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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필3', 이별통보에 대처하는 자세부터 남달라

[드라마리뷰] 첫 방송 시작한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 지상파 긴장하라

14.01.14 11:37최종업데이트14.01.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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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예전과 비슷한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보다 감각적이거나, 혹은 보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을 찾기 시작했으며, 같은 로맨스라고 해도 이를 어떻게 풀어내고 그려나가느냐에 대한 표현법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중들의 구미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갑의 자리라는 정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들의 고급스러워진 기호는 드라마 경쟁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으며, 이로 인해 지상파 드라마는 케이블, 종편 드라마의 집중 공격과 맞서야만 했다. 뭔가 다른 구석이 발견되지 않는 지상파 드라마의 최후는 다큐멘터리만도 못한 시청률뿐이다.

지난 13일 월화드라마 판도에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는 케이블 방송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이미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드라마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아 놓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는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다.

여자의 복합적인 심리 세심하게 담아내는 주인공

tvN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의 신주연(김소연 분). ⓒ CJ E&M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의 주된 이야기는 말 그대로 로맨스다. 주인공 신주연(김소연 분)과 주완(성준 분), 그리고 강태윤(남궁민 분)의 삼각관계가 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여기에 신주연의 동료인 이민정(박효주 분)과 정희재(윤승아 분)의 로맨스가 양념으로 첨가가 된다. 스토리를 한 마디로 요약을 해 보면 이 작품 역시 기존의 로코나 멜로드라마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는 첫 회부터 남다른 감각을 보였다. 이 감각은 주인공 신주연을 통해 여자의 복합적인 심리를 꽤나 조밀하고 세심하게 그려나가는 테크닉에 기인한다. 같은 직장 동료이자 연인(알렉스 분)이기도 한 남자와 헤어지는 과정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신주연의 이별은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비현실적이기도 한 오묘한 장면을 연출했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연인의 헤어짐은 엇비슷하다. 한 사람이 이별을 통보하면, 다른 한 사람은 이유를 묻는다. 프러포즈인 줄 알고 나간 자리에서 듣게 되는 갑작스런 이별 통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신주연은 다른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여주인공과는 다른 대사로 이별에 응수한다.

남자친구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목걸이 주문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러 간 자리라서 신주연은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랑 결혼해줄래?'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하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전혀 뜻밖의 한 마디를 툭 하고 내던지듯 말한다. "헤어지자!" 순간 신주연의 하늘 위를 날아가는 듯한 표정은 더러운 시궁창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표정으로 급변하고 만다.

그러나 약 5분간의 침묵이 흐른 후 신주연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나온다.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까?" 이 말에 오히려 그녀의 남자친구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왜'라고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화가 나고 흥분하는 사람은 되려 그녀가 아닌 그녀의 남자친구다. 확실히 신주연은 기존의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띤다.

생각해보면 그리 독특한 캐릭터는 아니다. '왜'라고 묻고 붙잡는다고 해서 다시 돌아올 건 아니지 않냐는 그녀의 말이 사실이기도 하고, 현실에서도 대부분 그러하니까. 어쩌면 신주연이 이별을 맞이하는 방법이 우리가 이별을 맞이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흡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그러나 그 자체가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흘러가 버리고 마는 그런 이별 말이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의 주완(성준 분)과 신주연(김소연 분). ⓒ CJ E&M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는 이런 방식으로 로맨스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허를 찌르는 장면이 바로 우리네 일상이며, 리얼한 삶의 단편임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여기에 노골적인 키스신도 첨가하고, 가식을 벗어 던진 성적인 묘사도 아끼지 않는다. 지금을 살아가는 20~30대 여성들의 로맨스를 필터링 없이 투명하게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신주연 역을 맡은 김소연은 이런 감각적인 스토리와 연출력에 반전연기를 얹어 놓는다. 그동안 감추어왔던 상큼 발랄한 면과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을 이 작품을 통해 유감없이 뽐내고 있는 중이다. 다소 유아적인 어리광부터 시작해서 순진무구했던 시절의 순수함, 거만에 가까운 도도함에 지극히 여성스러운 분위기까지, 그녀는 다중적인 매력을 표정과 연기, 스타일링을 동원하여 마음에 쏙 들도록 그려내고 있다.

성준과 그려나갈 연상연하 커플 연기도 기대해 봄직하다. 아직 그들의 케미(어우러짐)를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는데도,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또한 함께 마주한 장면에서 야릇한 설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신주연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해내기 위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노력한 김소연의 연기 내공이 성준과의 그림을 더욱 그럴싸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현재 지상파의 월화드라마는 그저 그런 양상을 띠고 있다. MBC <기황후>가 선두를 잡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가 시작됨으로써 2차 드라마 전쟁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로코나 멜로 드라마를 원하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드라마가 막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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