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사회,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진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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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marsien)등록 2013.10.20 12:16
최근 모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도전자가 경쟁자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 한동안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경쟁에 지친 도전자들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다소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에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막말에 무뎌지게 만든, 최근의 막말 난무 사회 풍조에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방송, 강연 등에서 공인들의 막말 잔치가 벌어진다. 이들의 막말을 심각하게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는 그 막말에 담긴 '진심' 때문이다. 이들의 막말에는 평소 그들이 가지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들어있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 견해는 피아제가 주장한대로 '언어를 사고의 표출'이라 보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종편 앵커의 '사망자가 중국인이라 다행'이라는 언행에는 자민족 중심주의가, 이탈리아 키엥게 장관을 '오랑우탄'이라 비하한 칼데롤리 부의장에게는 인종차별, 성차별의 편견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만이 옳고 타인은 틀리거나 나쁘다는 편협한 사고가 막말논란의 본질이자 '진짜 문제'다.

편견에 치우친 사고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다.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는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소수자 차별 등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틀리다'고 보는 근거 없는 편견에 기인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사회 갈등의 대가로 최대 연 246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종교 갈등이 심각한 터키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편협한 사고에 기반한 사회 갈등은 사회통합을 가로 막아 우리 사회에 엄청난 비효율을 야기한다. 이를테면 의사 결정 및 사회적 합의를 지연시키고,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 갈등이란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주범이다. 이것이 막말이라는 표피 안에 감춰진 편협과 편견의 뿌리를 뽑고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이유다. 막말은 현상일 뿐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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