지는 음반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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