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신춘문예 응모작... 이렇게 평가해도 될까?

[주장] 문학청년에게는 중요한 작품... 꼼꼼한 심사위한 제도 개선해야

등록 2013.12.21 14:01수정 2013.12.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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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나는 한 곳의 예심을 맡았다"고 쓴 모 소설가의 12월 19일자 중앙지 칼럼을 읽었다. 다소 허탈하고 의문이 들어 몇 자 적는다.

'문학청년'들에게는 최대 축제인 소위 '신춘문예 시즌'이다. A신문사는 "2546명이 8380편을 응모했다"면서 특히 동시(童詩) 부문에서는 "지난해 827편에서 올해는 1195편으로 44%나 늘었다"고 반색을 표했다.


B신문사에서는 "총 2169명이 원고를 보내와 지난해 1679명에 비해 무려 29.18%나 급증했다"며 "지난해에도 전년도의 1506명에서 1679명으로 10% 이상 응모자가 늘었던 바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C신문사는 "시 부문 응모자는 917명에 응모편수는 3648편에 달했다. 단편소설 부문은 응모자 495명에 503편, 동화 211명에 217편, 문학평론 22명에 23편 등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지방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모 지방지의 경우에는 지난해 2013년에 비하여 2/3수준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시, 단편소설, 수필, 동화 이렇게 네 부문에 총 1435편이 접수됐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로만 보아서는 현재 한국은 '인문학의 위기' 혹은 '문학의 위기'는 아닌 것도 같다.

평소 나는 그 수많은 신춘문예 응모작 중에서 어떻게 옥석(玉石)이 가려지는지 매우 궁금했었다. 이번에 칼럼을 쓴 소설가가 예심을 맡은 신문사는 단편소설 부문의 경우에 응모작이 총 739편이었고, 모두 3명의 작가와 평론가가 11일에 예심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단순하게 계산해보자. 세 명의 예심위원이 똑같이 나누면 246편이 된다. 응모작 한 편당 예심에 소요되는 시간이 20분 걸린다고 가정한다면 4920분으로 82시간씩이 소요된다. 만일 잠을 자지 않고 온통 심사에만 매달린다고 가정해도 꼬박 3일하고도 한나절이 소요된다.
그런데 그 소설가는 칼럼에 이렇게 썼다.

"셋이서 수 백 편이 넘는 응모작을 하루 만에 읽고 본심에 올릴 작품을 고른다는 것이 어쩜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응모를 한 사람들은 그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허나 온종일 본심에 올릴 두세 편을 가려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당선자는 한 명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내게 할당된 작품에서도 당선, 단 하나의 작품만 고르면 되는 일인데, 그 작품은 대개 눈에 확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 소설가는 "하루 만에" 예심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역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24시간(1440분)을 246편으로 나누어보니 소설 응모작 한 편당 심사에 걸리는 평균 소요시간이 5.85분 된다. 그런데 이것은 24시간 동안 온전히 심사만 했을 경우이다.

중간에 식사도 하고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한다고 가정을 해보겠다. 그런 시간을 4시간이라고 가정해보면 20시간이 된다. 그렇게 계산을 해보니 4.88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나는 이 심사위원들이 본심도 아니고 예심을 하는데 잠도 자지 않고 집에도 가지 않고 꼬박 심사에만 매달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작품을 창작할 때와는 다른 상황이다. 그 작가의 이어지는 칼럼 내용은 이렇다.


"예심을 하며 작품 모두를 끝까지 정독할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그럴 이유도 없다. 대개는 도입 부분과 결말을 보는데 그곳에 응모자의 글쓰기 수준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응모자들이 그렇게 소설을 읽고 어떻게 소설의 진위를 가려내겠느냐 묻는다면, 가려낼 수 있다고 난 자신할 수 있다. 신춘문예는 단 한 명의 당선자만 가려내면 되는 일이고 그것은 본심 위원들이 할 일이니 그렇다.

신춘문예가 일종의 백일장과 같은 형식이니 이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당선자는 한 명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내게 할당된 작품에서도 당선, 단 하나의 작품만 고르면 되는 일인데, 그 작품은 대개 눈에 확 들어오기 마련이다. 1차로 정독할 작품을 추린다. 그 말은 떨어뜨릴 작품을 고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작품량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위에 내가 계산한 방식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 소설가는 "1차로 정독할 작품을 추"려서 읽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심을 하며 작품 모두를 끝까지 정독할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그럴 이유도 없다. 대개는 도입부분과 결말을 보는데 그곳에 응모자의 글쓰기 수준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역계산을 해보도록 하겠다. 이 소설가에게 할당된 246편의 작품 중에서 1차로 정독할 작품을 추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8시간이라고 가정해보도록 하겠다. 응모한 단편소설 한 편당 예심에 소요되는 시간이 1.95분이 걸린다.

물론 '쓰레기통'에 있다가 운이 좋게도 '구제'되는 원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속독으로 버려지는 옥고(玉稿)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문학청년들은 어쩌면 1년이 아니라 10년 동안, 혹은 평생을 문인으로서의 꿈을 꾸면서 살아온 이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문학청년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200자 원고지 70매에서 100매 안팎 분량의 응모작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그렇게 짧다니.

신춘문예를 주관하는 신문사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신춘문예 심사제도는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문학청년들도 전 세계에서 거의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등단제도인 신춘문예에만 목을 매지 않았으면 싶다. 이 땅에서, 21세기에 문인이 되는 길은 비단 신춘문예 등단에만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하던가. 좋은 작품, 훌륭한 문학작품은 언젠가는 반짝반짝 빛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신춘문예 #신춘문예 예심 #예심 #인문학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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