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공광장 유리에 비친 교토타워
이지아
교토역 최상단의 '대공광장'에 올라가보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정면으로 보이는 교토타워보다는 건물 유리에 비쳐진 교토타워가 더 멋있었다. -2007년 8월 동생의 교토 여행기 중에서 노트에 적혀 있는 이 두 문장을 보고 나는 교토역을 찾습니다. 교토 가와라마치역 근처에서 5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립니다. 정류장 오른쪽으로 교토타워가 있었고 왼편으로 교토역이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둠이 쏜살같이 내리고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어둠은 더 칠흑 같은 법입니다. 저녁 6시 서울역 광장에서 느끼는 어둠과 저녁 6시 교토역 앞에서 느끼는 어둠은 그 스산함의 깊이가 다릅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말이 다르고, 거리에 휘몰아치는 퇴근시간의 부산함조차 서울의 그것과는 다른 것만 같습니다.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느끼는 미묘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차오르기 시작하는 저녁 시간입니다.
오른편의 교토타워를 올려다 봅니다. 소박한 외관이 교토와 어울리는 타워입니다. 나는 교토역 안으로 들어갑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교토 역사 제일 위층에 있는 스카이 가든, 즉 '대공광장'입니다. 그곳에서 나는 건물 유리에 비친 교토타워를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뜬금없이 '사랑'에 대해 생각합니다. 갑자기 그 어둠속에서 '사랑'이라는 두 낱말이 가슴을 휘집고 들어옵니다. 그날 아침 있었던 속상한 일 때문일까요. 그 일을 조잘거리면서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고 싶었던 날이기 때문일까요. 혼자 떠나온 여행지에서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이런 저런 감정의 흔들림이 너무 버거웠기 때문일까요. 나는 그곳에서 뜬금없이 '사랑'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그 어둑어둑한 대공광장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사랑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어둑어둑한 대공광장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구나. 이 대공광장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설계했구나. 아니,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땅덩어리조차도, 그 곳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사랑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이겠구나, 이 지구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구나.' 대공광장의 어둠속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의자에 앉아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는 부부가 걱정스러운 고민을 나눕니다.
그때 그 곳에 홀로 서서, 대공광장의 어둠과 대공광장의 시간을 시린 마음으로 흘려보냅니다. 그리고 내 옆에도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사랑'이 문뜩 떠오른 그 마음을 그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동생도 대공광장 건물 유리창에 비친 교토타워를 보면서, 참 멋있다고, 아마도 사랑하는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사랑을 충분히 얘기하고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세상인데, 낯선 곳에 홀로 서서 밤바람을 맞고 있자니 마음이 한없이 슬퍼져 결국 그 자리를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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