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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 둘러싼 보도, 언론이 가하는 또 다른 '폭력'

[기자수첩] '대중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김주하의 사생활 전시, 합당한가

13.10.25 17:10최종업데이트13.10.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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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 MBC 기자 ⓒ MBC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최근 MBC의 간판 앵커로 활약하는 김주하 기자의 이혼 소송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주하 기자가 남편으로부터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남편을 고소했고, 김씨의 시어머니가 김씨를 존속폭행 혐의로 신고했고, 경찰이 이를 모두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점점 형체를 갖추고 있다.

결혼 9년 차의 김주하 부부에겐 '가정폭력'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김주하 기자가 직접 밝힌 내용은 아니다. 한 매체가 '유명앵커 K씨'라는 이름으로 "이혼소송을 진행하게 된 건 남편의 폭행 때문"이라고 최초 보도했고, 수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매체에서 '유명앵커 K씨'의 실명을 거론했다. 그다음부터 경주가 시작됐다. 실체가 없는 측근의 말이 인용됐고, 급기야 법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건번호를 조회한 화면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시시콜콜하게 알아야 하나'. '시국이 하 수상한데, 방송국 앵커의 이혼 소식에 이렇게 성화인가' 따위의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대중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까지 파헤쳐져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다.

특히 '가정폭력'이라는 문제가 개입됐을 때엔 더욱 의문이 커진다. '자신의 어려움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는 것'이 심리상담의 첫걸음이며 그것을 말했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상담과 치유가 시작되는데, 특히 가정폭력의 경우 이 단계가 어렵다. '정상 가정'의 판타지가 큰 한국 사회에서 가정폭력의 피해를 말한다는 것은 자신이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살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상 가정'으로 간주되었던 가정을 깬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아이나 주변 사람이 받을 상처까지 생각하는 피해자들은 더더욱 자신의 껍질 속으로 피해 사실을 숨기려 든다.

그런데 이번엔 당사자도 아직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며칠 만에 수면 위로 끌어올려 졌다. 결국 경찰까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언론이 그의 목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그가 숨겨뒀던 마음을 마구 휘저은 다음, 거칠게 바깥으로 끄집어낸 모양새다. 이것을 '폭력'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또 무엇이 '폭력'일 수 있겠는가.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겠다. '김주하 기자는 공인이 아니냐'고. 김주하 기자는 정말 공인일까. 김주하 기자는 선출직 공무원도, 임명직 공무원도, 하물며 별정직 공무원도 아니다. '공영방송'이라 불리는 MBC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는 '공인'이라기보다는 '유명인'에 가깝다. 물론 '언론인'으로서 응당 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그가 민·형법상의 범죄 행위를 저질렀을 때에야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지 그가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인식되었을 때는 아니다.

과연 '대중의 알 권리'에 김주하 기자의 비극적 사생활을 끄집어내 전시할 권리는 포함된 것일까. 과거 김주하 기자의 남편은 일만 열심히 하는 그를 두고 "중요한 취재가 있을 땐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다"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은 지금의 김주하 기자 이혼 소송을 보도하는 언론에도 유효한 듯하다. 경주마는 빠르게 달리기 위해 눈가리개를 이용해 시야를 좁게 만든다니까. 그런데 아무리 언론의 기능 중 '오락의 기능'이 있다고 해도, 정말 이건 '중요한 취재'가 맞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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