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정원 개혁법안과 새해 예산안을 일괄 처리키로 합의한 시한인 30일 자정을 넘기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대기중이던 의원들에게 여야 협상 진통으로 본회의가 연기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남소연
국회는 지금 예산과 법안 심의가 한창이다.
지난 10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아래 예결특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보통 계수조정소위라고 함)의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상임위원회별로도 예산심사소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날마다 열리고 있다.
비좁은 소위원회 회의장이 의원들과 보좌진, 전문위원, 입법조사관, 정부 관료들로 북적북적 붐빈다. 본인 질의 순서가 아닐 경우 드나들기도 하는 상임위 전체회의와 달리 소위원회는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자리를 뜰 수 없다. 게다가 상임위는 하루만 열리지만 소위원회는 1~2주 동안 거의 매일 진행된다. 종일 회의 배석하고, 돌아와 다음날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보좌진에겐 소리 없는 중노동의 시간이다.
예산 심의... 국회 보좌진에겐 중노동의 시간예산소위가 끝나자마자 법안소위 위원으로 사보임(국회 상임위나 특위 위원을 교체하는 절차)하였다는 의원실의 후배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의원실은 보통 한 개의 소위 활동만을 하는데, 연이어 두 소위를 한다는 건 마라톤 풀코스를 뛰자 마자 북한산 등반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철인 3종에 버금간다 해도 의정활동의 실질적 성과는 예산과 법안으로 증명되는 것이니 소홀히 할 수 없다. 순전히 긍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 맺는 시기이기도 하다.
철이 철이니 만큼 오늘은 예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국회 관련 용어는 낯설고 어렵다. 예산 영역은 더하다. 미리 말했으니 마음 편히 전문용어를 사용하겠다.
예산안 심의는 국회의 중요한 권한 중 하나다. 헌법은 예산안의 편성·제출권은 정부에, 심의·확정권은 국회에 주어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심의는 연말에 진행되지만 예산안 편성은 중앙관서의 장이 중기사업계획서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1월 31일부터 시작된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편성지침을 각 부처에 시달하고(4월 30일), 부처는 지침에 따라 예산요구서를 제출한다(6월 30일).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 요구안을 심사 조정한 후,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승인을 거쳐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예산 편성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반면 심의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다. 올해만 봐도 10월은 국정감사가 있어서 사실상 예산심의가 불가능했고, 11월엔 여야 대치국면이었으니 12월에야 비로소 본격적 심의가 진행됐다. 해마다 양상은 비슷하다. 일찍 시작하면 11월, 늦어지면 12월, 아주 늦어지면 12월 말까지 간다. 시간의 양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현재 주어진 시간은 깊이 있는 심의를 하기에 너무 짧다.
예산안 심의는 단순히 정부의 예산 '지출 계획'에 대한 승인이 아니다. 예산안에 첨부되는 서류만 해도 세입세출예산 사업별 설명서, 예산안심의자료 및 부속서류, 성과계획서, 성인지 예산서, 조세지출예산서, 독립기관(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감사원 예산감액 내역 및 의견서 등이 있다. 이와 별도로 기금운용계획안, 국가 재정운용계획,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 임대형 민자사업 정부 지급금 추계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국가보증 채무관리 계획 등의 서류가 줄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