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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사옥 신축..."'그 돈'엔 손대지 마!"

영화발전기금 사용에 민감한 영화계...아시아영화학교 설립도 도마 위 올라

13.11.20 15:19최종업데이트13.11.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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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신사옥 조감도 ⓒ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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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부산으로 이전한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신사옥 건립 문제를 놓고 일부 영화인들이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진위 사옥은 기존 서울사옥과 남양주 종합촬영소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건립이 추진 중이었으나,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영화발전기금 사용여부가 초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 이전 관련 예산은 사옥 신축 621억, 부산종합촬영소 건립 469억, 이전비 37억 등 모두 1127억 원이다. 이중 내년도 영화발전기금 운용 계획에 사옥 건립 257억과 부산종합촬영소 건립 135억 등 모두 4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이전 관련 예산은 홍릉 서울사옥(165억)과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대금(1171억) 등 모두 1336억을 활용하기로 계획돼 있으나 서울 사옥은 매각된 것에 반해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매각이 더뎌지면서 영화발전기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신사옥 건축할 경우 영화발전기금 빈털터리 가능성"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 9월과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은 영화전문지 <씨네21>에 기고하면서 시작됐다. 최 소장은 "서울사옥을 165억에 팔아 621억 건물을 짓는 것은 따져보면 456억 원이 적자"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부산종합촬영소에 1906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매각한다 해도 적자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단순계산으로 70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이어 "이를 국고에서 채우면 되겠지만 세수 부족으로 난리인 판에 쉽지 않다"면서 "결국 영화발전기금에서 꺼낼 방법 밖에 없을 것이고 이 경우 영화발전기금이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에 따르면 올해 남아 있는 영화발전기금은 2500억 원 정도로 만일 이 돈을 사용하게 되면 한국영화산업에 투입할 자금이 바닥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도 없는 상태에서 영화발전을 위해 써야할 예산을 무리하게 전용하지 말고 사옥 신축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일부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영진위의 신사옥이 허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 12층과 지하 2층 규모로 계획돼 있는데, 건평은 서울사옥의 3배, 금액은 3.7배에 달하는 규모로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진위 사옥 건립 계획 중 구체적인 용도를 알 수 없는 부대시설이 50% 가까이를 차지한다"며 "영진위가 임대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팎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진위의 결정권자가 영진위의 위상을 고려해 10층 이상으로 지어야 한다고 고집해 지금과 같은 사옥 건립이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영화제 상영관인 영화의 전당 바로 옆에 작은 규모로 사옥이 건립될 경우 초라해 보이므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영진위 "영화발전기금 사용한다는 이야기 한 적 없다"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영진위 남양주종합촬영소 ⓒ 영화진흥위원회


하지만 영진위 측은 사실과 다르고 오해한 부분들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부산 이전 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 관계자는 "부산사옥 및 촬영소 건립은 종전 부동산(서울 사옥,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대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매각이 안 되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간 임대 가능성에 대해 "영진위 사옥이 서울사옥보다 3배 정도 큰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옮겨올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녹음실 기능이 포함돼 있다"면서 "임대할 수 있는 면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사 규모는 바닥면적 대비 용적률에 따른 것으로 정부지침대로 한 것이며, 영진위 결정권자가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직원들의 편의시설 확충요구도 제대로 들어줄 수 없을 만큼 근무시설이 우선적으로 고려됐다"고 강조했다.

영화발전기금 사용여부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영화발전기금 사용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적은 있으나 영화계의 정서상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영화발전기금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자산공사나 LH공사 등에서 매각해야 하지만 여력이 없는 상황이고. 기획재정부 역시 4대강이나 복지예산 이유를 들어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영화계 인사들의 주장대로 영화발전기금을 사용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영진위 쪽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18일 <오마이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 "영진위에서 어느 누구도 영화발전기금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기존 자산이 매각이 돼야 신사옥을 건립할 수 있지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이전 반대 아닌 대책 마련 소홀에 대한 지적"

일단 영진위 측이 영화발전기금 활용을 통한 사옥 신축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고는 있지만 영화인들의 문제제기 이면에는 영진위가 추진 중인 각종 사업의 재원 확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대금 등을 이용해 부산에 '글로벌 영상인프라'란 이름으로 촬영 스튜디오 및 후반기지 건립 등을 예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무리한 사업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건립예산이 기존 계획보다 늘어나면서 국비 시비 영화발전기금 등 1906억 원이 소요될 예정인데, 자칫 국고지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상당 부분을 영화발전기금으로 대체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 대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 것도 불만을 키우는 모양새다. 영화산업의 중심이 서울인 상태에서 대안 마련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영화 제작 시설을 팔아서 과도한 사옥에 활용하고 도리어 촬영소를 축소시키는 꼴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문제제기가 너무 뒤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문제 등은 이미 영진위 부산이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원로영화인들이 거세게 반발했을 만큼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시에는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다가 막상 이전이 다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현용 소장은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다만 "김의석 위원장이 지난 3년 동안 있으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간 진행해 온 결과가 우려스럽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영화발전기금을 영화계 전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사옥이나 다른 부분에 전용되는 것은 맞지 않기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발전기금 사용에 예민한 영화계...아시아영화학교도?

지난해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영화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FLY 프로젝트'를 통해 영화 교육을 받고 있는 참가자들 ⓒ AFCnet


영화발전기금에 사용에 대한 영화계의 시선은 상당히 예민한 편이다. 한국영화산업의 주요 종자돈이 엉뚱한 데 쓰일 경우 영화산업에 지원되는 액수가 작아지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에서 추진 중인 아시아영화학교 설립에 영화발전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영화계가 술렁이고 있는 점도 영화발전기금에 대한 영화인들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 한 단면이다. 

아시아영화학교는 부산영화제와 부산영상위원회가 각각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와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FLY) 상설화 차원에서 논의됐으나,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이 국고 지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비가 아닌 영화발전기금을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게다가 영화산업 육성에 대한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일을 자신이 소유한 지역구내 빈 건물로 유치해 활용하려는 의도를 나타내, 국회의원이 영화발전기금으로 지역구 사업을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화 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주객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영화계 관계자들 역시 지역 사업에 영화발전기금이 사용된다는 것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한 영화계 인사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긴 어렵지만 영화발전기금이 사용되는 것은 영화계 정서상 수용하기 힘든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김세연 의원 측에 영화계의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김 의원 측에서 영화발전기금이 아닌 국고 지원을 받도록 해 보겠다는 답변을 해 왔다"고 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발전기금 남양주종합촬영소 아시아영화학교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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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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