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축제에 아이돌 팬클럽이 맨앞자리, 왜죠?

2013 서울 다문화 축제 특별 콘서트, '보여주기식' 행사 진행 아쉬워

등록 2013.10.16 11:13수정 2013.10.1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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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현대차 정몽구재단과 서울시 주최로 '2013 서울 다문화 축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다문화 가족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을 개선하고 다문화 가족 및 일반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행사는 전통 음식과 전통 의상 등 각국의 독특한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손색없었다. 나 역시 평소 알고 지내던 다문화 가족 단체가 축제에 참가한다고 해서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에 들렀다 오후 5시경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오후 7시부터는 다문화 축제 특별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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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3 서울 다문화 축제 특별콘서트 포스터 중 일부. ⓒ 서울시, 현대차 정몽구 재단


그런데 특별 콘서트에 참석한 다문화 가족들과 시민들은 불만이 적지 않았다. 행사 운영 측의 '보여주기식 진행' 때문이었다.

행사 운영 요원들은 콘서트 시작 전 다문화 가족들을 우선 입장시켰다. 시민들도 다문화가족을 위한 행사이므로 당연한 순서라고 이해했다.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영 요원들이 콘서트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팬클럽 회원들을 입장시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몇백 명에 달하는 팬클럽 회원들이 다문화 가족들보다 앞쪽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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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3 서울 다문화 축제 특별콘서트 현장. 무대 중앙쪽 앞줄 팬클럽 회원들의 모습. 다문화 가족들의 자리는 빨간선 기준 뒤쪽이었다. ⓒ 박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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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앉은 무대 중앙 앞줄. 플래카드를 든 팬클럽 회원들이 보인다. ⓒ 박상용


아직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뿔난 시민들을 의식해서인지 운영 요원들은 서둘러 일반 시민들도 입장시켰다. 한 눈에 봐도 다문화 가족들보다 팬클럽 회원 수가 더 많아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팬클럽 회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자 함성과 박수로 지지를 보냈다. 열기가 뜨거웠다. 물론, 유명 가수들의 출연으로 다문화가족들과 시민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팬클럽 회원들의 목청 소리에 이날 행사의 취지는 묻혀 버렸다. 행사장은 마치 가수의 콘서트장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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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클럽회원들 행사에 참석한 팬클럽 회원들 ⓒ 박상용


마지막으로 가수 아이유의 노래까지 끝나자, 1분도 채 안 돼 팬클럽 회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쓰레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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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의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는 팬클럽 회원들. ⓒ 박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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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공연이 끝나고 팬클럽 회원들이 앉았던 자리에 쓰레기가 나뒹글고 있다. ⓒ 박상용


공연 내내 5대 이상의 방송사 대형 카메라가 바삐 움직였다. 이날 공연은 한 공중파 방송에서 전국으로 녹화 방송될 예정이다. 이것이 팬클럽 회원을 앞줄에 앉힌 이유였다. TV에 내보낼 행사장의 뜨거운 열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날 특별 콘서트가 다문화 가족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였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보여주기 행사라는 지적 또한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이날  행사를 담당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외국인 다문화 담당관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공연이 방송으로 나가게 되고, 가수와 팬클럽간의 관계도 있다 보니 불가피하게 팬클럽을 앞자리에 배치시켰다"면서 "팬클럽의 환호 때문에 다문화 가족이나 연세 드신 시민들은 상대적인 위축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앞줄에 배치한 팬클럽은 소수였고, 중앙이 아닌 양쪽 가장자리였다,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팬클럽과 합해져서 수가 늘어난 것"이라며 "(서울시는) 사전에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를 통해 2000명을 초대해 가능한 한 앞부분, 중앙에 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축제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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