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님, 아이들이 웃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푸른 말의 해, 여수 해돋이 풍경

등록 2014.01.02 08:53수정 2014.01.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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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일. 남도 여수에 청마의 희망찬 해가 떠올랐다. ⓒ 심명남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청마의 해 2014년 1월 1일. 첫해가 떠오르더니 뉘엿뉘엿 하루 해가졌다.


마불정제(馬不停蹄)란 말이 있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다. 해가 떠올랐으니 말처럼 열심히 달리는 한해였으면 좋겠다. 새해 첫 해는 누구에게나 그 의미가 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에 열광한다.

그럼 해돋이를 찾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무얼까. 저마다의 소망은 달라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해돋이 찾는 이들... 소망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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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 용월사에서 본 해돋이 풍경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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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일출의 해를 콕 찝어서 엄마의 입에 넣어줬다. 해를 먹고 힘내서 돈많이 벌라구... ⓒ 박형석


오늘 여수는 오전 7시 40분경에 예쁜 해가 떴다. 해무와 함께. 전국적인 해돋이 명소 향일암, 돌산 용월사 그리고 오동도와 마래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또 해돋이를 보기 위해 섬을 찾는 사람들도 눈길을 끌었다.

가족과 함께 동백골에서 해를 맞은 박형석씨 가족은 "날씨가 흐려서 해가 잘 안보일까 걱정했는데 걱정과 달리 첫 해를 봐서 기쁘다"라며 "아들. 딸이 학교생활 잘하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


바닷가엔 단체로 해돋이에 온 젊은이들이 해가 뜨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옷을 벗고 겨울 바다에 입수해 눈길을 끌었다.

돌산 용월사에서 첫 해를 맞이한 장혁씨는 "고1 딸과 중3 되는 아들이 열공(열심히 공부)하고 가족들의 건강과 대한민국이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기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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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골에 해맞이를 보러온 젊은이들이 해가 뜨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옷을 벗고 겨울 바다에 입수해 눈길을 끌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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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요트장에선 일출을 보러 온 시민들에게 신년 해돋이 떡국을 준비한 <꾸미루미봉사단>이 훈훈한 인정을 나눴다. ⓒ 심명남


소호요트장에선 일출을 보러 온 시민들에게 신년 해돋이 떡국을 준비한 '꾸미루미봉사단'은 올해로 2회째 훈훈한 인정을 나눴다. 최병용씨는 "후배들이 떡국 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새해 첫날 떡국 나눔 자원봉사에 참여해 보람이 컸다"라며 기뻐했다.

섬을 찾은 장애 가족의 특별한 해맞이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정인구씨(42)는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일출을 보러 섬을 찾았다. 이날 일출을 보기 위해 낚시꾼을 포함해 약 7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안도가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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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안도 동고지 해맞이 행사에 7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 심명남


정씨는 가족과 함께 <아빠 어디가>의 촬영지 안도 동고지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송종국의 딸인 지아가 생활했던 허름한 집이었다.

그가 다리를 잃은 것은 2011년. 금오도 우학리가 고향인 그는 한가위 때 고향집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서울에서 놀러 온 친구들을 보내려고 집에서 배가 닿는 부두인 여천터미널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커브길에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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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자 정인구씨(42세)의 가족이 <아빠어디가>의 촬영지 안도 동고지에서 배를 타고 해맞이를 보고 있다. ⓒ 심명남


이후 정씨는 오른쪽 다리 허벅지 부분을 절단해야 될 정도로 큰 중상을 입었다. 2번의 대수술 끝에 간신히 다리를 찾기는 했으나 목발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낚시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있는 그는 여수 시내 수정동에서 사글세 집에 살고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가 사는 집이 경매가 진행 중인 암담한 실정이다. 정씨가 해를 보며 빌었던 애처로운 해맞이 소원이다.

"용왕님! 아이들이 웃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낚시도 잘 되게 해주시고 아이들이 절망하고 않고 희망을 가지고 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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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부가 첫해를 맞이해 배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용왕님께 무사안녕을 빌고있다. ⓒ 심명남


참 애처롭다. 올해는 새해 첫날 해맞이를 보며 빌었던 소원들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소원을 빌었다.

"푸른 말의 신이시여! 해돋이 소원을 굽어 보살피소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마의 해 #해돋이 #정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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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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