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마지막 '시국미사'에 참례하다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아는 가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등록 2013.12.31 16:47수정 2013.12.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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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봉산동성당 시국미사

오늘은 2013년의 마지막 날이다. 시절이 하 수상하고 난분분하여 글을 쓰고픈 의욕이 거의 시르죽은 상태였으나, 어제(30일) 오후 올 한 해의 마지막 나들이를 하고 왔기에 2013년을 마무리할 겸 마지막 글을 쓰기로 했다.

어제 오후 아내와 함께 대전을 다녀왔다. 대전시 유성구 봉산동성당에 가서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봉헌하는 '시국미사'에 참례하고 오밤중에 돌아왔다. 대전교구 태안성당 신자로서 그동안 주로 서울광장과 대한문 앞에서 열린 시국미사에 참례해오다가 올 한 해의 끝자락에 처음으로 대전교구에서 거행된 시국미사에 참례하니 감개가 무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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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봉헌하는 대전교구 시국미사가 30일 저녁 7시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거행됐다. ⓒ 전재우


또 주로 서울에서 뵙던 여러 교구와 수도회 신부님들을 우리 대전교구 성당에서 뵙게 되니 좀 더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대전교구 신자로서 절로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기도 했다. 우리 교구교회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좀 더 새롭게 뜨거워지는 것도 숨길 수 없었다.

대전교구 시국미사를 봉헌한 봉산동성당의 송준명 프란치스코 주임신부는 내가 적을 두고 있는 태안성당에서 지난 2008년 임시 보좌신부로 계셨던 분이다. 오랜만에 뵙게 되니 반가움이 클 수밖에 없었고, 고마운 마음도 컸다.

이날의 시국미사에는 모두 104명의 사제가 참례했다. 다른 교구들과 수도회에서 오신 사제들이 30명가량이니, 대전교구 사제들이 무려 70여 명이나 참례한 셈이다. 그리고 수도자와 신자들은 600여 명이나 됐다. 위층까지 성당 안을 꽉 채우고, 일부 신자들은 성당 밖에서 영상을 보며 미사에 참례해야 했다. 모두들 영상의 기온에 감사하면서….

미사가 시작되기 전 송준명 주임신부는 미리 자리를 잡고 앉은 봉산동성당 신자들을 모두 일어나게 하고 위층이나 로비에서 미사를 지내도록 부탁했다. 또 미사를 마칠 무렵에는 "300명 참석을 예상하고 차와 떡을 준비했는데 곱절이 넘게 오셨으니 봉산동성당 신자들은 차와 떡을 양보를 하라"는 말도 했다.

미사 주례와 강론은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인 전의성당 주임 박상병 루도비코 신부가 맡았다. 주례사제 양 옆에는 송준명 봉산동성당 주임신부와 대전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격인 청양성당 주임 임상교 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서서 공동 집전을 했다.

'영성체 후 기도'를 마친 다음에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강론 모습과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잇대어 보여주는 영상물이 제대 뒤로 내려온 스크린에 펼쳐졌고, 서천성당 주임 김용태 마태오 신부가 기타를 치며 개사를 한 노래들을 부르고는 가수 안치환의 '그날이 오면'을 신자들과 함께 불렀다. 또 목동성당 주일학교 교사인 천지영 로사리아씨가 심금을 울리는 자유발언을 해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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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봉헌하는 대전교구 시국미사가 30일 저녁 7시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거행됐다. ⓒ 전재우


압권은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시국선언문' 낭독이었다. 사제 한 분이 혼자 낭독을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임상교 신부는 신자들을 모두 일어나게 하고는 각자 유인물을 보거나 스크린의 영상을 보면서 함께 선언문 낭독을 하자고 했다. 색다른 풍경이었다. 사제들과 수도자들과 신자들 모두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가락을 맞추어 선언문을 낭독했다. 절묘한 화음이 성당 안팎에서 힘껏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미사 후 성당 뜰에서 차와 떡을 들며 여러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9시 20분쯤 우리 부부는 차에 올랐다.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감사했다. 아내는 내 덕분에 자신도 조금이나마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 수 있어 다행이라며 내게 감사했고, 나는 건강치 못한 내가 먼 길 나들이를 할 때 자주 기꺼이 동행을 해주는 아내 덕분에 즐겁게 운전을 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말기 폐암과 암세포에 의한 골반 골절 등의 병고를 이겨내신 후 건강하신 몸으로 기꺼이 손수 혼자 저녁을 차려 드시며 아들 내외의 먼 길 나들이를 허락해주시곤 하는 노친께도 감사하면서….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1차 시국미사에 가며오며 

나는 최근 출범한 천주교 평신도 임의단체인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대한문 광장에서 열린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의 첫번째 시국미사에도 참례했다. 영성체 후에는 공동대표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고 간단히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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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봉헌하는 대전교구 시국미사가 30일 저녁 7시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거행됐다. ⓒ 전재우


지난 3년 동안 여의도 거리미사와 대한문미사에 거의 매주 참례하면서, 충남 태안에서 매번 혼자 오거나 가족과만 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태안성당 부주임신부님도 함께 오셨다고 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우리 대전교구에서 일곱 분의 신부님들이 오셨다는 말을 했을 때도 박수를 받았다.

대전교구는 서울대교구와 달리 '부주임'이라는 직책이 없지만, 우리 태안성당의 보좌이신 나기웅 엘리야 신부님은 5년차 사제인데다가 일반대학을 다니다가 신학교로 옮기신 분이라 비교적 연만하신 관계로 나 혼자 부주임신부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런 신부님을 내 차로 모시고 대한문을 가고 또 오밤중에 태안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2004년에 착공하여 2008년에 완공한 태안성당의 새 성전 건축에 크게 일조했다. 재산이라곤 지금 살고 있는 32평 아파트 한 채뿐인 내가 가장 많은 금액을 봉헌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는 허탈한 심정이었다.

나는 새 성전 건축을 돕는 일에 전력투구했다. 그만큼 우리 성당에 대한 애정도 크다. 하지만 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전에서 미사를 지낼 때마다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불편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성당 안에서 편안히 앉아 미사를 지낸다는 것이 왠지 부당하게도 느껴진다.

나는 성당 안이나 건물 안이 아닌, 한데서 미사를 지내는 것이 더 마음 편하고 좋다. 추운 겨울 저녁 두 손 호호 불어가면서 한데서 미사를 지낼 때 나는 더욱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되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는 느낌도 안게 된다.

나로 하여금 그런 마음을 갖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그런 마음 때문에 나는 건강치 못한 몸으로도 기를 쓰고 먼 길을 가서 노천미사에 참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로 하여금 정의와 불의를 식별할 줄 아는 눈을 갖게 하시고,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아는 가슴을 지니게 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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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봉헌하는 대전교구 시국미사가 30일 저녁 7시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거행됐다. 우리 부부도 먼길을 달려와 참례했다. ⓒ 박창순


매일 아침마다 그 날 그 날의 '매일미사'를 읽으며 성경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실생활 안에서 복음을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곤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시고 보여주신 바대로, 예수님을 따라 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예수님을 믿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애써 따라가려는 사람이 되려고, 때로는 동분서주도 하는 것이다.

정의를 갈망하는 것, 의분을 갖는 것, 가난한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그들이 왜 가난한지를 묻는 것, 그 모든 것들의 근본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 뜨거운 가슴을 지닐 수 있다. 뜨거운 가슴을 지닐 수  있을 때 그는 정의를 갈망할 수도 있고 의로운 분노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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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봉헌하는 대전교구 시국미사가 30일 저녁 7시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거행됐다. 미사 후 주례사제와 함께 사제들 모두 신자들을 행해 강복기도를 했다. ⓒ 박창순


2014년을 더욱 뜨겁고 굳세게

지난 한 해도 나는 나름대로 뜨겁고 굳세게 살았다. 소설가라는 호칭에 부합할 만한 소설 작품은 몇 편 쓰지 못했지만, 내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갖가지 글을 꽤 많이 썼고, 활기차게 행동하며 살았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지성인,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고, 건강상태가 매우 위험한 지경인데도 신기할 정도로 쌩쌩하게 생활했다. 그 모두가 하느님의 은덕이다. 하느님께서 나를 돌보아주신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너무도 안녕치 못했던, 우스꽝스럽고도 지리멸렬했던 2013년의 마지막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시각이다. 오욕의 시간들과 결별하고 잠시 후면 새해를 맞게 되겠지만, 2014년은 내게 더욱 분주한 해가 될 것 같다. 긴장감 속에서 각오를 하고 있다.  

어제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있었던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시국미사는 2013년의 마지막 시국미사였다. 마지막은 항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법이다. 2014년 1월 6일 저녁 수원시 기산성당에서 봉헌되는 수원교구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각 교구들과 수도회들에서 릴레이식으로 시국미사가 봉헌된다고 한다.

시국미사는 내게 큰 희망이며 은총이다. 시국미사 참례는 내가 더욱 뜨겁게 하느님의 현존을 체감하고, 예수 그리스도님과 일치를 이루는 일이기도 한다. 희망 가운데서, 프란치스코 교종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우리를 통하여 우리를 도우소서"라는 기도를 매일같이 되뇌면서 다가오는 2014년은 더욱 뜨겁게 행동하며 힘차게  살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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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국미사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봉헌하는 대전교구 시국미사가 30일 저녁 7시 대전 봉산동성당에서 거행됐다. 미사 후 성당 뜰에서 사제들과 신자들 함께 떡과 차를 들며 담소를 나누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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