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첫 수요시위... "일본 정부는 공식 사죄하라"

아베 야스쿠니 참배, 교학사 교과서 등 큐탄 이어져

등록 2014.01.02 11:43수정 2014.01.0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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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에서 새해 선물을 나눠주는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왼쪽 부터)가 참가자들에게 새해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 정진형


"대단히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 영광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만복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는 추운 날씨와 차가운 아스팔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배를 올린 고등학생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들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할머니 건강하세요"를 연호했다. 할머니들이 나눠준 새해 선물을 받아든 학생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갑오년 새해를 맞은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의 풍경이다.

2014년 1월 1일 12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첫 정기 수요시위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이날로 1107차를 맞은 수요시위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규탄과 함께 최근 일선학교에서 일부 채택된 교학사 교과서의 폐기를 촉구했다. 시위 말미에는 참가자들이 할머니께 세배를 올리고, 할머니들이 준비한 새해 선물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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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첫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이날 수요시위에는 지난 12월 25일 수요시위에서 각각 '한복'과 '날개옷'을 입고 오겠다고 공약한 시민 참가자들이 약속대로 한복과 날개옷을 입고 시위 과정을 함께 했다 ⓒ 정진형


"우리 목소리 작아지면 아베는 더한 행동 보일 것"

이날 수요시위는 미추홀외고 영자신문동아리, 인천전자마이스터고, 대광고, 강원 홍천고, 고창 영선중, 인천 계수중, 숭실대, 서울 희망나비, 여시나비, 평화나비 등 중학생부터 대학생을 망라한 청년들과 시민 300여명이 함께했다. 올해로 각각 89세, 87세를 맞은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도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소녀상 옆을 지켰다.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전범을 숭배하는, 전쟁을 찬양하는 행위"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작아지면 아베는 더한 행동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국제사회에 공조를 구해야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며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전쟁피해자들의 아픔도 지속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교학사 교과서에 실린 위안부 사진 아래에는 그들이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이야말로 아베가 좋아할 말"이라며 "교학사 교과서는 폐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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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를 올리는 수요시위 참가 학생들 갑오년 새해 첫 수요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이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에게 세배를 올리고 있다 ⓒ 정진형


이어진 시간에는 수요시위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있었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의 한 학생은 "일본정부의 역사왜곡과 같은 비겁한 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낱낱이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얼마나 더 부끄러워지려고 하냐"며 꼬집었다.

이날 한복을 입고 수요시위에 참가한 여시나비의 박유리씨는 "수요시위에 나오기 전 위안부를 인터넷에 검색했다가 '전쟁 때 성적 도구로 동원된 여성'이라 정의돼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며 "나를 포함해 여기 있는 여러분이 그때 태어났다면 겪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어렸을 때 인사하는 법, 잘못한 일에 사과하는 법을 기본으로 가르치는데 아베는 이런 기본중의 기본을 모른다"며 "이렇듯 어린 시절 교육과 학교의 가르침, 교과서 언론이 중요한데 최근 경기도의 5개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서울 희망나비의 양고은씨는 "희망나비가 지난 해 전국 30개 대학교를 순회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만 명의 서명을 모았다"며 "수요시위가 인권, 평화, 축제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대협 자원 활동가로서 마지막 수요시위에 참가했다는 신수경씨는 "정대협을 통해 전쟁범죄의 보편성을 깨달았다"며 "전쟁을 통해 할머니들이 겪은 일은 지금도 베트남, 수단, 시리아 등지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나비기금을 통해 할머니들과 같은 고통,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음을 배웠다. 정대협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정대협과 수요시위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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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전달하는 리포터 장원과 정대협 윤미향 대표 이날 수요시위에서 리포터 장원은 싱글 앨범 '쌀이야'의 수익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부할 것임을 밝혔다 ⓒ 정진형


이날 수요시위에는 리포터 장원이 준비한 쌀을 기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원은 "2013년에 방송인 사유리씨와 싱글 앨범 '쌀이야'를 제작해 판매 수익 전액을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에 기부했다"며 "올해는 할머니들에게 수익을 기부할 계획이다. 수요 시위에 올 때마다 작은 선물을 들고 오겠다"고 말했다.

수요시위는 지난 1992년 1월 8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이래 매주 수요일마다 시위를 계속해왔다. 윤 대표는 "오는 8일 수요시위가 22년째를 맞는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강조했다.
#수요시위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참배 #교학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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