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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맹승지 속사연 이끌었다...이래서 '라디오스타'

[TV리뷰] 사전인터뷰보다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라디오스타'

13.11.14 10:59최종업데이트13.11.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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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웃픈 남녀 특집에 출연한 임창정, 정성화, 최현우, 맹승지 ⓒ MBC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대부분의 토크쇼는 사전인터뷰를 철저하게 진행한다. 사전인터뷰 내용이 재밌는 대본을 완성하는 기초이자, 방송 녹화를 원활히 진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기 때문이다. 영화도 좋은 시나리오의 몫이 절반가량을 차치하듯 방송도 작가가 쓰는 대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토크쇼는 물론 사람 간의 주고받는 대화다. 그래서 정해진 대본이 있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토크쇼는 사전인터뷰를 통해 대본을 만들고 이를 MC가 다시 끄집어 내 게스트의 입을 열게 하는 구성이다. 가장 안전한 길이기 때문이다. MC와 게스트의 '입담 컨디션'이 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사전인터뷰에 기초한 대본이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본래 사전인터뷰의 목적이 입담을 보완하는 정도였다.

근데 일부 토크쇼에서는 이런 사전인터뷰 내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종종  이런 경향은 '토크쇼'를 '드라마'로 가장하는 것 같아 불편할 때가 있다. 자연스러워야 할 사람 간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이런 경우 토크쇼는 '에피소드 자판기'처럼 딱딱해진다.

예를 들어 방송에서 종종 "대본에 없던 이야기를", "대본대로 하시죠!"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내가 보고 있는 토크쇼가 서로 역할을 나눠 연기하는 드라마였나?'하는 생각이다. 일순간, 자연스러워 보이던 토크의 흐름은 편집의 힘이 되고, MC와 게스트는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느껴진다. 사전인터뷰에 의존하는 방송은 이러한 부분에서 그 한계를 드러낸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토크쇼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사전인터뷰 내용을 통해 방송을 에피소드 자판기로 만드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사전 인터뷰를 토크의 흐름을 잡아주는 것에 국한하고, MC의 자질과 그날 현장의 분위기에 대부분을 맡기는 것이다. 이 흐름을 선도한 토크쇼가 MBC <라디오 스타>가 아닐까 생각한다.

뻔한 홍보 사이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은 등장한다

▲ 13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이날 출연한 임창정이 같은 소속사였던 유키스의 동호가 그룹을 탈퇴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MBC


지난 13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웃픈남녀' 특집에서 임창정은 "라디오스타는 사전인터뷰를 짧게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며 눈길을 끌었다. 같이 출연한 정성화 역시 "작가 분들과 만나서 사전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전화통화로 짧게 끝냈다"고 덧붙였다.

MC 윤종신은 "<라스>는 에피소드 위주의 토크가 아닌 조사와 조작으로 이뤄지는 토크쇼"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우스갯소리라지만 요즘 <라스>는 정말로 국정원급 작가진의 철저한 조사와 조작(?)으로 깨알(?) 같은 재미를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는 에피소드보다 출연자마저 당황시키는 연예인의 과거, 목격담, 비밀 등, <라스>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는 '꺼리'가 충분히 있다. 유명한 맛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유의 맛이 있는 것처럼, <라스>에도 그들만의 토크가 있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수요일 밤마다 <라스>를 찾는 이유다.

영화 <창수>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한 임창정에게 <라스>역시 처음에는 다른 토크쇼와 별반 차이 없는 질문들을 던졌다. 식상한 질문에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됐지만, 이날 역시 <라스>만의 발견은 있었다. 바로 유키스를 탈퇴한 동호의 이야기다.

김구라는 임창정이 최근 10년 전 소속사로 다시 돌아간 것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같은 소속사인 그룹 유키스를 슬쩍 언급했다. 그리고 이내 곧 얼마 전 유키스를 탈퇴한 동호에 대해 물었다. 딱히 대단한 이슈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이 궁금할 만도 한 이야기였다.

<라스>는 이런 속사정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더군다나 김구라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답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저격수다. 실제로 <라스> 게시판에는 김구라가 출연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들이 쇄도한다. 다른 토크쇼에서는 기대도 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라스>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시청자들은 하고 있다.

최현우, 맹승지의 과거 열애담도 이날 방송의 뜨거운 화제였다. 다른 방송이나 매체 인터뷰에서 듣지 못했던 이들의 과거 열애담이 <라스>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라스>의 한 작가와 친한 사이라는 최현우는 자신이 과거에 여성 앵커와 교제했다는 사실이 MC들의 입에서 발설되자 작가의 이름을 외치며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식의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지인의 사생활도 방송을 위해서는 과감히 투척하는 <라스>의 작가들. 연예인 입장에서는 무섭겠지만, 시청자입장에서는 참 고마울 따름이다.

이런 <라스>의 독자적인 행보는 확실히 다른 토크쇼와의 차별화를 두는 데 성공을 거뒀다. 더 나아가 <라스>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한때 <라스>가 '알'을 낳았던 프로그램들이 있지 않았는가. 지금은 종영했지만 <명랑히어로>와 <음악여행 라라라> 모두 <라스>의 MC군단이 주축이 돼 탄생한 프로그램들이었다.

게스트에 따라 시청률이 크게 좌우되는 토크쇼들이 있다. 반면에 게스트에 상관없이 일정한 시청률을 뽑아내는 토크쇼들도 있다. 전자의 대표가 SBS <힐링캠프>라면, 후자는 <라스>다. 토크쇼는 그 이름에 걸맞게 게스트가 아닌 이야기의 힘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이제 시청자는 그 방송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 음란하게만 치부하던 '성' 소재의 이야기를 양지로 끌어올린 JTBC <마녀사냥>과 시청자의 기발한 고민을 만날 수 있는 KBS 2TV <안녕하세요> 등의 프로그램이 선전하는 이유는 그 프로그램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라스> 역시 마찬가지다. <라스> 작가진의 철저한 조사, 환상의 호흡과 막강 입담을 자랑하는 MC들, 예상 불가능한 게스트 조합이 지금 <라스>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 색깔을 변함없이 유지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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