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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현실 사이, 이렇게 가까울 수 있군요

[리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힐링영화로 안성맞춤

14.01.13 21:42최종업데이트14.01.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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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틸 사진. ⓒ Twentieth Century Fox

* 이 기사에는 영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과 똑같진 않지만 충분히 행복하게'

 

이 영화를 보며 오랜만에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던 대로 현실이 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거의 그와 정반대다. 바라지 않는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영화 속 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가 바라던 현실을 맞이한 그이지만 그런 현실이 그가 바라던 그대로는 아니었다. 중요한건 그렇더라도 그런 현실이 행복하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의 현실이나 영화 속 월터의 현실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월터는 '라이프'라는 잡지사에서 16년 근속중인 평범한 남자다. 노모와 자유분방한 여동생이 있고, 짝사랑하는 직장 동료 셰릴이 있다. 어느 날 월터는 셰릴(크리스틴 위그 분)에게 인터넷 매칭서비스를 통해 호감을 표시하려다 자신의 프로필이 채워져 있지 않으면 호감 표시를 못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살면서 가본 곳과 한 일을 프로필에 멋지게 쓸수록 이성에게서 호감 표시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월터는 어떻게 했을까. 아무것도. 그저 평소처럼 직장에 출근하고, 멍 때리는 상상 속에서 셰릴에게 멋진 멘트를 날리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지낼 뿐이었다.

 

셰릴과도 그저 직장동료처럼 대활 나눌 뿐이다. 소심한 그는 아마도 평생 그런 식으로 살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던 그에게 하나의 미션이 떨어진다. 라이프 잡지가 폐간되면서 마지막 호 표지에 실을 사진을 구해야 하는데, 그 사진을 구해오라는 미션.

 

월터가 이 잡지사 사진 담당인데, 월터에게 주어진 미션은 그 사진작가를 찾아야 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사진작가는 자유롭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몇 가지 주어진 단서만으로 월터는 그 작가를 찾아 무작정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영화의 시작부터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가 인상적이다. 오프닝 크래딧이 흐르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벤 스틸러 특유의 얼굴 표정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이 영화의 주연과 연출을 맡은 벤 스틸러는 코미디 배우로 유명하다. 그동안 출연해오거나 만들어온 영화들 중에도 코믹한 작품들이 꽤 있었다.

 

이 영화 역시 그의 유머가 군데군데 배어있다. 그러면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한편의 잘 만든 드라마와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진지함도 있고 미스터리 장르 요소도 있으며, 로맨틱 코미디 같은 면도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한 남자의 자아 찾기'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특별한 사건을 찾나요? '평범한 당신이 가장 위대하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틸 사진. ⓒ Twentieth Century Fox


 

평범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여러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월터의 상상이지만 로맨틱하고 스펙터클한 셰릴에 대한 고백신과 재수 없는 직장상사와의 격투신 등은 물론, 월터의 현실이 되는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히말라야와 그린란드와 아프가니스탄의 모습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감독은 그런 장면들을 비교적 창의성 있게 구성해놓았다. 약간의 지루함과 허세도 느껴지지만 심히 오글거리지는 않게 연출했기 때문에 무난히 즐길 수 있다. 벤 스틸러의 연출력은 크게 뛰어나진 않지만 귀엽다. 역시 연출보다 연기가 그의 매력 포인트임을 알 수 있다. 월터라는 평범한 인물을 그처럼 재밌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벤 스틸러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볼거리가 되어준다.

 

셰릴 역의 크리스틴 위그도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으며 특히 사진작가를 연기한 숀 펜은 역시나 호연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약간의 추리 소설 같은 맛도 있으면서 감동적인 반전도 있는데 두 가지 다 영화 좀 봤다는 이들에게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아무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본 평범한 관객들에게는 나름 만족스러움을 선사할만하다. 가족 영화로도 추천할만하고, 특히 배경음악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자리를 뜨고 싶지 않게 만들 정도로 훌륭하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은 새해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본격 여행 지름신 영화'라고 하는데 그 역시 일리가 있지만, 여행을 가든 안가든 열심히 살고 있는 평범한 당신이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느라 꿈을 미룬 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거쳐 한 직장에 근속하고 있는 성실한 월터의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벤 스틸러가 이 영화의 각본에 끌린 이유도(각본은 스티브 콘래드) 뛰어난 상상력과 현실의 대비를 재밌게 보일 수 있어서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월터의 위대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더불어 폐간되는 오프라인 잡지사의 모습에서 소중한 것에 대한 관심을, 영화의 반전을 있게한 월터의 시크한 노모에게서 부모님 세대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한번쯤 곱씹을 만한 영화 속 명대사들도 등장한다. 새해를 맞아 힐링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적당할 듯싶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스틸 사진. ⓒ Twentieth Century Fox


 

2014.01.13 21:42 ⓒ 2014 OhmyNews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벤 스틸러 힐링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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