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의' 앞둔 국정원 개혁, 연말시한 쫓겼나?

심리전 '정책 홍보 활동 금지' 명시 등 '취지'만 살려... 당 안팎 반발 예고

등록 2013.12.27 14:18수정 2013.12.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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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개혁특위 간사 맡은 김재원-문병호 9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개혁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재원, 민주당 문병호 간사가 머리를 맞대고 향후 특위 운영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난항을 겪고 있던 국가정보원 개혁특위가 27일 마지막 고비만 남겨두고 있다.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전날(26일) 회동을 통해 최종 쟁점이었던 ▲ 국정원 정보관(IO) 정부기관 출입금지 법제화 ▲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인 국정원 사이버심리전 기능 폐지 법제화 등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여야 간사는 이날 중 최종 협상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당의 합의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내 처리'라는 일정에 쫓겨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사실 여야는 지난 3일 4자 회담 합의문에 명시됐던 ▲ 국회정보위원회의 상설상임위화 ▲ 정보위원의 비밀유지의무와 기밀누설행위 처벌강화 및 비밀열람권 보장 ▲ 국회의 국정원예산 통제권 강화 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여야 간사는 겸임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를 상설상임위로 바꾸고, 국정원 예산의 세부항목까지 보고, 심의하는 방식으로 예산 통제권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정보위원 비밀열람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내용 등에 대해서만 예외조항을 두되, 국정원이 성실히 답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정원 정보관 정부기관 출입금지 등 관련 '법제화' 여부였다. 새누리당은 이를 법으로 명시할 경우, 국정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반대했고 민주당은 지난 3일 여야 4자 회담 합의 사안과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취지를 감안하라고 맞받았다. 이에 대한 여야 간사 합의가 연거푸 불발되자, 양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25일 '성탄절 회동'을 통해 '30일 본회의 처리'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살얼음판 국회, 국정원 개혁 '암초' 넘을까)

결국, 양당은 쟁점 사안의 '취지'만 법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국정원 정보관 정부기관 출입금지와 관련, "법령에 위반된 정보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국정원 내규를 따르되, 이를 국회에 별도로 보고토록 했다. 인터넷 댓글 및 트위터 활동 등으로 대선개입 사건을 야기한 사이버심리전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의 홍보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규정을 명시하는 것으로 그쳤다.


모든 쟁점이 해소된 것도 아니다. 현재 민주당은 국정원법 이외에도 국가공무원법 등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과 함께 지난 대선 당시 댓글 및 트위터 활동으로 선거에 개입한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 및 군무원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여야 간사는 군 형법상 처벌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말 절박감 이용해 '어영부영 개혁'하면 국민 속이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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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병헌 원내대표. ⓒ 남소연


양당의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개혁특위가 새누리당의 소극적 태도로 특위에서 정한 일정을 넘기고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사항조차 오늘까지 특위에서 의결하지 못한다면 연말 국회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최소한의 신의성실의 원칙이 무너진다면 국회는 결국 파국으로 갈 것이며 모든 책임은 여당이 져야 한다"면서 "남은 72시간에 미래로의 전진이냐, 파국이냐가 달려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을 근절하기 위해 여당은 보다 성의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잠정 혐상 결과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혹시 협상팀이 연말 협상 시한까지 몰고 가서 절박감과 위기감을 이용해서 어영부영 개혁, 무늬만 개혁, 아리송 개혁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속보이는 짓이고, 국민을 속이는 짓이 될 것"이라며 특위 논의에 묻혀버린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논의'를 촉구했다.

또 "국정원 개혁안 여러 항목에 대해서 여당이 국정원의 대변인으로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데 대해서 차라리 이럴 바에는 다 그만두고 국정원법 9조 정치관여 금지 조항의 처벌 규정을 엄하게 해서 삽입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치·선거개입으로 드러날 경우, 사형, 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미국법의 반역죄에 준해서 처벌하자는 국정원법 9조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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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재원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반면,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국정원개혁법안과 예산안을 한가지로 묶어서 연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며 민주당의 '경고'를 반박했다.

특히 그는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국정원의) 해외 및 대북정보능력, 대테러능력을 강화시키자고 합의한 바 있는데 국회는 국가사이버테러방지법 하나 조차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정원 개혁이라는 것은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고, 해서는 안 될 일은 절대로 못하게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특위 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도 "국정원 업무 조정이나 대북 정보능력 향상 방안, 대테러 능력 향상 방안, 사이버 안전 방안 등에 대해서도 여야 지도부의 '4자 합의'에서 이미 (합의가) 이뤄졌듯이 향후 국정원개혁특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양당이 국정원 개혁특위의 역할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음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최종 합의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재원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종합의'를 전망하면서도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각 당 내부의 반발들을 감안한 반응이었다.

그는 "(국정원 개혁법안 관련) 통신비밀보호법, 국회법, 국회 증언·감정법 등 아직 처리 못한 것이 있어 간사끼리 다시 만나야 한다, 그런 부분만 조율되면 최종합의안을 만들 수 있을 것"면서도 "합의가 안 되면 (전체회의) 못 열리는 것 아니냐, 아직도 첩첩산중이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정책 홍보 금지? 불법적인 심리전 활동 모두 포괄 못 해"

한편, 시민사회도 국정원 개혁특위 '최종합의' 내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등 시민사회는 이날 오전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인 정세균 민주당 의원을 만나, 국정원 개혁법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 시한에 쫓겨 합의안을 졸속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박용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 언론에 보도되는 잠정 합의 내용은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면서 "특히, 사이버심리전 폐지 법제화는 더 분명한 표현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야가 합의한 '정부 정책의 홍보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로 국정원이 그간 저지른 불법적 활동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심리전 활동도 포괄할 수 있도록 표현을 넓힐 필요가 있다"면서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는 우리도 생각지는 않는다, 30일 이후라도 대공수사권 등 논의하지 못한 개혁 사안들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원 개혁을) 정치인만의 몫으로 맡겨두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회적 관심과 시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이번에 못한 미흡한 부분을 개혁할 수 있도록 밀어붙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 #국정원 개혁특위 #사이버심리전 #대선개입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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