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공안통치로는 안 된다

63세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에게 닮아서는 안 될 한 가지

등록 2014.01.02 10:53수정 2014.01.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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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부정선거 의혹으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의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이 공안 통치로 일관하고 있어 민주주의 후퇴와 유신 회귀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답습해야 할 좋은 정책이 있다면 당연히 답습해야겠지만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은 어떤 이유로도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인데도 여전히 닮아가고 있다고 느껴지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부터 35년 전 1979년은 박정희 유신독재가 절정을 치닫고 있을 때였다. 그해 5월엔 박정희 철권통치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던 김영삼 의원이 신민당의 총재로 선출됐다. 이후 김영삼 총재는 유신독재에 대해 강력한 저항을 했다. 그해 8월 9일 국내 대표적인 가발수출업체 여자 노동자들의 신민당사 농성에 이은 경찰 병력 2000여 명을 동원, 강제진압에 의한 김경숙씨의 사망사건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가져왔다.

이에 김영삼 총재의 국내정치와 관련한 미국의 <뉴욕 타임스> 보도를 계기로 박정희 대통령은 김영삼 제거라는 칼날을 휘두르게 되었으니 그 때가 그해 10월 4일이었다. 결국 그 칼날은 비수가 되어 자신을 겨냥하게 되었다. 10월 16일 부산대학교에서부터 촉발된 부마민주항쟁은 18일 부산 일대의 비상계엄령과 20일 마산 일대의 위수령으로 잠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1주일 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의해 살해당함으로써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유신독재는 막을 내렸으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나이 63세였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35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박정희 유신독재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고, 미국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으며 노동계에 대한 탄압의 강도가 심해지던 때였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곧잘 나타났던 것이 간첩단 사건 등 공안 통치 방법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철도노조 집행부를 검거하겠다는 명분으로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 사옥에 경찰 병력 5500여 명을 동원해 강제진입을 한 사건을 보면서 한 대학생이 '안녕'을 화두로 한 대자보가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 젊은이가 2013년 마지막 날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분신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는 1979년 당시 노동탄압으로 인해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김경숙씨의 죽음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자신들의 정책에 어깃장을 놓은 사람들이나 세력에게는 어김없이 '종북' 딱지를 붙여 공안 통치로 몰아가는 행태들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은 과거 부친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처럼 느껴져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부친의 공안 통치스타일을 답습해 온 결과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이상 부친의 통치스타일을 계속한다면 그 결과 또한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 새해 들어 간곡히 당부하고픈 것은 금년 63세의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한 번 박근혜 대통령이 절대로 닮아서는 안 될 한 가지는 부친의 공안통치의 마지막 부산물이다.
덧붙이는 글 다음 아고라와 한겨레신문에 송고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신민당 #김영삼 총재 #공안통치 #노동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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