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추모예배, 누구를 위한 예배인가?

추모예배 빙자한 우상숭배 그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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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훈(youthpower)등록 2013.10.26 12:07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 사진과 기사를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박정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신앙적인 입장에서 볼 때 그를 추모한 예배를 드리는 것 자체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기독교에서 예배라 함은 그 대상이 하나님이다. 그래서 오로지 예배의 초점은 하나님께로 모아져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 추모예배 사진을 보니 박정희 전대통령 초상화가 대문짝만하게 무대 중앙에 걸려있다. 주최 측에서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리라 말하겠지만 이미 무대는 하나님이 중심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심임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또한 관계된 기사를 읽어보니 연단에 나온 사람마다 연신 박정희의 업적을 칭송하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주최 측에 묻고 싶다. 정녕 누굴 위한 예배였는가? 진정 하나님을 위한 예배였는가? 아니면 박정희와 그 추종세력을 위한 예배였는가?

만일 그 의도가 후자라면 그들은 십계명의 제1계명인 우상숭배의 죄를 범한 것이 된다. 또한 하나님의 방식대로 하나님을 섬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2계명도 어긴 것이며, 결국 추모예배는 하나님을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말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3계명까지 범한 것이다. 하나님만 높임을 받아야 마땅한데 예배를 빙자하여 그 자리에서 인간을 추앙하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설령 그들이 하나님께 예배드렸다고 해도 박정희의 무엇을 추모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다. 추모예배 주최자들은 박정희가 기독교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그의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을 두루 살펴야 하는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 행한 정치적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을 섬기지 않았던 헤롯대왕이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대한 예루살렘 성전을 지어준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설에 의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죽기 몇 달 전에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난 뒤 사적인 대화에서 교회 나갈 것을 권유받았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혹시 그가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후대 기독교인들에게 본이 될 만한 신앙의 업적을 남겼다면 얼마간이라도 이해해 보겠으나 비기독교인인 고인을 추모한 예배라니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추모예배 시점도 참 오묘하다. 이미 그가 죽은 지 30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제1회 추모예배를 시작한 이유가 어디 있을까?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자 갑자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예배가 생겨났다. 이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는 그들의 예배 장면에서 하나님과 바알을 겸하여 섬겼던 이스라엘 백성이 떠올랐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섬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고 풍요와 번영의 신인 바알을 숭배함으로 경제적 만족을 얻으려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 민족을 먹고 살게 만들어 준 은인'으로 여기고 지금까지 칭송하며 따르고 있다.

그가 재임하던 기간동안 자행했던 숱한 정치 공작과 인권 탄압, 부정부패는 눈 감아버리고 오로지 경제를 일으킨 지도자라는 명분으로 다 덮으려고 한다. 이것은 '어찌되었든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주면 만사 오케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을 확산시켰고, 그것이 드러난 자리가 바로 박정희 추도예배인 것이다. 하나님을 섬겼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바알도 함께 섬겼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결국 하나님의 진노를 사서 심판을 받고 말았다.

사랑과 온유의 예수님이 생애 중에 채찍을 가지고 내리치면서 분노한 사건이 한 군데 나온다. 그것은 하나님께 고요히 기도하는 곳인 성전에서 버젓이 장사치들과 환전상들이 자리를 잡고 떠들고 있던 자리였다. 그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돈을 주고받으며 성전을 더럽힐 때 예수님은 채찍을 가지고 그들을 내쫓으시면서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인데 너희가 강도의 소굴을 만들고 있다'고 분노하신다. 한마디만 하고 싶다. 예배를 빙자하여 하나님의 집을 더럽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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