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통령 바이든이 동북아시아 3개국을 방문한다. 2년 전에는 중국-몽골-일본을 방문했다. 이번 순방에는 일본-중국-한국을 방문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11월 27일(현지시간) 바이든 아시아 순방을 주제로 컨퍼런스콜(전화 인터뷰)을 갖고 관련 사항을 공식 설명했다.
백악관 관계자의 설명 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을 보면 이번 순방에서 바이든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총 7개의 질문 중 4개는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설정한 방공식별구역(ADIZ)에 관한 내용이었다. 비슷한 질문이 거듭나왔다는 의미는 그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의미도 있고, 바이든의 역할을 묻는 의미도 된다. 그 외 중국의 경제개혁과 관련된 내용과 일본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질문이었다.
나머지 질문 1개가 국내 언론에 비중있게 소개된 '한일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최근의 한일 관계가 악화된 이유로 '박근혜-아베 사이의 개인적 증오심(personal animosity)'을 들면서 바이든이 어떤 역할로 그와 같은 갈등을 조정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다소 원론적이지만 장황한 설명으로 중간에 낀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호소했다.
'일정의 기적(miracle of scheduling)'으로 수모를 준 바이든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과 관련해서는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2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놓고 개운치 못한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다.
2011년 8월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바이든과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날 몽골을 방문하게 됐다.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바이든과 한국 대통령이 같은 날 몽골에 체류함에 따라 자연 관심사는 '한국 대통령-미 부통령 회동'에 쏠리게 됐다. 그리고 이 관심은 백악관에서 부추긴 느낌도 강하게 든다.
2011년 8월 18일(현지시간)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 관련 중간 브리핑이 백악관에서 진행되었다. 한 기자가 "바이든 부통령이 몽골에 방문하는 시점은 한국 이명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 기간과 겹치는데, 두 사람이 만날 계획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답변이 흥미롭다. 두 명이 등장해서 한 명은 어렵다고 말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먼저 등장한 고위관계자는 "부통령이 몽골에서 체류하는 시간은 아주 짧다. (이 대통령과의 만남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곧 미국을 방문할 것이다."즉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대답이었다. 곧이어 다른 관계자가 등장한다. 그의 대답은 사뭇 달랐다.
그는 "바이든 부통령과 이 대통령은 '일정의 기적(miracle of scheduling)'으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게 된다. 우리는 두 분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국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의견을 보내왔다"고 대답했다. 같은 브리핑 자리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가지고 '간'을 보았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때부터 한국 언론에서는 '22일 바이든과 이 대통령 회동 가능성'이 주요 뉴스로 등장했다. 여러 언론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회동은 불발됐고 바이든은 6시간의 짧은 몽골 체류를 뒤로 한 채 일본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바이든은 일주일이면 물러날 간 나오토 총리와 회담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을 둘러보고 주민을 위로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미-일 공조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바이든은 중국에서도 북핵을 논의했고, 일본에서도 북핵을 논의했다. 정작 북핵과 최접전에 서 있던 한국 대통령은 '일정의 기적'으로 만날 수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몽골에서 바이든이 바빴던가? 몽골 대통령과 총리와 환담하고, 몽골 전통씨름을 구경했다. 말을 선물받았고, 몽골 활쏘기를 한 후에 일본으로 떠났다.
당초 바이든 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결정과정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바이든 아시아 순방리스트에 왜 한국 빠졌나> 등의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었다.
이것이 여러 가지로 개운치가 않았던, 심하게는 수모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던 바이든과의 2년 전 외교였다.
'한일 과거사'에 초점 맞춘 한국 언론… 그러나
다시 금번 아시아 순방으로 초점을 옮겨 보자. 이번 순방에 대한 백악관 브리핑이 있은 이후부터 국내 언론들은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을 압박해 '과거사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수위는 미정이지만 미-일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언급할 것은 확실하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백악관 발표와 차이가 있다. 11월 27일 백악관에서 공식 발표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은 일본에서 아베총리와 저녁을 함께 하고, 주요 의원들을 만난다. 이후 그의 활동은 다소 의외인데 '일본 경제에서 여성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캐시 러셀 세계여성문제 전담대사와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참여하는 여성역할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이후에는 여성이 경영하는 기술기업을 탐방하고, 그 후에는 직장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도전들을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백악관 브리핑 자료만 놓고 보면 미국 부통령의 한계이기도 한데 '영부인 스케쥴'과 비슷한 일정이다. 미국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경제에서의 여성 기업인들 활동을 치하하고 격려하는 일정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문제의 '한일 과거사'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질문한 내용이었고 이에 대해 백악관은 원론적인 대답을 하며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고 있다. 답변을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일본에 대해 20세기 과거사 이슈들과 민감성을 해소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협력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할 것이고,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에도 일본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화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가까운 친구들이자 동맹국이며 부통령은 두 나라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의 백악관브리핑 내용을 살펴보면 바이든 부통령이 '한일관계'에 무언가 대단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브리핑 내용으로 미루어 예상해 보건대 한국에 와서 기자회견 때 관련 질문을 받더라도 '일본은 불행했던 과거에 대해 용기있게 대응해야 하고, 한국도 그와 같은 긍정적인 움직임에 반응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사 사과 요구? No! 집단자위권 격려한다는 일 언론
한국 언론이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바이든 과거사 해결'에 집착해 보도하는 이 순간, 일본 언론은 확연히 다른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일 언론들은 바이든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며,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방공식별구역 이슈에 대해서도 일본편을 확실히 들 것임을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30일 미-일 정상들이 '공동문서' 형식을 통해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철회를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일 양국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보임으로써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며, 의지를 확실히 보이기 위해서 문서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다가오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공동선언문'은 아베 총리와 미팅 후인 화요일에 공동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지지가 포함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에 월~수까지 체류할 것으로 보도된 바이든은 중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수~목까지 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방한하는 바이든 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홍원 국무총리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어 연세대에서 동맹 60주년을 맞은 한미관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주한미군을 만나 독려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고, 6.25에 참전 미군 전사자 묘역을 들러 헌화할 예정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한일관계' 관련해 바이든이 일본을 압박해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요미우리신문>에 등장하는 바이든은 집단자위권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미-일 공조를 뽐내며 중국을 확실히 압박하며 일본에 큰 도움을 줄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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