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형무소 앞 통합진보당... '절박했다'

[비상시국대회 브리핑] 조봉암의 진보당과 이석기의 통합진보당

등록 2013.12.08 17:49수정 2013.12.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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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당원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

당원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 ⓒ 이민선


7일 오후 1시, 통합 진보당 당원 결의대회가 서울 서대문 독립 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관권부정선거·공약파기·민생파탄·공안탄압 박근혜 정권 규탄 비상시국대회'의 사전 행사였다.

서대문 형무소가 코앞에 있어서 그런지, 통합진보당 당원들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 하게 들렸다. 그들 외침의 절박함은 구호만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통합진보당이 당원대회 전면에 내건 구호는 '이석기 의원 무죄 석방, 관권부정선거심판, 진보당 강제해산 저지, 내란음모조작 분쇄' 같은 전투적이고 절박한 것들이었다.

의도 했든 안 했든, 통합진보당 당원대회가 서대문 형무소 인근에 있는 독립 공원에서 열린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었다.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조상인 '진보당' 당수 죽산 조봉암 선생이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 당한 곳이 바로 서대문 형무소이기 때문이다.

조봉암 선생은 1958년 1월, 간첩죄 및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진보당원 16명과 함께 검거되어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 1959년 11월 서대문 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52년만인 지난 2011년 1월 20일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전원 일치로 무죄가 선고되어 신원이 복권되었다.

조봉암 선생 신원이 복권된 것은, 지난 2007년 9월 2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봉암 선생이 연루된 진보당 사건이 이승만 정권의 반인권적 정치탄압이라 결론 내리고, 국가의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독립유공자 인정, 판결에 대한 재심 등을 권고한 결과였다.

이를 의식했는지 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대 국민 연설에서 죽산 조봉암 선생을 언급했다.

a  통합진보당 지도부와 결의대회 연대 단체 대표

통합진보당 지도부와 결의대회 연대 단체 대표 ⓒ 이민선


"죽산 조봉암 선생이 간첩죄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신지 5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렇듯 정당한 일은 역사적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역사적 평가를 받을 때까지 너무 고통스럽다. 그러니 우린 지금 이겨야 하지 않겠나? 우리 아이들은 매카시즘 판치지 않고, 노동자, 농민, 서민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게 하자, 이게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다."


통합 진보당이 처한 현실은 지난 58년 당시 '진보당'이 맞닥뜨린 현실과 비슷하다. 이석기 의원은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당한 조봉암 선생과 비슷한 죄목이다.

지난달 5일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통합 진보당 강제 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이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강제 해산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58년, 강제 해산 당한 '진보당' 과 역시 비슷한 운명이다. 이것이 통합진보당 당원들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게 들렸던 이유다. 


종교·시민단체 대표 연대사에도 시퍼런 날이

a  결의대회 후 서울역으로 행진하고 있다.

결의대회 후 서울역으로 행진하고 있다. ⓒ 이민선


종교계 인사와 시민단체 대표의 연대사에도 날이 서 있었다. 국민운동 본부 공동대표 조헌정 목사(향린 교회)는 "국정원이 개입해서 선거를 치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진보당, 전교조 등을 말살하려 하기 때문에 국가적 위기인데,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이를 나무라는 종교인들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종교인 탄압하는 정권은 다 망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민중이 주인공이 되는 사회 건설은 예수도 원했던 일이다. 진보당을 해산시키려면 저 같은 목사도 다 잡아 가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헌정 목사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박래군 공안탄압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은 "내란 음모 사건은 껍데기다.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을 덮기 위해 조작해 냈다는 게 지금까지 대책위에서 파악한 전부다. 그리고 종북 몰이로 자신들의 위기를 탈출 하려 한다. (그 순간에) 이 땅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사상의 자유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석기와 구속자를 석방 시키고 그 자리에 이 사건 만든 자들을 밀어 넣어야한다"고 외쳤다.

최근 단식·삭발 농성을 진행했던 의원단도 연단에 올랐다. 의원단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오병윤 원내 대표는 "(농성을 진행하던) 24일 동안 찾아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 도적이 매를 들어도 유분수지, 권력을 찬탈한 자들이 도리어 우릴 짓밟고 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김미희·김재연·이상규 의원이 쓰러질 때 속울음을 삼키며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면 과감하게 몸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목숨 걸고 싸우지 않으면 초보적인 민주주의도 누릴 수 없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당원 결의대회에 전국에 있는 통합진보당 당원 약 8천명이 참가, 서대문 독립 공원을 가득 메웠다. 각계 대표의 발언과 함께,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문예공연도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대회가 끝난 후 오후 2시 30분께 독립문에서 거리행진을 시작, 오후 3시 서울역에서 열린 '관권 부정선거! 공약파기 민생파탄! 공안탄압 노동탄압! 박근혜 정권 규탄 비상시국대회'에 참가했다.

비상시국 대회, 갖가지 구호 넘쳐

a  시국대회

시국대회 ⓒ 이민선


비상시국 대회를 개최한 '비상시국회의'에는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민중의 힘 등 2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3시께 2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측 추산 1만1천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비상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비상시국 대회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과 송전탑건설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이 무대에 올라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오는 9일 총파업을 선언한 철도노조와 최근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교조, 압수수색을 당한 공무원노조도 정부의 탄압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비상시국회의는 "(박근혜 정권이) 있지도 않은 내란음모를 조작, 국민이 뽑은 정당을 강제 해산으로 내몰고, 되지도 않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의 보호 밖으로 내쫓고, 관권선거 물타기로 공무원 노조를 압수수색했고, 국민의 비판을 종북으로 몰아 마녀사냥하고 있고, 정권에 장악된 언론은 정권의 실정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또한, "경제 민주화 공약은 1년도 안 돼 성장이니 투자니 감세니 하는 친 재벌 구호로 대체 되었고,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 책임, 쌍용차 국정조사, 반값등록금, 장애인 공약들은 무기한 연기되거나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시국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경, 남대문 시장과 을지로를 지나 서울광장으로 행진을 하다가 경찰의 봉쇄망을 뚫고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했다. 이어 5시 30분경 5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종로2가 사거리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기도 했다. 참가자들 오후 7시경 자진해산했다. 
#비상시국대회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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