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조개 샤브샤브, 집에서 값싸게 즐겨요

토장국 속 비상하는 새조개

등록 2014.01.02 11:46수정 2014.01.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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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을 뺀 뒤 소금물로 두 세번 헹궈 낸 새조개. ⓒ 염정금


"까  까까 까악"


잎 다 부린 가로수 나목에 까치 한 마리 우두커니 앉아 갑오년 새해가 왔음을 전한다. 간간이 부는 맵찬 바람에 한들거리는 잔가지에 거미줄처럼 금이 간 하늘이 쨍 소리 대신 서슬 퍼런 냉기를 전해서일까? 자꾸만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이렇듯 맵찬 기운에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이면 겨울 철새 날아드는 순천만을 비롯해 여수 가막만과 고흥 득량만엔 피눈물 그렁한 고막과 새를 품은 새조개가 살고 있다. 그래서 초겨울이 되면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갯마을 사람들은 길이 3m, 폭 30㎝쯤 되는 나무썰매인 '뻘배'에 몸을 싣고 꼬막, 바지락 등을 채취하거나 바다로 나가 형망(끌방)으로 황갈색 새조개를 채취한다.

그래서일까? 1월에 들어서부터 역전 사장을 비롯해 5일 장인 아랫시장과 웃시장 심지어 상설 도로 변 시장까지 황갈색 새조개가 자주 눈에 띈다. 대야를 앞에 두고 새조개를 까는 새조개 장수의 손길 따라 날개 접은 새가 곤한 잠에 빠진 듯 새의 부리를 닮은 보랏빛 조갯살이 조개껍데기를 벗어나 쟁반에 놓인다.

새 부리 닮은 발로 훌쩍 뛰어 1m정도의 거리를 새처럼 날아간다는 새조개!

조선 후기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의하면 이 조개는 작합(雀蛤) 속명 새조개(璽雕開)라는 명명으로 '큰놈은 지름이 네댓 치 정도가 될 만큼 크다. 또 껍질이 두껍고 미끄러우며, 참새 빛깔에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새의 부리를 닮아 있다.


또 1980년대 이전에는 경남이나 전남 여수의 가막만, 고흥의 득량만 등지에 대량으로 서식, 어민들의 주요 수입원이 됐던 어패류다. 하지만 양식이 되지 않는 자연산인 이유로 귀족조개, 황금조개라 불릴 정도로 쉽게 맛볼 수 없는 조개였다고 한다. 그러나 천수만을 끼고 있는 남당항에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새조개가 서식하게 되었고 충남 홍성이 새조개 생산지로 유명해지면서 겨울철 별미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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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장육수에 새조개, 시금치, 버섯, 속 배추 등을 살짝 데쳐 먹는다. ⓒ 염정금


이런 새조개는 회, 무침, 구이 등 단백질에 필수아미노산, 철분,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여 겨울철 대표 보양식으로 손꼽히는데 이 중 샤브샤브가 최고다.

파, 무, 버섯, 조개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시금치, 속 배추, 버섯, 미나리 등과 함께 데쳐 먹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조개 샤브샤브의 음식점 판매가격은 보통 1인분에 2.5~3만 원 정도라 제철 별미라도 자주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하지만 저렴하고 푸짐하게 새조개를 즐기시려면 산지에서 직접 구입하여 집에서 해 먹으면 1인분 가격으로 4인 가족이 즐길 수 있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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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 샤브샤브는 토장육수에 겨울철 야채인 시금치, 속배추, 버섯 등을 넣어 데쳐 먹는 음식이다. ⓒ 염정금


먼저 산지 택배 우송이나 재래시장과 수산 시장에 가면 싱싱한 새조개 2kg 정도를 2만 원에 살 수 있는데 새조개의 발에 해당하는 새머리 모양이 짙은 가지색일수록 맛이 좋다. 그리고 사온 새조개의 내장 부분을 눌러 밀듯 내장을 빼고 (좀더 깔끔하게 하기 위해 가위나 칼로 양편으로 가르는 법도 있지만, 씹히는 질감이 자르지 않는 것이 나은 듯함) 소금을 조금 넣어 물에 두세 번 헹궈 건져 둔다. 그 사이 멸치로 육수를 낸 뒤 토장을 푼다. (취향에 따라 고추 간 것을 사용한 얼큰 육수를 사용해도 무방) 여기에 무를 납작하게 썰어 넣고 파도 굵직하게 썰어 놓는다. 그리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미더덕을 넣거나 조개를 넣기도 한다.

토장 육수가 어느 정도 팔팔 끓으면 시금치, 속 배추, 버섯, 새조개 등을 끓는 육수에 담갔다 먹는다. 새조개는 너무 오래 익히면 질기므로 부리 닮은 발이 토동해지면 익은 것으로 초장에 찍어 먹는데 부드럽고 달짝지근하면서도 졸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특히 겨울바람에 단맛이 일품인 시금치와 배추 속잎과 함께 먹으면 새조개의 은은한 바다 향과 야채의 향긋함이 더해져 감칠맛이 배가 된다. 여기에 칼국수를 넣어 후루룩 먹다보면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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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청을 넣어 담은 배추 김치. ⓒ 염정금


특히 눈발이 새털처럼 흩날리는 날,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앉아 따끈한 육수에 손질한 새조개와 야채를 살짝 담가 먹는 새조개 샤브샤브는 한 겨울 추위 물리는 것을 넘어 토장국으로 내리꽂은 새조개의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에 갑오년에 이룰 꿈들,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비상을 감지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순천투데이에도 송고
#새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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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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