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꼭두새벽 국회 파행... 최경환 '쪽지예산' 때문?

대구지하철연장 50억 원 편법 증액 의혹... '서청원 예산'도 논란

등록 2014.01.01 10:26수정 2014.01.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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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예산' 끼워넣은 최경환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하자, 굳은 표정의 최 원내대표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황우여 대표, 이한구 의원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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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최경환, 쪽지예산 끼워넣었다" 폭로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최 의원은 최 원내대표를 특정하진 않았으나, 최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시 하양역을 직접 거론하며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대구 안심역~경산 하양역) 신규 예산으로 50억원 편성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 남소연


2014년 갑오년 벽두부터 국회가 파행됐다. 국회가 1일 새벽 2014년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쪽지예산'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이날 새해 에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 가결 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대구지하철예산 50억 원 끼워넣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업은 대구 안심역에서 경산 하양역까지 도시철도를 신설하는 것으로, 최경환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여권 실세가 편법으로 지역구 예산을 증액했다는 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최경환 지역구 예산, 동의 없이 들어갔다"... '쪽지예산' 공방 끝 정회

최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대구지하철 하양 연장 사업의 경우, 올해 무리하게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했고, 12월 24일에 사업해도 좋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새로운 항목을 만들고 수년에 걸쳐 2800억 원을 들인 사업의 용역 설계비로 50억 원을 새로 집어넣겠다는 요청이 들어왔다"면서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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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최경환이 직접 해명하라"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최 원내대표가 직접 해명하라"며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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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림 "쪽지예산 아니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하자,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이 해명한 뒤 자리로 향하며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스치고 있다. 최 의원은 최 원내대표를 특정하진 않았으나, 최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시 하양역을 직접 거론하며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대구 안심역~경산 하양역) 신규 예산으로 50억원 편성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 남소연


그는 "야당 간사로서 계속 거절하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동의하고 국토위에 해당 사업 관련 새 비목 설치 동의를 요구했지만 국토교통위원장에게 거절당했다"면서 "그런데 오늘 통과된 예산안에 (대구지하철 추가사업에) 50억 원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즉, 국회법상 예산의 새로운 항목을 설치하기 위해서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과정을 어긴 '편법 예산'이라는 주장이었다. 국회법 84조 5항에 따르면, "예결위는 소관 상임위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 의원은 이어, "여당 간사와 기재부 예산팀에 확인한 결과 '편성해서 들어갔다, 죄송하니 공사는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제 새누리당과 책임 있는 당사자가 답해야 한다, 국회법 위반 및 국가재정법 위반에 대한 분명한 응답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최 원내대표의 해명을 거세게 요구하고 나섰다. 또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향해 해당 예산을 예산 집행에서 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급히 해명에 나섰다.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이는 (국토위의 동의가 필요한) 신규예산이 아니다, 기존 예산 80억 원에 50억 원의 재원을 보태 계속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관 상임위의 동의 절차가 필요없는 '계속 사업'이란 얘기였다.

김 의원은 또 "(이 사업과) 똑같은 사업이 호남지역에도 있고 두 사업 모두 지난 12월 24일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는데 호남쪽 사업만 (민주당 소속 위원장인) 국토교통위에서 증액됐다"면서 주승용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의 책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역시 "관련 상임위에 보내서 동의를 구했지만 못 받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으로는 진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기존 계속 사업으로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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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원내대표, 정홍원 총리에게 항의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새해 예산안 통과 직후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정홍원 국무총리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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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과 대책 논의하는 김광림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이 해명한 뒤 자리로 돌아와 최 원내대표 등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역시 정부의 협조 아래 여당 실세의 지역구 예산을 편법으로 끼워넣었다는 의혹만 부채질했다. 야당 의원들은 "신규(사업)가 안 되니깐 계속(사업)으로 바꾼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도 고성을 지르며 맞섰다.

소란은 계속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014년 예산안 처리에 대한 인사를 하러 단상에 나왔지만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결국, 새벽 5시 53분께 정회를 선포했다.

주승용 "동의하지 않은 사업 중 서청원 의원 예산도 있어"

논란은 본회의 정회 후에도 잦아들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해명을 듣고 문제의 예산 집행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친박 원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쪽지예산'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6시 20분께 열린 긴급 의총에서 국회법 84조 5항을 거론하며 "불법이 반영된 채 (예산안이) 의결된 만큼 국회법 위반 사안을 어떻게든 시정해야 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위원장인 주승용 의원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쪽지예산'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예산증액을 하려면) 내 동의가 필요한데 한번 동의를 안 해주니깐 소식이 없었다, 이상하게 쉽게 철회해서 본회의장에서 확인해 보니 (내가 동의하지 않았던 사업) 5개 중 2개가 들어가 있었다"면서 "하나는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에 관한 최경환 원내대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갈천·가수 도로 설계비 지원 사업으로서 서청원 의원 것이었다"고 밝혔다.

대폭 삭감된 학교 비정규직 예산이 여권 실세 의원들에게 쪼개져 나눠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우원식 의원은 "학교 비정규직 예산이 487억 원 들어간 것으로 알았는데 250억 원만 들어갔다"면서 "250억 가량이 사라진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게 쪼개져서 새누리당 쪽으로 들어갔다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당 진상조사위 구성을 요구하며 원내대표 등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그는 "이 책임은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 계수조정소위원이 져야 한다"면서 "사실을 원내지도부가 언제 알게 됐고 언제 보고됐는지, 혹은 묵인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서 밝힐 것은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결과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는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국회법 위반이고, 여권의 실세예산을 챙기기 위한 사기다, 또 심한 이야기로 국민의 세금을 절취한 사건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또 "(의총에서) 문제가 된 예산에 대해서는 전액 무효화되는 것이 맞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책임자 문책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문제된 부분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야당도 입장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여당 실세의 쪽지 예산이 국회 심사망을 피해 기재부의 협력 하에 도둑예산으로 끼어들었다"면서 "이것은 국회에서 일어나선 안 될 '야바위' 짓이다, 기재부 장관 및 여당 관계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쪽지예산 허위사실 유포, 외국인투자촉진법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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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예산' 폭로... 본회의 파행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최 원내대표가 직접 해명하라"며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반면, 새누리당은 앞서 당내 반발로 진통을 겪은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허위사실 유포'라고 맞서고 있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폭로전'으로 규정했다. 그는 "최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어기고 끼워넣기를 했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문제가 된 예산은) 경북 국회의원인 최 원내대표가 경북도에 요구했다가 안 돼서 포기했는데 대구 쪽에서 (지하철 계속사업을 위해) 그 예산을 증액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허위사실을 폭로하며 본회의를 보이콧한 민주당을 규탄한다"며 민주당 최재천 예결위 간사와 주승용 국토위원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자기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데 급급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기재부가 주승용 위원장에게 (대구지하철 예산 증액을) 요구했을 때 주 위원장은 자기 지역구 예산 5개와 거래하자고 역제안 했다"며 "(기재부가) 이를 받지 못하고 신규예산 50억 원 확보 절차를 밟다가 예결위에서 포기한 뒤 계속사업으로 50억 원을 증액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24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한 사업 중 예산 총액이 2900억 원인 호남 지역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주 위원장과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이윤석 의원이 상임위에서 예산을 넣었다"고도 주장했다. 

또 "(최재천 의원은) 예결위 간사로서 이런 문제와 과정, 내용을 잘 알던 사람이다, 문제가 있다면 예결위에서 문제제기를 했어야 맞다"면서 "그 때는 아무 얘기도 없다가 본회의에서 이런 허위사실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쪽지예산' 의혹 제기 타이밍도 문제 삼았다. 2014년 예산안 처리 후 예정돼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처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 원내대변인은 "예산안과 국정원개혁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 시점에서 (논란을 통해) 새누리당이 중점 추진 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처리를 막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민주당의 강력 항의에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외촉법 나가리(무산) 시키려고 저런 거야'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타이밍' 논란과 관련, "외촉법과 연계된 사안이 절대 아니다"면서 "주 위원장이 본회의장에서 예산안을 살펴보다가 발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회의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재개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최 원내대표의 지역구 예산인) 대구지하철 하양연장사업은 국토교통위의 동의를 못 받아 2014년 예산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논란이 된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은 해당 사업과 완전 별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절차상 하등 문제가 없더라도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사업에 해당되는 예산 집행 여부 등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쪽지예산 #최경환 #최재천 #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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