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회가, 대한민국이 부끄럽습니다

900년 가까이 산 서초동 천년향... 교회와 권력이 새로 태어나길

등록 2014.01.01 15:45수정 2015.03.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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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015년 3월 19일 오후 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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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향과 사랑의교회 서초동 천년향과 사랑의교회. 왼쪽에 보이는 사랑의교회는 2013년 11월 준공되었다. ⓒ 전상봉


2013년 성탄절은 특이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과 귀가 교회가 아닌 절집에 쏠렸기 때문입니다. 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지도부는 12월 25일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계사 극락전에 있던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보인 때는 12월 25일 오후 6시 40분께입니다. 이 자리에서 박 수석부위원장은 "조계사에 허락 없이 들어오게 돼서 진심으로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저희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오직 조계사밖에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랑스러운 불통'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대화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았습니다. 그 결과 '사상 최장시간 철도파업' '노동운동의 성지인 민주노총 침탈'이라는 파국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가 깃들어야 할 성탄절을 앞둔 시점에….

신도들의 성탄절 예배를 가로막은 교회

신도들의 성탄절 예배를 가로 막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사랑의교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성탄절 아침 2000여 명의 신도들이 예배를 보려고 옛 예배당에 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문이 용접되어 있어 교인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는군요. 할 수 없이 교인들은 용접된 문을 뜯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교회 측에서 동원한 10여명의 사람들이 가로막았다고 합니다.


물론 사랑의교회 쪽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옛 예배당은 지역 비영리단체나 다문화 교인들을 위한 사역 섬김 센터를 만들기 위해 공사중인 곳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리모델링 업체 쪽 직원들이 문을 용접한 것으로 안다. 예배당 진입을 막은 것은 용역이 아니라 공사업체 직원들이다. 우리 교인들은 6~7명 정도밖에 그곳에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런 충돌 속에서 성탄절 예배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어진 오전 11시30분에야 시작되었다는군요.

사랑의교회는 등록 교인 9만 명을 헤아리는 큰 교회입니다. 주일에 출석하는 교인이 2만~3만 명에 이를 정도랍니다. 1985년 1월 이곳에 자리를 잡은 사랑의교회는 2000석의 본당에 교인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신도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해서 인근 강남역 부근의 상가를 빌려 예배를 봐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교인이 늘자 사랑의교회는 교회를 짓기로 하고 땅을 사들였습니다. 분란의 씨앗은 이때 뿌려집니다. 2009년 6월 사랑의교회는 서초구 서초동 1541번지(총 23개 필지, 약 7000㎡)와 인근 1501-9번지(1개 필지 451㎡)의 땅을 대림산업으로부터 1139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문제는 대림산업이 이 땅을 2009년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약 610억 원에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 불과 넉 달 만에 대림산업은 두 배 가까운 값으로 땅을 되판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값으로 땅을 사들이자 교인들은 오정현 담임목사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니 의심을 안 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의심과 의혹은 결국 오정현 담임목사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상황으로 치닫습니다(지난 2014년 12월 검찰은 오정현 목사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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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모습. 성탄절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사랑의교회 입당을 권유하는 간판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전상봉


엎친데 덮친격으로 문제는 또 불거졌습니다. 오정현 담임목사가 박사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오 목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스트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박사 논문에 표절시비가 일자 사랑의교회에서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논문에 대한 심사를 벌였습니다. 논문을 조사한 조사위원회는 2013년 2월 오 목사의 박사 논문이 36곳 이상 표절되었다고 발표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오 목사에 대한 성토가 들끓었습니다. 교인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교회 측에서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했습니다. 교회 내에 불통의 벽이 생긴 거지요. 이렇게 되자 교인들은 '사랑넷'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오 목사 반대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반대운동의 일어나자 오정현 목사 쪽도 맞대응에 나서 교회는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이런 분란 속에 지난 11월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갱신위원회 쪽 교인들은 매주 금요일 사랑의교회 본당 앞마당에서 따로 예배를 봤다고 합니다. 지난 성탄절에 벌어진 예배사태도 이런 분란과 갈등 속에 빚어진 일입니다.

2013년 마지막 주일인 12월 29일 오후 2시께 사랑의교회를 찾았습니다. 11월에 완공된 교회 건물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으리으리하더군요. 교회 앞마당과 인도는 교인들로 북적였습니다. 겉보기에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풍족해 보이는 교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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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앞 피켓 시위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측 신도들이 오정현 담임목사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전상봉


물질적인 부와 풍족함이 느껴지는 이 교회에 갈등은 격렬했고, 분란의 골은 깊었습니다. 교회 앞 도로 건너편에서는 오정현 담임목사를 규탄하는 갱신위원회 쪽 교인들의 피켓 시위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교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교회 앞 인도에 나타나 "사탄아 물러가라"고 주먹질을 하면서 저주를 퍼붓더군요.

이런 살풍경한 모습 때문인지 사랑의교회 앞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너무나 풍족해 보이는 교회, 그러나 교인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이 필요한 교회가 서초동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교회 앞에는 이런 간판이 놓여 있더군요.

"사랑합니다. 더욱 섬기겠습니다."

2013년이 안녕하지 못했던 이유

사랑의교회 건너편에는 대법원 청사가 권위를 뽐내며 서 있습니다. 대법원 뒤에도 권위로 똘똘 뭉친 하얀 건물이 있습니다. 대검찰청입니다. 이른바 법조타운이라 불리는 서초구 서초동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중앙지방법원 건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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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천년향 천년향 뒤로 보이는 건물이 대법원 청사(왼쪽)와 대검찰청 청사이다. ⓒ 전상봉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이들 기관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권위적인 청사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입니다.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는 건물이 바로 검찰청사, 법원청사입니다.

2013년 대한민국 검찰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이라는 도움을 받은 권력 앞에 휘둘린 한 해였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검사에게 징계를 내리는 부당하고도 무도한 모습의 검찰이었습니다.

지난 12월 18일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상부 지휘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한 징계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용기 있게 수사한 검사에게 상을 주지 못할 망정 징계를 내리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안녕하지 못했던 2013년이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서초동 천년향

서초구 서초동에는 '천년향'이라는 이름의 향나무가 있습니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내려 6번 출구나 7번 출구로 나오면 이 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쉬운 건 이 나무가 차도 한가운데 있어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천년향을 볼 때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이 때문입니다.

천년향의 크기는 수고 18m, 가슴높이 둘레 3.8m에 이릅니다. 1968년 서울시 보호수(지정번호 서22-3)로 지정된 천년향의 나이는 무려 871세입니다. 2009년에 측정한 나이입니다. 그때로부터 5년이 흘렀으니 2014년 새해 천년향의 나이는 876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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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천년향 모습 서초구는 2009년 이 향나무를 천년향이라 이름지었다. ⓒ 전상봉


이렇게 오래된 나무이다 보니 전설이 없을 리 없습니다. 이 나무에는 고려 태조 왕건의 후손이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금천구 독산동 은행나무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 나무를 기리기 위해 서초구는 2009년 11월 19일 나무 이름을 '천년향'으로 지었습니다. 천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푸르름을 잃지 않은 이 나무에 안성맞춤인 이름입니다.

서초대로와 반포대로가 교차하는 서초역 네거리에 고립된 섬처럼 서 있는 천년향은 딱한 처지에 있습니다. 주위로 하루 4만여 대의 자동차가 지나다닌다고 하니 생존하기 무척 어려운 조건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천년향의 앞쪽에 있는 사랑의교회는 갈등과 분란으로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뒤편 대검찰청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13년 대한민국 검찰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지 못하고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입니다. 2014년 새해 천년향의 안녕을 위해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가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검찰은 정당성이 없는 권력 앞에 굴복하지 말고 추상같은 결기로 불의한 권력에 맞섰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 서초동 천년향과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서….
덧붙이는 글 전상봉 기자는 서울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천년향 #사랑의교회 #윤석열 #검찰 #오정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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