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대전 참전 영웅 '낙하산 견공부대'를 아십니까?

[김당의 톺아보기]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숨은 영웅 '패러독스'

등록 2014.01.02 14:19수정 2014.01.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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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지한 '패러독스' 공수군견의 낙하산은 사람들의 낙하산보다 작다. 날짜 미상인 이 사진은 트릭시란 군견이 미국 조지아주 포트 배닝의 로슨필드에서 낙하해 착지에 성공한 후의 모습이다. ⓒ Corbis


1944년 6월 6일은 흔히 'D-Day'(중요한 작전이 예정된 날) 또는 ' The Longest Day'(가장 길었던 하루)라고 부른다.

미-영 연합군이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한 이날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중차대한 작전이 개시된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연합군은 승세를 굳혔고 독일군은 패색이 짙어졌다. 그에 앞서 수많은 병사들이 각자 주어진 임무가 주어진 그날을 위해 동원된 가운데 작전의 성패를 알 수 없어 불안초조한 상태에서 지내야 했기에 모두에게 그날은 그렇게 길게 느껴졌을 법하다.

연합군은 이 상륙작전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준비했다. 상륙부대와 장비, 그리고 보급품을 준비하고 한편으로는 적의 저항력을 공중폭격으로 충분히 분쇄해야 했다. 이윽고 1944년에 들어서자 연합군은 상륙정과 보급품을 충분히 갖추게 되었다. 그해 1월에는 사령부를 편성하고 최고사령관에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을, 지상군사령관에는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을 임명했다.

낙하산 타는 개들, '패러독스'( para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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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의 숨은 영웅 빙(Bing) 제2차세계대전에서 활약한 공수군견 빙의 스토리는 이 삽화와 함께 Gil Boyd의 에도 소개되었다. ⓒ Andrew Woolhouse/Gil Boyd


하늘과 땅에서 나치 독일과 싸워온 영국 육군의 제13공수부대(13th Parachute Battalion)는 그날(D-Day) 독일군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신무기'를 개발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 온라인판 최신호에 따르면, 그 신무기는 바로 이른바 '패러독스'(paradogs)라고 줄여서 부른 '낙하산 타는 견공들'(parachuting dogs)이었다.

제13 랭카셔 공수부대는 D-Day를 준비하면서 견공들을 부대에 등록해 모험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네 다리를 가진 '패러독스'는 지뢰 탐지와 적에 대한 경계 임무를 수행하도록 특별히 훈련되었다. 이들은 평시에는 부업으로 '두 다리를 가진 동료 부대원'들의 마스코트 역할을 했다. 그들 가운데 한 영웅적인 사냥개는 연합국이 노르망디를 해방시킬 때 거기에 있었다. 전쟁이 끝나기 몇 달 전에는 서부독일로 낙하해 거기에서 발틱해까지 행진했다. 그 덕분에 이 네 다리 짐승은 공훈 메달도 받았다.

아마츄어 사학자인 앤드류 울하우스는 제13공수부대가 1944년 초에 처음 '패러독스'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 근거는 켄 베일리 상병이 당시 부대에서 '패러독스'를 조련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울하우스는 5년간 그 부대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D-Day 전후에 부대원들이 남긴 기록을 수집해 올해 <행운의 13:제13공수부대의 역사>(이하 '행운의 13')를 출간했다.


'행운의 13'에 따르면 베일리는 1941년 허트포드셔(Hertfordshire)에 있는 군견훈련소에 배치되었다. 당시 영국 전쟁성은 라디오로 국민에게 애완견을 전쟁 물자로 내줄(징발) 것을 호소했다. 그중에는 주인 베티 페치가 전쟁으로 배급식량이 부족해져 어쩔 수 없이 보낸 2년생 세퍼드-콜리 잡종견 '브라이언'도 있었다. 훈련소에선 주인이 붙여준 이름 대신 '빙(Bing)'으로 불렀다. 빙 외에도 몬티(Monty)와 래니(Ranee)가 제13공수부대의 '패러독스'로 훈련되었다. 래니는 제2차대전 기간에 공수 점프를 한 유일한 암컷 군견이었다.

기초훈련은 개들이 소음에 익숙해지도록 프로펠러가 도는 거대한 수송기에 수 시간 동안 앉아있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에는 적 저격수나 침투하는 적을 어떻게 탐지하고,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등 가능한 모든 전장 시나리오에 적응하는 훈련 외에도 폭발물과 화약 탐지 훈련을 받았다. 지상훈련은 약 두 달간 지속되었고, 이들이 지상훈련을 종료했을 땐 다른 수색 군견들과 구별되는 공수 훈련을 시작했다.

고기로 유인해 점프하지만 두 다리 병사보다 먼저 '터치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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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된 공수군견 영국 제13공수대대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공수군견들(패러독스)은 국경을 통과할 때 원칙상 검역을 위해 격리되어야 했다. 동료 군인들은 꾀를 내서 국경 통과 직전에 모르핀으로 공수군견들을 마취시켜 박스에 숨겼다. 다행히 공수대대는 영국 그레이브젠드항에 신속히 도착했고, '패러독스 박스'는 공수대대의 다른 짐들처럼 취급되어 눈에 띄지않고 하역될 수 있었다. 사진은 독일에서 찍은 것이다. ⓒ Andrew Woolhouse


공수군견들은 점프하기 쉽도록 낙하 전에는 먹이와 물을 아주 조금만 준다. 군견병 베일리는 1944년 4월 2일 독일산 암컷 세퍼드 래니의 첫 점프를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나는 비행기 탑승 전에 1kg의 고기를 래니에게 인지시키고 주머니에 넣었다. 수송기가 기지를 이륙해 점프 지점에 도달해 녹색 점멸등이 깜빡일 때 나는 고기로 래니를 유인해 점프를 유도했다. 이내 낙하산이 펼쳐졌고 래니는 진자(振子)의 추처럼 가볍게 좌우를 오갔다. 래니는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공포심을 잊은 듯했다. 내가 부르자 래니는 즉시 돌아보면서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래니는 내가 착지하기 80피트 전에 '터치다운'했다. 래니는 한번 구른 다음에 발을 비비고는 이내 주위를 둘러보며 섰다. 나는 래니와 40피트쯤 떨어져 착지하자마자 래니에게 달려가 낙하산을 풀어주고 먹을 것을 줬다."

점프, 착지, 식사로 이어지는 공수훈련을 할 때마다 견공들은 자신의 임무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때때로 어떤 유인장치도 없이 비행기 밖으로 던져지곤 했다. 그런 가운데 '패러독스'가 기다려온 그날이 왔다.

6월 6일 새벽, 연합군은 사상 최대의 육해공군 합동작전을 개시했다. 6500척의 선박과 1만2000대의 항공기를 발진해 첫날 17만 명의 병력을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시켰다. 공수부대는 기상 악화로 인해 광범위하게 흩어졌지만 오히려 그것이 적을 혼란에 빠지게 함으로써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중에는 제13공수부대원들을 태운 비행기도 포함돼 있었다. 두 다리 공수부대원 20명과 네 다리 공수부대원 한 마리를 태운 비행기 3대가 5일 밤 11시30분에 기지를 이륙해 6일 새벽 1시10분쯤에 노르망디에 도착했다.

비행기 해치가 열릴 때까지 모든 것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 영공에 진입하자 비행기는 이내 대공포의 꽝꽝거림과 쉭쉭거리는 소리에 휩싸였다. 베일리와 빙은 마지막 순서로 점프했다. 몬티와 래니는 각각 다른 비행기에 탑승했다. 빙은 네 발을 유럽대륙에 착지하기 전에 낙하산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바람에 동료들이 구조하러 오기 전까지 박격포 공격으로 안면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두 시간 동안 허공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종전 후에 디켄 메달(Dicken Medal)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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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웅 빙(Bing) 제2차대전에 징발되어 패러독스(낙하산 타는 군견)로 활약한 세퍼드-콜리 혼혈종인 빙(원래 이름은 브라이언)은 영국군 제13 공수대대가 참여한 노르망디 상륙과 독일에서의 두 군데 공수작전에 참가했다. 브라이언은 전후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갔고 1947년에 동물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딕킨 메달을 수여받았다. ⓒ Andrew Woolhouse


그럼에도 공수군견들은 지뢰와 부비트랩을 정확히 찾아내는 데 매우 유용했다. 또 공수군견들은 몇초 동안 코를 킁킁거린 끝에 적의 위치를 발견해 경계를 하는 데 도움을 줘 연합군의 많은 인명을 구했다. 그러나 공수군견들은 구조자일뿐 아니라 희생자였다. 몬티는 D-day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래니는 노르망디 착지 직후에 대대와 연락이 끊어졌다.

빙은 살아남아 원래의 주인 베티 페치에게 돌아갔다. 제13공수대대가 임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 공수군견들은 국경을 통과할 때 원칙상 검역을 위해 격리되어야만 했다. 군인 동료들은 한 가지 묘책으로 국경 통과 직전에 모르핀으로 공수군견들을 마취시켜 박스에 숨겼다. 다행히 공수대대는 영국 그레이브젠드항에 신속히 도착했고, 공수군견을 숨긴 박스는 공수대대의 다른 짐들처럼 취급되어 눈에 띄지 않고 안전하게 하역될 수 있었다

브라이언(빙)은 1947년에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동등한 수훈에 해댕하는 딕킨 메달(Dickin Medal)을 받았다. 영국에서 이 메달은 육군이나 민병대에서 복무한 동안 뛰어난 용감한 행동이나 헌신을 한 동물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다. 영국의 퇴역군인 자선단체인 '동물보호진료센터'가 제2차대전에서 활약한 동물에게 수여한 이 메달은 개 23마리, 비둘기 32마리, 말 3마리, 그리고 부상에도 불구하고 해군함정에서 쥐를 잡은 고양이 한 마리에게 헌정된 바 있다.

빙의 영예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1955년 이 '낙하산 타는 견공'은 런던 북동부의 동물묘지에 묻혔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영국 공수연대와 공군 박물관에서 이 네 다리 영웅을 정확히 모방한 복제품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낙하산을 착용한 이 견공의 메달 옆에는 "용감한 행동을 위하여"와 "우리 또한 복무한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빙 이전에도 영국에는 딕킨 메달을 받은 공수군견이 존재했다. 콜리 믹스견인 롭(Rob)은 1942년 북아프리카 상륙작전 등에 20번 이상 점프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1945년에 딕킨 메달을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부대원의 진술에 따르면, 롭은 부대원들에대한 '정신적인 도움' 말고는 실제의 공훈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부대원들이 롭을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더 오래 데리고 있으려고 꾸며낸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단독 강하'에서 인간과의 '결속 강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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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동등한 수훈 영국 덕스포드 전쟁박물관에는 제13공수부대의 공수군견 '빙(Bing)'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1955년에 죽은 빙은 실제로는 영국 일포드 애완동물 묘지에 안장돼 있다. 오른쪽은 영국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동등한 수훈을 세운 동물에게 수여되는 딕킨 메달 서훈이다. ⓒ Andrew Woolhouse


1935년 11월 미국 잡지 < Popular Science>에는 구소련의 캡슐형태의 군견 공수장비가 소개돼 있다. 캡슐이 지면에 충돌하면 캡슐이 자동으로 열리는 형태다. '패러독스' 최초의 단독 강하는 캐나다에서 북극 지방의 구조활동을 위한 구조견 훈련으로 시도되었다. 이와 관련해선 칩스(Chips)라고 부른 제2차대전 당시 의약품을 운반하던 군견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패러독스를 비행기에서 던지는 이런 광경은 제2차대전 당시의 모습이고 지금은 견공들을 전장에 투입할 때 공수부대원들과 함께 묶어 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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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1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패러독스(공수군견들)의 활약상을 기록한 Andrew Woolhouse가 쓴 책 <행운의 13 - 제13공수부대의 역사> 표지. ⓒ Andrew Woolhouse

존 키건의 <세계전쟁사>(도서출판 까치, 1996)에 따르면, 인간이 처음 야생에서 발견한 말은 현대전의 개량된 말과는 다른 볼품없는 말이었다. 석기시대인은 말을 타거나 몰기보다는 식용으로 이용했다.

사람들이 사육한 말을 식용에서 짐 운반용으로 전환한 것은 기원전 2000년대 초부터다. 말과 달리 사람과 쉽게 친해진 개는 1만2천 년 전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1㎏의 고깃덩어리 말고는 어떤 보수도 없었지만, 이 네 발 달린 '패러독스'는 항상 자발적으로 뛰어내린 것은 아닐지언정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점프했다.

그렇게 해서 제2차세계대전 기간에 많은 인명을 구한 '패러독스'를 다룬 앤드류 울하우스의 책, <행운의 13 - 제13공수부대의 역사>(2013, CreateSpace Independent Publishing Platform)는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
#패러독스 #PARADOGS #공수군견 #빙(BING) #제13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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