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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인천 Utd, '없을 무'의 늪에 함께 빠지다

[2013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부산 아이파크 0-0 인천 유나이티드 FC

13.10.27 18:49최종업데이트13.10.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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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상대 팀 수비수나 문지기의 뛰어난 능력을 탓할 수도 없는 경기였다. 그렇다고 파인 곳이 많은 아시아드의 그라운드 상태를 핑계로 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무리 실력이 그만큼 모자라다는 것 말고는 더 논할 필요가 없는 맞대결이었다.

특히, 안방 팀을 응원하러 들어온 부산 축구팬들의 한숨은 더 깊어진 듯 보였다. 최근 여섯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은 이번 시즌에 꽤 영험함을 자랑했던 '성효 부적'으로도 풀지 못한 숙제가 되고 말았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27일) 낮 3시 부산 아시아드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맞대결은 끝내 득점 없이 비겼다. 두 팀 모두 상위 스플릿의 승점 자판기나 동네북이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듯

양 팀 골잡이로 나와 맨 앞에서 움직인 이정기(부산)와 디오고(인천)는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결정적인 장면마다 경직된 몸놀림을 보였다. 그나마 안방 골잡이 이정기는 유효 슛이라도 기록하며 일말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인천의 공격을 맨 앞에서 이끈 디오고는 부산의 가운데 수비수 이정호의 찰거머리 수비에 막혀 곤욕을 치르다가 78분에 벤치로 물러났다.

경기 시작 4분만에 인천 벌칙구역 반원 가까운 곳에서 찬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리기 시작한 부산의 이정기는 마크맨이 없었던 결정적인 장면을 두 차례나 더 만들어냈지만 끝내 골맛을 못 봤다. 전반전 중반에 오른발로 강하게 찬 중거리슛은 인천의 왼쪽 측면 수비수 박태민의 몸에 맞았고 후반전 초반의 결정적인 역습 기회에서도 급하게 멀리서 슛을 시도하다보니 인천 문지기 권정혁의 정면으로 굴러가고 말았다.

반면에 인천의 골잡이 디오고는 슛 기록 하나 없이 78분에 설기현과 교체되고 말았다. 몇 차례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그보다 골잡이로서의 세련된 공 처리 능력이 아쉬웠다.

디오고와 바꿔 들어온 설기현은 곧바로 이어진 프리킥 세트 피스에서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오른발 발리슛 기회가 코앞에 떨어졌지만 헛발질에 가까울 정도로 빗맞아 짜릿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사실 안방 팀 부산의 윤성효 감독은 64분에 이정기를 빼고 양동현을 들여보내며 다섯 경기 무득점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인천의 짠물 수렁이 꽤 깊은 것을 절감했다. 정규 시간 90분이 끝날 무렵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양동현이 이마로 처리했지만 인천 문지기 권정혁이 오른쪽으로 사뿐히 몸을 날려 잡아내고 말았다.

이래저래 이 경기에서 뛴 양 팀 골잡이 네 명 모두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느라 도통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없을 無'의 깊은 늪에 빠진 두 팀

최전방 골잡이들 말고 양 팀의 미드필더들에게도 득점 기회가 있었다. 인천의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 김재웅은 27분에 크게 휘어 날아가는 오른발 직접 프리킥으로 부산의 골문 오른쪽 톱 코너를 노렸지만 문지기 이범영이 새처럼 날아올라 쳐냈고, 부산의 가운데 수비형 미드필더 박종우도 41분에 낮게 깔리는 왼발 중거리슛으로 인천의 골문을 노렸지만 오른쪽 기둥을 살짝 벗어났다.

이쯤 되었으니 부산은 이제 '성효 부적'보다 훨씬 효험이 뛰어난 '無득점 탈출' 부적을 새로 제작해서 내걸어야 할 판이다. 최근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3무 3패의 늪에 빠진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540분을 뛰는 동안 골맛을 못 봤다는 것은 뭐가 씌어도 단단히 씐 것으로 보인다.

부산보다 순위표가 한 계단 위라고 해서 인천도 이런 점에서 남 얘기 할 것이 못 된다. 최근 벌어진 공격형 미드필더 이천수의 음주 폭행 사건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약 3주간의 달콤한 휴식기를 통해 재충전하고 2014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부어야 할 때였지만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인천도 최근 일곱 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리가 없다. 오늘 결과로 인해 5경기 연속 무승부 기록이 만들어졌고 최근 5무 2패의 성적으로 6위 자리가 거의 굳어진 듯 보인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주장 김남일이라도 빨리 돌아와야 할 판이다.

이제 두 팀은 10월 마지막 주중 경기를 까다로운 방문 일정으로 치러야 한다. 먼저 인천 유나이티드는 포항종합운동장의 조명탑 시설이 없기 때문에 평일(10월 30일, 수요일) 낮 2시 경기로 포항 스틸러스를 만나야 한다. 부산도 같은 날 저녁 7시 30분에 전주성으로 들어가 전북 모터스를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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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결과(27일 15시, 부산 아시아드)

★ 부산 아이파크 0-0 인천 유나이티드 FC

◎ 부산 선수들
FW : 이정기(64분↔양동현)
AMF : 임상협, 윌리암(79분↔정석화), 파그너(69분↔한지호)
DMF : 박종우, 김익현
DF : 장학영, 이정호, 김응진, 박준강
GK : 이범영

◎ 인천 선수들
FW : 디오고(78분↔설기현)
AMF : 남준재, 김재웅(63분↔문상윤), 한교원
DMF : 손대호, 구본상(90+1분↔이효균)
DF : 박태민, 안재준, 이윤표, 최종환
GK : 권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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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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