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유출 사고가 국민 탓? 현오석 발언 두고 부글부글

"어리석은 사람이 걱정만" 책임 전가 발언 논란... 여-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등록 2014.01.23 11:04수정 2014.01.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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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유출 사고로 심각한 현오석 부총리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교안 법무부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종합방지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현 부총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를 했다. ⓒ 유성호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뭇매'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마저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매우 부적절한 발언", "오만한 발상이자 국민 무시"라며 성토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이 연달아 당정협의를 열면서 상황 수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경제부처의 수장이 직접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나선 꼴이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전날(22일)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경질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하는데, 현명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줬지 않느냐"라고도 말했다.

이는 즉각 이번 사고의 책임을 금융소비자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무엇보다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금융소비자 등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하했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새누리 "'어리석은 사람' 발언한 현오석, 국민 염장 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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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현오석 경제부총리 질타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과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이혜훈 최고위원은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발언에 대해 "금융당국의 제 식구 감싸기이며 불안에 떠는 국민들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한 것은 국민 무시, 오만한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 유성호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이 된 현 부총리의 발언을 거론하며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개인정보) 유출은 처음이 아니고 수 년 동안 반복된 것"이라며 "금융감독당국에 책임이 없다는 부총리는 '제식구 감싸기'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백 번 양보해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을 규명하기 어렵다해도 피해를 입고 불안에 떠는 국민들이 금융당국의 책임을 따지는 것에 대해 '어리석은 사람'이라니,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필요하다면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들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감독당국의 책임 여부는 부총리가 혼자 맘대로 결정하는 일이 아니라 국민이 따지고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며 "현 부총리는 국민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 확실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최고위원 역시 "(현 부총리는)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한 현실을 알고 말했는가, 책임은 당연히 따지고 물어야지 눈 감고 넘어갈 일 아니다"면서 "(현 부총리의 발언은)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 엄중 문책을 지시했는데 과연 경제부총리 맞는가"라며 "현 부총리는 자신의 실언에 대해 빨리 사과하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여론은 당 지도부 내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현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총책임지고 있는 경제수장이 현 사태의 책임을,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국민에게까지 책임을 전가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기업에 대한 책임은 강력하게 묻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부의 책임론이 부각되니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하고 자기 사람 감싸기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바로 이 상황에 적절한 말일 듯하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동양그룹·저축은행 사태와 2011년 현대캐피탈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을 거론하며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금융감독당국의 직무유기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기다려주는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지 못할망정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훈계하는 현 부총리의, 공직자로서 비상식적인 발언과 인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현 부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진심어린 사죄를 하고 책임있는 과정과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 "외눈박이는 두 눈 가진 사람을 비정상으로 본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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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 참석한 김한길-전병헌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야당도 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외눈박이에게는 두 눈 가진 사람이 비정상으로 보인다는데, (현 부총리의 발언은) 외눈박이식 인식"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은 정부가 책임을 묻는 국민을 어리석다고 하는 오만과 무책임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어리석어도 좋으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상이 정상을 어리석다고 하는 이 정부, 얼마나 어리석어질 것인지 걱정"이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현 부총리는) 한 번도 본인의 손으로 카드를 발급받은 경험이 없는 게 아닌가"라며 "우리는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것이지 정보 유출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것도 구분 못하는 분이 지금 경제부총리라는 사실에 굉장히 가슴 아프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을 탓하기 전에 정부는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경질하고, 금융사고를 일으킨 해당 금융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 부총리는 해당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어제 제가 소비자 정보제공에 대해 말한 게 일부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번 사고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소비자의 96%가 정보제공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금융소비자도 앞으로 거래 시 좀 더 신중하자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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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정부, 금융당국 책임 지는 모습 내놓아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용카드사 신용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은 총체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현오석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신제윤 #이혜훈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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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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