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로 주민들이 끌려 나가고 목에 쇠사슬을 걸었던 주민과 수녀님만 남은 가운데 1명이 실신해서 쓰러져 있다.
김종술
유한숙 어르신의 딸은 끌려 나오면서 목에 상처가 나기도 했다. 또 심명선(여, 42) 전국어린이책시민연대 대표가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주민 한 명도 실신했지만, 병원행을 거부했다. 오후 2시경, 목에 쇠사슬을 걸고 있던 주민과 수녀님들은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에 의해 고립됐다.
오후 2시 30분, 경찰의 스피커에서는 "미신고 불법집회입니다. 지금 즉시 해산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산하지 않으면 사법처리됨을 알려 드립니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자 유족 유동환씨는 "우리는 불법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며 "아버지를 모실 수 있도록 분향소를 설치해 주세요, 내 동생은 끌려 나오면서 방패로 찍히고 내동댕이쳐져 목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영정은 염원인데 상주를 발로 밟고 끌어내는 게 도리입니까?"라고 재차 말했다.
결국 이계삼 사무국장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경찰에 의해 포위돼 있고 화장실로 가지 못한다며 구제신청 전화를 했다. 오후 2시 48분, 현장에 나와 있던 부산 인권위사무소 소장은 "인권위가 경찰에 권고할 수 있으나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며 "경찰이 포위를 풀고 주민들이 화장실에 가게 하도록 중재하겠다"며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경남청 제1기동대 대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경찰은 "고착(포위)이 아니다, 화장실을 다녀와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 경찰은 "밖으로 나갔던 사람은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전제를 달았다. 결국 수녀님 한 분이 화장실을 다녀왔지만 다시 주민들 무리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화장실도 못 가고 페트병에 소변 보는 수모까지

▲ 목에 쇠사슬을 걸고 영정을 지키기 위해 유족과 주민들이 흙먼지가 이는 가운데도 참아내고 있다.
김종술

▲ 영정을 지키던 고 유한숙 어르신의 딸까지 끌려나오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목에 상처를 입었다.
김종술
상황이 일어난 지 다섯 시간이 다 돼 가던 오후 4시 50분, 지친 주민들을 위해 컵라면과 요강이 도착했다. 수녀님 2명, 주민 7명, 대책위 2명, 다큐멘터리 감독 1명까지 총 13명이 5평 정도의 장소에 계속 꼼짝 못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지 못한 주민들은 음식을 놓고도 먹지 못했다. 결국 한 남성은 참지 못하고 페트병에 소변을 보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인권위의 중재로 오후 5시 36분 정도에야 주민들이 2명씩 짝을 이뤄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다. 경찰과 공무원은 1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며 주민들 주변을 돌았다.
시간은 흘러 오후 8시 14분. 대책위는 다시 주민들을 위한 라면과 김밥을 가지고 왔다. 이 과정에서도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가져온 박스는 경찰에 빼앗기고 음식물만 반입할 수 있었다. 또 동행한 연대자의 가방을 수색하려는 과정에서 또다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밤이 되면서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대비한 목도리와 침낭 바닥에 깔려던 박스, 영정까지 모두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들에게 빼앗겼다. 이 과정에서 주민 3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 오후 10시, 주민들은 경찰에게 둘러싸여 고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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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끌려 나간 주민들도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서 추위를 달래고 있다.
김종술

▲ 자정이 가까운 시간까지도 경찰에 둘러싸여 고착되어 있다.
김종술
주민들은 기자가 기사를 쓰기 위해 자리를 뜨던 27일 오후 12시까지도 대치를 계속하고 있었다. 밖으로 끌려 나온 주민들도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부상 당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병원행을 거부하고 경찰에 의해 고립된 다른 주민들을 지켜봤다.
한편,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유족들은 경찰이 방패로 유족(유선화씨)을 찍었다고 주장하는데, 밤새워 경찰이 채증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방패로 찍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또 "고착되어 있는 주민과 수녀님도 본인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는 들어가지 못해서 나오지 않았을 뿐 화장실을 못 가게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유선화(여·43)씨는 "두 번째 끌려나오면서 경찰에 밟히고 방패로 목과 어깨를 찍혔다"며 "그래서 오빠(유동환)가 몸으로 나를 막아서 큰 사고를 면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밀양 주민들은 경찰·공무원들과 함께 밤을 하얗게 샜다. 기자가 밀양을 취재한 이래 주민들이 경찰 등에 의해 24시간 가까이 고립된 경우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28일 오전 10시경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는 완전 철거됐다. 그리고 주민들은 여전히 밀양시청 앞을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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