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종씨 분신 이유가 '보험 사기'? 경찰 등이 왜곡"

유족과 시민단체, 경찰이 밝힌 분신 동기 정면 반박

등록 2014.01.02 15:34수정 2014.01.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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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역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한 뒤 1일 오전 사망한 이남종(40)씨가 작성한 유서(2장)가 2일 오후 공개됐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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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역앞 고가도로에서 분신한 뒤 1일 오전 사망한 이남종(40)씨가 작성한 유서(2장)가 2일 오후 공개됐다. ⓒ 유성애


[2신 : 2일 오후 5시 45분]
"일부 언론의 '보험 사기' 보도도 사실 아냐"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한 고 이남종(40)씨의 분신 동기를 두고 경찰과 일부 언론이 '신변 비관으로 인한 보험 사기' 등으로 여론 몰이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씨의 유족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장례위원회는 2일 이씨의 유서를 공개하면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장례위원회(가칭, 아래 장례위)'는 이날 오후 고 이남종씨의 빈소가 차려진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언론에 나오고 있는 '보험 사기'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례위 소속 최헌국 목사는 "'보험 사기'라는 주장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지만, 고인은 자기 명의로 차량을 소유하고 편의점도 운영하는 등 실제 생활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전해들었다"며 "경찰이 말하는 생활고나 이런 부분은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최 목사는 또 "고인이 가입한 보험은 운전자 보험으로 한 달에 2만 7770원을 납입하는 정도이며, 보험 혜택도 3개월 이상 지나야 볼 수 있는 상품인데 고인은 가입한 지 1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이 보험은 보험사기에 해당하는 상품이 전혀 아님에도, 경찰이 이런 상세한 내용을 알리지 않고 마치 고인이 신변 비관으로 인한 보험 사기를 벌였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 너무 고인에게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고인은 학사 장교 출신에 국군 대위까지 지냈으며 성실하고 효성이 깊은 분"이라며 "유서 상에는 신상을 비관하는 내용이 없음에도 경찰은 유서에 신상 비관과 함께 빚이 있는 것처럼 발표해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왜곡했다"며 "보험 내용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면서 마치 이를 보험사기인 듯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은폐를 위한 하나의 꼼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씨는) 박근혜 퇴진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검 실시를 외치며 분신했다"며 "분신한 이유는 플래카드에 정확히 써 있고 그걸 뒷받침하는 것이 오늘 공개된 유서다,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 오전 발표한 수사상황 자료에서 "(이씨) 동생의 진술에 의하면, 이씨가 일주일 전 동생에게 전화를 해 이씨가 가입한 보험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꿔 놓으라고 했고, 이씨가 신용불량 상태에서 빚 독촉으로 많이 힘들어 하였다면서 경제적인 이유 말고는 분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보험의 수급자를 바꿨다는 점, 신용불량 상태라는 점 등을 부각시켜 경찰이 이씨의 분신을 개인의 금전적 어려움에 따른 일탈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례위는 "유가족의 의견 청취가 진행 중에 있었음에도 이를 다 듣지 않고 중간에 경찰 보도 자료가 나갔다"며 "유가족의 공식적인 입장은 해당 보도자료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경찰의 보도자료는 굉장히 편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례위는 이날 이씨의 장례식과 관련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의 장례위원 참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신 : 2일 오후 3시 34분]
"두려움 안고 가겠다"...분신 이씨 '친필유서' 공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한 이남종(40)씨의 유서 원본이 2일 오후 공개됐다. 유족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시민 장례 위원회'(가칭)는 이씨의 빈소인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무궁화2호 특별실)에서 2일 오후 2시 40분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불 탄 다이어리와 함께 친필 유서를 복사해 공개했다.

이들은 "경찰의 설명과 달리 유서 내용에는 어떠한 신상 비관도 없다"며 "경찰이 유류품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고 사진촬영도 못하게 했다, 이는 유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지연하려 했던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족에게 남기는 사적인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했다.

다음은 대책위가 공개한 유서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없이 이룬 자유 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 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칙의 잣대를 왜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국민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이상득, 최시중처럼 눈물 찔끔 흘리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던 그 양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아니길 바랍니다. 여러분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모든 두려움을 불태우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다이어리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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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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