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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손예진이 사는 법..."오해는 필연적이죠"

[인터뷰②] 다큐멘터리, 사는 이야기 보고 배워...꿈은 시골에서 사는 것

13.11.01 10:40최종업데이트13.11.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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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에서 아빠를 의심하기 시작한 딸 다은 역의 배우 손예진이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 이정민 기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이면 작품을 들고 나타나는 손예진.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녀를 두고 '가을 배우'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3년의 흐름이 그랬다. 1년에 한 편씩은 꾸준히 대중에게 새로운 연기를 보여줬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최근 개봉한 <공범> 역시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실력과 함께 좋은 운이 함께 하는 것 같다.

동시에 손예진은 '톱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여러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 또한 항상 존재한다. 연예계 생활 14년 여 동안 비교적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는 비중은 적었지만, 최근 동료 배우 김남길과 교제설이 불거졌다. 그녀 역시 배우와 한 개인으로서의 삶의 경계에서 어찌 보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화무쌍한 손예진의 연기...그 힘은 다큐멘터리?

손예진을 보다 깊게 알아보자. 그간 여러 작품을 통해 얼굴을 꽤 여러 번 마주쳤지만 매번 새로운 매력을 던지는 손예진을 보며 '대체 이 여자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가장 먼저 손예진이 자신을 소비하고 다시 충전하는 법이다. 연기 면에서 그녀는 어떻게 영감을 받고, 휴식 때는 또 어떻게 자신을 채워나가고 있을까.

"(웃음) 연기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픈 생각이 들면서도 이젠 누구에게 사사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좀 엉뚱한데 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봐요. 그걸 보는 게 유일한 재미고 낙이에요.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느끼는 게 많거든요. 배우가 되면 삶의 폭이 좁아져요. 다양한 삶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사람이 실제의 삶은 좁아지는 건 아이러니죠?

그래서 책이나 TV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해요. 그중 다큐는 찾아서 보는 편이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며 연기에 대한 생각도 하고 여러 감상을 끌어와요. '그래 저게 진짜 감정일 수 있는데 난 왜 뭔가를 하려고 할까' 반성도 하죠.

KBS <인간극장>, <성공시대>, <걸어서 세계 속으로> 등을 좋아해요. EBS도 종종 재밌는 다큐를 해서 챙겨볼 때가 있고요. 보고 있으면 여행 한 번 하고 온 거 같아요(웃음)."

이렇게 연기와 삶에 대한 생각이 많지만 정작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극장이나 TV 등을 통해 다시 보는 일은 드물단다. 손예진은 "다른 배우들은 개봉하고 이후에 돈 주고 자기 모습을 보는 게 재밌다는데 난 좀 부끄러운 거 같아요"라며 웃어보였다.

슬럼프는 매순간 찾아와..."욕심을 버리기 시작했다"

"연기의 맛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안 건 최근 몇 년 사이예요. 언제부턴가 현장에 나와 있는 게 되게 편했죠. 현장의 나를 즐기지 못했는데 지금은 스태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뭔가 즐기고 있어요.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 이정민


손예진에게도 슬럼프는 있다. 아니 매순간마다, 요즘도 다가온단다. 변화에 대한 본인의 욕구와 대중의 기대 때문이었다. 손예진은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 믿었던 장점조차 의심하기 시작할 때가 있다"며 그간 배우로 살면서 품어왔던 소회를 살짝 풀어놓았다.

"데뷔한 이후 첫 작품은 너무 힘들었죠. 칭찬 받은 적이 없었어요. <맛있는 청혼> 때 연기가 좋았다는 말을 조금 들었는데 역시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엄청 혼났거든요. 연기를 시작한 초반 몇 년은 다 힘들었어요. 제 스스로도 잘하고 완벽해야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걸 못 따라가서 힘들었던 거 같아요.

연기의 맛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안 건 최근 몇 년 사이예요. 언제부턴가 현장에 나와 있는 게 되게 편했죠. 현장의 나를 즐기지 못했는데 지금은 스태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뭔가 즐기고 있어요.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결국은 욕심이 망쳐요. 너무 잘하려고 하면 모든 걸 흩어놓죠. 사람과의 교류에서도 욕심은 금물!"

잠시 드라마 <연애시대> 이야기를 했다. 그때 아빠였던 김갑수와 지금 <공범>으로 다시 만나고 있기도 하거니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데서 손예진의 생각도 궁금했던 차였다.

"<연애시대> 때도 작품이 끝나고 칭찬을 받았어요. 아직까지도 좋다고 해주시는 분이 많은 걸 알아요. <클래식>도 그렇고, 제 옛날 모습 좋아해주시는 분 많아요(웃음). 지금 그 작품을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데 못 할 거 같아요. 

어렸기에 갖고 있었던 순수함이 그때니까 빛났던 거 같아요. 미숙하고 어색한 호흡이 예뻐 보일 수 있는 시기였고 작품이었죠. 물론 그런 드라마를 또 다시 만나고 싶어요. 근데 지금 하면 캐릭터에 너무 공감해서 만날 엉엉 우는 거 아닌지 몰라(웃음)."

손예진의 꿈은 귀촌?..."공기의 맛을 느껴요"

"인생은 결국 선택이잖아요. 그 선택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좀 슬프기도 해요. 그래서 작품 선택이나 여러 가지를 더 과감하게 결정하는 거 같아요." ⓒ 이정민


손예진의 꿈을 물으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시골에 가서 사는 것이란다. 그렇다고 귀농까지는 아니다. 세계일주도 해보고 싶고 현재로서 생각하고 있는 게 여럿 있지만 자연을 벗 삼아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는 그녀였다.

"일은 할 거니까 서울과 너무 멀면 안 돼요. 귀농은 자신 없지만 제가 동물을 좋아해서 닭도 키우고 강아지도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자연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만큼 밥을 지어 먹고 반찬도 해서 먹는 그런 곳이 좋아요. 공기도 좋잖아요. 나이를 먹으니까 공기의 맛을 좀 알겠던데요? (웃음)"

밝은 톤으로 앞으로 바라는 점을 말하던 손예진이었지만 본질적으로 연예인, 배우로서의 삶은 그녀가 끊임없이 안고 고민하는 숙제라는 사실도 고백했다. 현재 시점에서 손예진은 나름의 처방전을 들고 충실하게 살아나가고 있었다.

"대중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오해는 필연적인 거 같아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오해가 생기잖아요.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모습을 봤을 때 오해가 생기죠.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배우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무거워요.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이때의 모습도 그립지 않을까요? 아마 전 50이 돼서도 같은 친구들과 또 오래된 지인들과 수다를 떨고 있을 거예요(웃음).

나이 먹으니 더 과감해지는 면이 있고, 시야가 넓어지는 건 있어요. 인생은 결국 선택이잖아요. 그 선택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좀 슬프기도 해요. 그래서 작품 선택이나 여러 가지를 더 과감하게 결정하는 거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배우는 감정을 다루는 창조적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이성과 감성을 조절하는 일이기도 하죠. 저 역시 그걸 해나가려 하는 겁니다."

공범 손예진 김갑수 연애시대 김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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