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3.12.01 14:12수정 2013.12.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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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월 30일) 저녁, 컵 라면을 먹고 남은 국물을 버리고자 지하 1층의 경비실을 나와 지상 1층으로 올라가던 중이었다. "삐용~" 스마트폰의 문자메시지 도착음이 들렸다.
그래서 살펴보니 모 신용카드의 사용통보 내역이 문자로 안내되어 있었다. '00카드 승인 2만2500원, 일시불' 'OO아구찜'은 출근을 하고자 시내버스에 오르는 동네 버스정류장의 바로 앞에 있던 식당이었다.
값이 착하고 맛도 있어 아내와 곧잘 가곤 하였는데 대전 <-> 오송 간 BRT 운행버스 노선공사라나 뭐라나 하여 그 일대가 철거되었다. 이후 용전동으로 이사를 하여 새로이 개업한 걸 보았다.
그래서 쉬는 날엔 다시금 짬을 내 아내와 가서 먹고 올 요량이었기에 문자에 찍힌 그 식당의 소비 내역은 금세 한 눈에 들어왔다. '2만2500원이 나왔다는 건 분명 두 명 이상이 먹었다는 방증일 터, 그렇다면 아내는 과연 누구와 거길 가서 먹었다는 겨?'
요즘은 신용카드의 결제와 즉시 그 사용내역이 즉시로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로 통보되는 참 좋은, 아니 어쩌면 대단히 '무서운' 세상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CNN은 최근 <한국이 다른 국가 보다 잘하는 10가지>를 선정해 보도하면서 "한국에선 택시와 커피 값마저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고 했을까!
하여간 궁금증이 발동하기에, 아울러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비로소 퇴근하는 까닭에 겸사겸사 통화도 할 겸 하여 전화를 했다. "당신 어디여?" "호호~ 귀신보다 빠르네? 애인이랑 저녁 먹었어."
빌어먹을~ 애인은 무슨, 만날 골골거리는 고삭부리 아낙에게 어떤 미친 넘이 애인을 삼을꼬? "니 남편은 지금 컵 라면으로 저녁을 겨우 때웠는데 넌 아귀찜을 먹냐? 그러고도 잘 넘어가든?"
농담으로 그 같이 흰소리를 했더니 아내는 잠시 전 아들이 왔기에 함께 저녁을 먹은 거라고 했다. "그래? 그럼 얼른 아들 좀 바꿔 봐!" 아들은 지난 1월에 다쳐 수술한 팔의 부위 재수술을 대전에서 받았음 하고 오늘 짬을 내 집에 왔다고 했다.
"잘 했다. 00 병원엔 네 동생도 있고 하니 대전서 수술을 받으면 좋지! 그래야 아빠도 병원을 쉬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오늘 자고 갈 거니?" 하지만 아들은 오늘 다시 또 직장으로 복귀해야한다고 했다.
"그래, 그럼 수술 일정 잡히면 다시 연락하고 내려오거라." 아내의 '애인'은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되바라지지지 않고 착했으며 공부 또한 썩 잘 했다.
꾸준한 각고정려(刻苦精勵)로써 출신대학에선 유일하게 현재의 직장 취업까지 성공한 아들은 여전히 아내의 자랑거리 중 영순위(零順位)다. 이에 대적(?)하여 난 이렇게 주장한다.
"난 우리 딸이 내 애인인데?"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고된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자면 아직도 두 시간이 남았다. 심신(心身)은 그야말로 물을 짜낸 마른나무와도 같은 '건목수생(乾木水生)'으로 피곤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아내에겐 아들이, 나에겐 딸이라는 '애인'이 있기에 견딜 만 하다. 애인(愛人)은 그래서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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