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울산 동구 대왕암 공원 해맞이 수천여명이 대왕암 공원에 새벽부터 와서 해맞이 행사에 참석. ⓒ 변창기
오늘(1월 1일) 새벽 5시.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이 저를 깨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본들 뭐하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1년 7개월 다닌 학교 일용직. 2013년 12월 30일 마지막 출근날. 비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학교 쪽에서 갑자기 부르더니 고용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지난 번에 했던 고용계약보다 나빠진 내용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것이 을 중의 을에 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애 같았습니다.
2월 말에 정규직이 발령 나면 저는 자동으로 계약해지 된다는 내용이 이미 들어 있는데 학교 쪽에서 새로 만든 고용계약엔 2항이 첨가되어 있었습니다. 2항 내용은 '계약기간 종료와 동시에 고용계약을 자동 해지한다'였습니다. 뭔가 억지로 밀어 내려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습니다.
a
▲ 이웃돕기 행사 해맞이 행사장에서 1,000원에 떡국을 팔고 있었습니다. 모두 이웃돕기에 쓰여진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먹었습니다. ⓒ 변창기
a
▲ 소원 풍선 띄우기 수천여명이 일제히 준비한 소원풍선을 띄웠습니다. ⓒ 변창기
a
▲ 해맞이 행사 공연 민요와 민속춤,사물놀이 농악대로 행사가 진행 되었습니다. ⓒ 변창기
남들은 모두 들뜬 연말에 저에게 갑자기 주어진 학교의 선물 덕분에 기분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딸 아이가 가보고 싶다는데 어쩝니까.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울산 동구청이 대왕암 공원 일대에서 2014년 새해 해맞이 행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일산 바닷가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해맞이 행사장에 가려고 줄지어 걷고 있더군요. 행사장은 울기등대 안에 있는 대왕암 공원 공터에 있었습니다. 길 옆으로 소원 적어 풍선 띄우기 하는 곳도 있었고, 이웃돕기 떡국 판매 행사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한 그릇씩 먹고 싶었으나 차비 외엔 가진 게 없어 먹지 못했습니다. 대신 무료로 계란과 떡을 나누어 주어 받아 먹었습니다.
우리가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에 행사장에선 불꽃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하늘높이 오른 축포가 터지면서 커다란 불꽃이 되었습니다. 어둠속에서 이어지는 불꽃놀이에 사람들은 사진도 찍고 소리도 질렀습니다.
a
▲ 수천여명의 해맞이 인파 수천여명의 사람들이 울산 동구 대왕암 공원에서 해맞이 행사를 보았습니다. ⓒ 변창기
행사장 쪽에선 따뜻한 차와 귀밝이 술을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안주로는 두부가 주어졌습니다. 막걸리 한 컵과 두부 한 컵을 얻어서 딸도 조금 마시고 저도 조금 마셨습니다.
행사 무대에선 민요와 민속춤, 민속 농악대가 공연되고 있었습니다. 울산 울기등대에선 아침 7시 30분경부터 밝아졌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소원 적은 풍선을 높이 날렸습니다. 수많은 풍선이 장관을 이루며 하늘 위로 일제히 솟아 올라 갔습니다. 바다 수평선 쪽에 구름이 걸려 있어 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전 8시가 가까워 오자 검은 회색의 구름 너머로 햇살이 비쳐져 나왔습니다. 수천여 명이 넘게 온 사람들은 일제히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날 밝은 바다를 보니 잔잔했습니다. 바닷물에 붉게 물든 태양이 너울거렸습니다. 날씨도 그다지 춥지는 않았습니다. 떠오른 해를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가정의 평온과 나라의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저도 소원을 태양을 향해 빌었습니다. 딸은 고3이 되니 수능 잘 보아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저는 2월 말에 학교와 고용계약이 끝나는 대로 괜찮은 직장을 얻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올해 급한 소망 하나를 바다에 너울 거리는 태양 속으로 던졌습니다. 행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우리도 햇살을 등지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a
▲ 2014년 울산 동구 울기등대 해맞이 구름 때문에 울산 동구 해은 8시경 떠올랐습니다. 평온한 가정과 평화가 넘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 변창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