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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예능프로, 이제 '아이들'이 이끈다

[분석] '아빠 어디가'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까지

14.01.27 16:42최종업데이트14.01.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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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예능 출연자들의 연령이 확 낮아졌다. 2013년 화제가 된 프로그램 MBC <일밤-아빠 어디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통해 올해도 '아이들'이 TV를 점령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들의 2세에 대한 이야기는 연일 기사화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사다. 이와 동시에 일각에서는 '아이들의 상품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와중에 SBS가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오 마이 베이비>를 지난 13일부터 정규 편성하면서 방송 3사의 육아 프로그램 경쟁구도가 형성되었다.

육아를 소재로 삼은 점은 같지만, 세 프로그램의 특징은 나름대로 분명하다.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들에게 슈퍼맨 같은 존재인 아빠가 엄마의 육아를 대신한다. <오 마이 베이비>는 다세대 가족의 육아를 다룬다.

지난 26일 방송된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각각 11.9%,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두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신규 편성된 <오 마이 베이비>가 아직 방송 초기지만, 이런 흐름을 통해 가히 육아 프로그램 전성시대가 온다고 예상할 수 있다.

<아빠 어디가> 2기, 아이들의 성장에 집중해보길

MBC 예능프로 <아빠 어디가> 2기 촬영 현장. ⓒ MBC


<아빠 어디가>의 강점은 형식이다. KBS <1박2일>이 이미 선행했던 여행과 복불복 게임을 가져와 부성애 코드를 가미했다. '아빠와 여행'이라는 특별한 이벤트 속에서 아이들이 의지할 곳이라곤 아빠뿐이다. 엄마 없이 둘 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빠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여기에 아이들끼리 장을 보는 등 아이들 중심의 에피소드를 통해 일어나는 여러 상황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6일엔 새로운 출연진이 투입된 2기가 첫 방송됐다. 과거 '운지', '엄창' 등의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 논란에 휩싸였던 김진표를 비롯해, 대중에게 낯선 안정환, 류진이 자신들의 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대중들은 새롭게 바뀐 출연진을 중심으로 <아빠 어디가>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년간 1기 아이들은 눈물로 방송을 시작해 웃음으로 끝을 맺었다. 2013년 1월 김성주의 맏아들 김민국은 첫 출연부터 눈물을 보였다. 아빠와 함께 하룻밤을 지낼 숙소를 복불복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허름한 집을 선택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집을 바꿔달라", "밖에서 자겠다"며 울음을 그치지 않은 김민국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에는 '떼만 쓰면 다 된다'라고 생각하는 철없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민국이는 방송이 거듭될수록 맏형이라는 책임감과 함께 똘똘한 면모를 보였다. 이를 비롯해 지난 <아빠 어디가> 방송에서 눈에 띄는 건 아이들은 물론 아빠들까지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성장코드에 좀 더 집중한다면, 이를 새로운 시즌의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다양한 '슈퍼맨' 캐릭터가 돋보여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한 장면. 추성훈의 딸 추사랑의 모습이다.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단연 캐릭터의 매력이 강했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출연자들이 나오면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다양해 진 것이다. 외동딸 추사랑을 키우는 추성훈을 통해 '딸 바보' 코드를, 장현성의 두 아들 준우-준서 형제를 통해 '형제애' 코드를,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타블로가 '철부지 아빠' 코드를 형성했다. 여성 편력이 심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이바람'으로 불리던 이휘재가 쌍둥이 아버지가 되면서 좌충우돌 아이를 돌보는 모습도 재미를 더했다.

그 중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인 일등 공신은 단연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다. 추사랑의 '먹방'(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과 특유의 애교가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가장 큰 강점은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예민하지도 않고 갑갑하지도 않다. 담백하고 소소하게 일상을 보여준다. 타블로의 딸 이하루는 물고기를 좋아하고, 추사랑은 미키마우스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휘재의 쌍둥이들은 번갈아서 울고, 준우는 돈 계산을 못한다.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에피소드기에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고를 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만큼 어떤 큰 이슈를 몰고 오지 않는다는 면도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화제가 된 내용은 추사랑의 애교와 출연자 아내의 미모 정도였다. 프로그램의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다소 심심한 에피소드를 보강한다면 좀 더 많은 마니아를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오 마이 베이비>, '황혼 육아' 콘셉트는 어디로?

SBS 예능 프로 <오 마이 베이비>의 한 장면. 샤크라 출신 이은의 가족들. ⓒ SBS


'황혼 육아' 콘셉트로 파일럿 방송을 시작했던 <오 마이 베이비>는 점차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한국사회의 고령화 가족에 코드를 맞췄었다. 정규 편성이 된 이후에는 8년 만에 재벌가 며느리로 돌아온 그룹 샤크라 출신의 이은, 고은아 등의 출연 소식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기존에 이미 승승장구 중인 육아 프로그램의 눈치를 본 탓일까. '황혼 육아'를 주제로 잡았던 <오 마이 베이비>의 중심을 어느새 이은, 고은아, 미르 등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예쁘고 젊은 연예인들이 차지하며 기획의도가 모호해졌다. 현재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는 출연자는 임현식 뿐이다.

노인보다 젊고 예쁜 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큰 오산이다. tvN <꽃보다 할배>가 이미 대중들이 출연진의 아름다움보다는 참신함과 재미에 환호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애초에 신구, 김명자, 임현식 등이 출연했던 <오 마이 베이비> 파일럿 방송이 더 현실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화려함과 화제성으로 치장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것이 <오 마이 베이비>의 시급한 과제다. 기존의 육아 프로그램에 비해 더욱 냉철한 현실 판단과 참신함을 보여줬던 <오 마이 베이비>만의 강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아빠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추사랑 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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