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동양사태 또 터진다"...폭탄 막을 대책은?

4인 전문가가 바라보는 올해의 이슈 '동양그룹 사태'

등록 2013.12.31 16:28수정 2013.12.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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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대국민 금융사기극 엄벌하라" 10월 9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앞에서 동양그룹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제2의 동양사태는 또 터진다. 빚 돌려막기 폭탄은 아직 남았다."

2013년 동양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2008년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사태,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최근의 LIG 그리고 동양사태까지 끊임없이 일어나는 부실금융 사고를 봐도 금융권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만난 동양사태 피해자들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여성, 노인, 생활자금이라는 점이다. 제보 전화 중 열에 아홉은 여성피해자일 정도이다. 금융소비자보호원에서 만난 고령층은 피해당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개념도 잘 알지 못했다. 대부분 피해유형은 노후자금, 자녀 결혼식 자금 등이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가 무려 5만 명, 피해금액은 1조7000억 원에 달한다. 마치 짜놓은 듯 한 동양 피해자들의 중심에는 불완전판매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가 자리 잡고 있다.

동양사태를 비롯한 각종 금융사고에서 거론되는 불완전판매. 이와 더불어 동양사태 전반에 대해 각계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이범용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책임연구원,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파산 알고 판매하면 '사기'..."입증하기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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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유동성 위기 여파로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동양증권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점. ⓒ 김시연


김상조 소장은 불완전판매는 금융법상, 사기는 형법상 용어라고 설명한다. 현재 동양증권은 동양 계열사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 상품의 위험도, 손실 위험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사기판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사기죄 구성요건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양그룹이 부실이 심각해 조달한 자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길은 분식회계 여부이다. 분식회계를 했다면 사기죄를 입증할 수 있다. 그러나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면 돈을 값을 생각이 없었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사기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관적인 심리상태를 입증하는 것은 희박하다."


이범용 책임연구원도 사기와 불완전판매를 결정하는 요소는 동양증권 판매직원들이 회사가 파산될 상황을 알았는가의 여부라고 답했다.

"동양증권 직원들이 만약 파산할 거를 알면서도 판매했다면 충분히 사기판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회사에서 지원해줄 거라 생각하고 판매를 했다면 불완전판매로 봐야한다. 회사가 파산될 상황을 알았느냐 몰랐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반해 제윤경 대표는 "불완전판매는 사기판매를 미화시킨 표현"이라며 "이번 사건은 완전하지 못한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를 속였기 때문에 사기가 맞다"고 주장했다.

홍성준 사무처장도 고위험군 금융상품을 계획적으로 판매한 사기라고 설명했다.

"불완전판매의 반대말은 완전판매이다. 금융상품의 완전판매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상품 숫자가 '1+1=2' 라는 식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숫자들이 아니다. 재무제표도 모르는 개인피해자를 상대로 위험한 상품을 안전하다고 속여서 판매한 사기다."

소비자 이용해 빚 돌려막은 기업들...제2의 동양사태 일어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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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못 먹고 아낀 돈인데..." 10월 9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앞에서 동양그룹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게다가 동양사태가 터지고 피해자들이 속앓이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동양의 높은 이율을 좇아 투기를 했다는 일부의 시선 때문이다. 동양은 시중금리가 3% 수준일 때 7~8%의 금리를 제공했다. 게다가 투자자의 상당수는 이 상품에 2회 이상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에 대해 이범용 책임연구원은 "불황에 고금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기업이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이 마른 자에게 독이 든 물을 가져다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예전에는 적금이나 예금만으로도 서민들이 사실 수 있었지만, 경제 불황에 저금리가 계속되다 보니 고금리, 고수익을 안겨 줄 수 있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찾게 됐다. 그 점을 기업체들이 악용했다. 저축은행 후순위채권이나 이번 동양사태 같이 위험한 상품을 잘 모르는 소비자에게 권하면서 자기들의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윤리를 저버리고 소비자를 이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윤경 대표는 "재투자비율이 높은 것이 금융다단계 사기수법의 전형"이라며 "고위험 상품을 안전하다며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투자하도록 해 죄질이 나쁘다"고 단언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단순하다. 고수익을 보장했고, 저번에 투자했을 때 약속한대로 고금리로 돌아왔으니까 잘 알던 직원이 추천을 하니 신뢰하고 다시 투자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금융은고위험 상품 팔 수 있다. 그러나 고위험 상품이란 설명을 쏙 빼고 판매했다. 금융판매자는 위험하면 소비자한테 투자를 권하지 않는 것이 의무이자 정석이다"

이어 제 대표는 앞으로 제2의 동양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기업이 계속 소비자들을 속이고 사기판매를 해 빚 돌려막기를 한 폭탄이 계속 터져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이었다면 신제윤 금융위원장·최수현 금감원장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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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9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 등 동양그룹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투자자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그렇다면 판매자와 소비자의 행위 등 자본시장을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당국은 그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동양그룹 위기설이 확산하던 지난 4월 금융회사가 신용등급이 낮은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금융위원회가 마련해 놓고 이를 곧바로 시행하지 않았다. 또한 금융감독원도 동양증권의 반복적인 불완전 판매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성준 사무처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축은행, 동양사태등 금융 사기사건을 보면 금융당국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금융사태를 저질렀던 금융관료들은 지금 다 잘살지만 소비자들은 그것 때문에 계속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윤경 대표도 "해외 같으면 동양사태 정도면 금융감독당국 관료들은 다 옷 벗고 해체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범용 책임연구원은 금감원 역할의 한계를 인정하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감독과 소비자 보호 두 측면을 모두 소화하기엔 한계가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 사태로 동양사태를 책임졌다고 보긴 어렵다. 불완전판매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배상금액이 결정 날 것 같은데 얼마만큼 여기서 금융소비자 입장을 반영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주느냐가 사후책임이지만 그나마 금감원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길이 될 것이다."

신용평가사, 내부고발자 활성화·시민 참여 등으로 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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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대국민 금융사기극 엄벌하라" 10월 9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앞에서 동양그룹 금융상품 피해자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또한 신용평가사의 부실평가가 이번 동양사태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동양그룹은 부채율이 1200%가 넘는 부실이 심각한 기업이었지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신용평가사들에게 A등급을 받았다. 원칙대로 신용평가를 했다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CP를 발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 가운데 8월 말 이전에 투기 등급인 C등급을 받은 회사는 한 곳도 없다.

김상조 소장은 신용평가사가 피감사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신용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고발자 활성화를 통한 신용평가사의 개혁방안을 제안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수수료를 주는 회사가 협상에 우위를 갖는 경우가 많다. 우선 내년 도입 예정인 그룹의 신용평점이 아니라 개별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평가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또한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금융관련해서 전문직종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불법 행위는 내부고발자가 제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홍성준 사무처장도 시민단체등이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사로의 변화를 제안했다.

"신용평가사는 사적 금융들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금융권의 등급을 매긴다. 신용평가사에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직원들에 대한 처벌기준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시민단체, 노동자, 소비자, 자본, 정부 등 각각 대표들을 파견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 지금처럼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자본시장 자체의 불완전성, 불투명성이 커진다."  

최초로 국민검사청구 받아들여지는 긍정적 성과도 나와

반면 동양사태를 겪으며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지난 10월 최초로 동양 사태 피해자들 600명이 낸 국민검사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지난 5월 국민검사 청구제가 도입된 이후 최초의 시행 사례가 된 것. 그러나 금감원의 특별검사의 진행상황은 아직 30%정도이다. 내년 5월이 되어야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배상비율이 정해질 예정이다. 전례를 보면 피해금액의 20~40%정도선에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홍성준 사무처장은 금감원에서 일부라도 당장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체로 피해자들은 노후 퇴직금, 전세금인상분, 딸 결혼식 생활자금을 넣어뒀다. 당장 필요한 돈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잘못된 정책 때문에 피해가 생겼으니 일단은 피해구제를 전면적으로 해야 한다. 그 다음 정부가 금융자본과 관료들에게 징벌적으로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금융관료 편에서 일하고 있다.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 끌기를 하면서 피해자들이 지쳐서 스스로 떨어져나가길 기다려선 안 된다."

#동양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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