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분향소 찾은 법륜스님 "늦어서 미안하다"

새해 첫날 유한숙옹 분향소 비공식 방문... "한전·밀양시 사과해야 "

등록 2014.01.01 13:23수정 2014.01.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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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이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를 찾아 향을 피우고 있다. ⓒ 김종술


법륜 스님이 밀양 송전탑 때문에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지난 12월 6일 농약을 마시고 숨진 고 유한숙씨의 분향소를 새해 첫날 찾았다. 법륜 스님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비공식적으로 분향소를 찾아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나눴다.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교에 마련된 분향소는 비닐 한 장으로 겨울바람을 막아 놓았다. 강바람에 헤진 비닐은 덕지덕지 누런색 테이프를 붙여 겨우 지탱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분향소 이불 속에서 추위를 달래고 있던 고인의 큰아들과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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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선 밀양시의원이 송전탑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사연을 풀어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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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다. ⓒ 김종술


법륜 스님은 "일찍 찾지 못하고 늦게 와서 미안합니다. 가을 농사는, 추수는 끝마쳤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고정마을 대봉댁(76)은 "작년에 영감을 하늘로 보내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한전이 내 땅을 빼앗아 가려고 해서 추수도 다 하지 못했다"며 "소도 돼지도 안 된다는데 사람 보고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감도 익기 전에 따야 하는데 따지를 못해서 홍시가 되고, 고추도 시퍼럴 때 따야 하는데 다 익어 버려서 어르신들 고민이 말이 아니다"며 "밀양은 산세가 좋아 관광객이 많이 찾아 농산물 판매도 많다. 그런데 송전탑 때문에 찾는 사람도 줄고 농산물 판매도 감소해 엎친데 겹친 격"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고인의 큰아들에게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큰아들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나서 대화를 해야 함에도 한전이 비공식적으로 (장례) 요청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며 "765 송전탑 때문에 약을 드셨다고 경찰과 동생, 제가 있는 자리에서 밝혔지만, 가정불화로 왜곡하면서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고 비난했다.

법륜 스님은 "억울하니까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니 가슴이 아프다"며 "송전탑 중단 싸움은 끝이 없어 보인다. 하루 빨리 한전과 밀양시가 유족에게 사과하고 원만한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한편, 법륜 스님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 금일봉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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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를 지키던 주민들과 법륜 스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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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이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를 지키던 고정마을 대봉댁(76)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 김종술


#밀양 송전탑 #법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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