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산업혁명,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서평] 제러미 리프킨의 21세기 마스터플랜 <3차 산업혁명>

등록 2014.01.28 17:32수정 2014.01.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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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미래 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작 <3차 산업혁명>에서 화석연료와 대량생산 경제의 종식 이후 도래할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했다. 인쇄술과 증기력으로 상징되는 1차 산업혁명과 전기 커뮤니케이션과 석유동력의 내연기관화로 촉발된 2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거쳐, 인류는 '3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한 번의 시대 전환에 돌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프킨에 따르면 '3차 산업혁명'이란 인터넷 기술과 재생가능에너지의 결합이 가져 올 새로운 미래다. 그는 "역사상 거대한 경제 혁명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결합할 때 발생했다"면서 "새로운 에너지 체제는 더욱 상호의존적인 경제활동을 창출하며 상거래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보다 밀접하고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촉진한다. 여기에 수반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시간적, 공간적 동력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3차 산업혁명의 네러티브(narrative)

화석연료 고갈은 이미 정해진 시간표다. 학자마다 다소 견해 차이는 있지만 '석유정점'을 통과하고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통과할 예정이다. 풍부한 화석연료에 기반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불투명한 자본주의 운명 앞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생태계의 붕괴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인류가 일찌기 겪어보지 못한 생사존망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위기감의 증폭은 새로운 대안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진다. '산업 자본주의 이후'와 '탄소 후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이 책에서 리프킨은 녹색경제를 주창한 미국 오바마 정부의 실패를 예로 들며 줄거리와 플롯을 제대로 갖춘 큰 틀의 '네러티브(narrative, 서사구조)' 부족을 이유로 지적한다.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시험 프로젝트와 단독 프로그램으로는 세계를 위한 비전을 대중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각 영역에서의 혁신적인 시도와 변화가 '따로국밥'이 되지 않고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로 묶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이 때의 그림은 대중이 충분히 납득하고 그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추동할 수 있는 '스토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안내할 '3차 산업혁명'의 네러티브 줄거리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 체계의 결합'이다. 새로운 에너지 체제는 더욱 상호의존적인 경제 활동을 창출하며 보다 밀접하고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촉진한다. 여기에 수반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시간적, 공간적 동력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체계의 전환은 곧 '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것이 몰고 올 변화는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환경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리프킨이 설명하는 3차 산업혁명의 5가지 핵심요소는 다음과 같다.


3차 산업혁명의 5가지 핵심요소 (58쪽)
1.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2.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3.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4.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5.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 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 팔 수 있게 한다.

3차 산업혁명은 5가지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한 인프라가 조화를 이룸으로써 등장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1,2차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 경제는 대량의 화석연료 에너지와 대규모 자본의 투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선호했다. 규모의 경제 시대는 중앙집중화 된 거대 기업을 양성했고, 시장에서 거대 기업들은 위계 질서를 형성하며 자본주의를 관리해왔다. 국가 또한 성장의 결실에 대한 분배 방식, 정치권력의 행사 방식, 사회적 관계의 관리 방식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중앙집권적 형태가 주를 이뤘다.


반면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중앙집권형 거대 에너지 기업 대신 거주지에서 직접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하고 잉여분은 에너지 정보 공유체를 통해 교환하는 수백만 소규모 생산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리프킨은 에너지 민주화를 통해 시장에서의 수직적 권력은 수평적 권력으로 교체되고 이른바 '분산 자본주의(distributed capitalism)'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라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조정하고 관리 감독하는 중추신경계 역할을 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가동하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인프라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다. 미래의 경제가 기존 자본주의 경쟁 방식 대신 분산형 양방향 네트워크에 의한 '협업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성패를 좌우할 난제들

리프킨의 예견대로 '3차 산업혁명' 시나리오는 착착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난제는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주목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리프킨은 낙관성에 무게를 싣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 난제들은 3차 산업혁명 자체를 좌초시킬 수도 나아가서는 인류의 미래를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끌고 갈수도 있는 결정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일 큰 문제는 성장의 종말과 일자리의 감소다. 효율적 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성 증가와 고용의 감소는 제조업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추세다. 리프킨은 현재 1억 6300만 명인 전 세계 제조업 노동자의 규모가 2040년 경이 되면 불과 수백만 선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견한다. 공장 일자리가 대규모로 사라지는 것이다. 제조업 분야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이나 소매업의 경우도 자동화 시스템과 지능형 기술 발전의 여파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고용의 감소는 곧장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자체가 성장하지 못하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고용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3차 산업혁명 이행기의 관건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3차 산업혁명은 전환의 주체가 될 동력을 상실한 채 실패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래로부터의 역동성이 기반하지 않고 국가 권력을 통한 위로부터의 변화를 밀어붙일 경우 대립과 충돌을 부를 수도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성장의 종식과 노동의 대대적인 재편이라는 대격변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낙오를 최소할 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경쟁 대신 협력과 공동체의 추구라는 사회적 가치가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프킨은 화석연료로부터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에너지 체제 변화는 생태학적 사고를 중심으로 정치와 국제관계의 개념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본다. 재생가능에너지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장점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대한 공동의 협력적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디스토피아적 상상도 가능하다. 에너지의 위기를 곧 체제의 위기와 동일시하며, 체제의 안정을 위해 '에코 파시즘'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도 염두해두어야 한다. 물론 리프킨은 "에너지 접근성을 둘러싸고 적대적 행위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으며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지만, 화석연료시대에 익숙한 '성장주의'의 유혹은 생각보다 강력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이 향후 수십년간 빠르게 움직여 2050년 경에 절정에 올라 21세기 후반부에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이 시나리오대로 되면 좋겠지만 역사는 정해진 길로만 가지 않는다. 이 분야에서 한참을 뒤처져 있는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원전 의존률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원전 기술 수출이나 자랑하는 위태로운 '역주행'을 고집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혁명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치권력의 무능력과 후진성,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수행할 올바른 정치세력의 부재. 이것이 3차 산업혁명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미래를 마냥 유토피아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yes24.com/xfile340 에도 게재했습니다.

3차 산업혁명 - 수평적 권력은 에너지, 경제,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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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 #경제 #자본주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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