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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벨기에·알제리·러시아와 대결... '최상의 조'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 한국의 16강 진출 '맑음'

13.12.07 10:22최종업데이트13.12.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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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7일 새벽 브라질의 코스타 두 사우이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에서 유럽의 벨기에와 러시아, 아프리카의 알제리와 함께 조별리그의 가장 마지막 H조에 배정됐다.

물론 각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들이 모인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은 어느 조에서나 어렵지만 브라질이나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강력한 우승 후보를 피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 따라준 조 편성이다.

한국은 6월 18일 쿠이아바에서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이어 23일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알제리와 2차전, 27일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경기가 열리는 도시별로 이동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도 만족스러운 결과다.

전날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시간을 가진 이날 조 추첨식은 독일의 로타 마테우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브라질의 카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의 전설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인연 깊은 벨기에, 얼마 전 만났던 러시아

한국의 첫 상대는 얼마 전 평가전을 치렀던 러시아다. 구소련으로 참가했던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4강에 오른 후 침체기를 겪었지만 유로 2008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다시 강호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예선에서 7승 2무 1패로 승점 22점을 기록하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는 포르투갈을 제치고 F조 1위로 본선에 직행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외에는 이스라엘과 아제르바이잔, 북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비교적 약체와 경쟁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러시아는 세계적인 스타 선수가 드물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체격 조건의 우위를 앞세운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강점은 선수가 아닌 사령탑이다. 이탈리아 AC 밀란과 유벤투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최고의 명문 구단을 이끌고 '우승 청부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지난달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경기 시작 6분 만에 김신욱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전반 12분과 14분 연속 실점을 허용하면서 아쉬운 1-2 역전패를 당한 터라 더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H조에서 가장 전력이 좋은 팀은 유럽의 '붉은 악마' 벨기에다. 한국과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와 1998년 프랑스 대회에 이어 2014년 브라질대회까지 벌써 세 번째 월드컵 맞대결이다.

이탈리아에서 이회택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0-2로 완패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접전 끝에 유상철의 후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공 대회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유로2012에서도 예선 탈락하는 등 부진했다.

그러나 최근의 벨기에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에당 아자르(첼시), 마루앙 펠라이니(맨유), 빈센트 콤파니(맨시티), 토마스 베르마엘렌(아스널) 유럽 명문구단을 누비는 선수들이 넘쳐난다.

새로운 '황금 세대'를 앞세운 벨기에는 단숨에 유럽의 강호로 떠오르며 유럽 예선에서는 크로아티아를 제치고 A조 1위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세계랭킹도 6위까지 상승하며 시드 배정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알제리는 한국이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이다. 알제리의 세계랭킹은 26위로 56위 한국보다 높지만 1982년 스페인, 1986년 멕시코, 2010년 남아공 대회 등 월드컵 본선 경험은 세 차례 밖에 안되고 16강에도 올랐던 적이 없다.

물론 '아프리카의 복병'으로 불리며 방심할 수 없는 상대지만 코트디부아르, 가나, 카메룬 등 다른 아프리카의 강호를 피하고 알제리를 만난 것이 한국으로서는 H조가 '행운의 조'로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다. 

조별리그를 빛낼 '죽음의 조'는 어디?

이번 월드컵 역시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죽음의 조'가 탄생했다. 특히 '포트 X'로 지정된 이탈리아가 포함된 D조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잉글랜드가 더해졌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이끄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웨인 루니와 스티븐 제라드를 앞세운 '축구 종가' 잉글랜드, 최고의 수비력과 월드컵 4회 우승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불꽃 튀기는 접전이 벌어진다. 코스타리카는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B조 역시 만만치 않은 죽음의 조다.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과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운명의 장난처럼 같은 조에 배정됐다. 여기에 '남미의 복병' 칠레까지 가세하며 흥미를 돋웠다. 반면 호주로서는 불운의 조 편성이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일본은 죽음의 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일정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날 일본은 콜롬비아, 그리스,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C조에 배정됐다.

콜롬비아는 세계랭킹 4위에 오른 막강한 전력에다가 개최국 브라질이 홈 라운드나 마찬가지다. 특히 콜롬비아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휩쓴 세계적인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의 폭발적인 득점력이 강점이다.

디디에 드로그바를 앞세운 코트디부아르는 유럽도 부담스러워하는 아프리카의 강호이며, 4년 전 한국과 맞붙었던 그리스는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4골밖에 내주지 않은 철벽 수비가 강점으로 꼽힌다.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을 제쳤던 이란은 F조에 배정됐다. 시드 국가인 아르헨티나가 버겁지만 월드컵 처녀 출전국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는 충분히 싸워볼 만한 상대다.

한국이 16강에 오를 확률은 얼마일까?

한국의 역대 조 편성을 돌이켜 보면 이번에는 행운을 넘어 '천운'이 따랐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포트 X' 이탈리아가 배정된 D조는 물론이고 브라질, 스페인, 독일 등 세계적인 강호를 모두 피한 덕분이다.

벨기에가 한국보다 전력이 강한 상대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우승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이름값이 높지는 않다. 러시아 역시 다른 유럽의 강호보다는 확실히 수월한 상대라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

그러나 조 편성의 행운이 16강 진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무난한 조 편성이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한국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한국은 2006년 독일 대회에서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같은 조에 조별리그를 치렀다.

당시 한국은 최약체로 꼽히던 토고에 역전승을 거두고,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프랑스와 무승부를 거두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에 0-2로 완패를 당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승점 4점을 얻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팀이었다. 하지만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를 당했지만 그리스를 꺾고, 나이지리아와 비기면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똑같은 승점으로 4년 만에 희비가 엇갈린 것은 아르헨티나가 3승을 거두며 다른 두 팀을 제압해준 덕분이었다. 반면 프랑스는 스위스와 비기면서 한국의 16강 진출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조 편성이 마냥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국이 알제리를 잡더라도 4개 팀이 서로 물고 물리는 접전이 벌어질 경우 홍명보 감독이 승점 계획을 세우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결국 한국은 알제리를 반드시 꺾은 다음 벨기에,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도 최소 1승을 추가해야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의 날카로운 공격과 거친 수비를 극복해야 한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이날 조 추첨식이 끝난 후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36.7%로 전망했다. 벨기에 46.8%, 러시아 37.3%에 이어 3위다. 그만큼 한국은 행운의 조에서도 아직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6개월 동안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를 꺾기 위한 힘을 만들고, 전술을 세우는 것이다. 이날 조 편성이 과연 행운의 조가 될지, 아니면 죽음의 조가 될지는 한국 축구에 달렸다.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에 공시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 편성 결과 ⓒ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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