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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의 '디 마리아', 마드리드 더비 완승 이끌다

[2013-2014 스페인 국왕컵 준결승 1차전] 레알 마드리드 CF 3-0 AT 마드리드

14.02.06 08:24최종업데이트14.02.0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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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28일 그들은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맞수 대결에서 0-1로 패하며 7만9845명의 안방 대관중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FC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와는 또 다른 자존심이 걸려 있는 이 '마드리드 더비'는 그래서 더욱 양보할 수 없는 맞수 대결이다. 정규리그는 아니지만 또 하나의 트로피를 향한 중요한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완승의 기쁨을 누렸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 CF가 우리 시각으로 6일 새벽 4시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3-2014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준결승 1차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맞대결에서 왼발잡이 미드필더 앙헬 디 마리아의 활약에 힘입어 3-0의 완승을 거두고 결승전 진출 전망을 밝혔다.

앙헬 디 마리아의 '공격 포인트'

축구장의 둥근 공은 그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하여 대체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구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웬만한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공의 속도는 뜻밖의 장면을 많이 만들어낸다. 그래서 축구장을 내려다보는 여신이 활짝 웃어주지 않으면 이기고 싶어도 그 꿈은 멀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봐도 안방 팀 레알 마드리드는 운이 따랐다. 세 골 중에서 두 골이나 상대의 자책골로 기록되었으니 약간은 멋쩍은 미소를 띠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두 골이 그냥 운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 중심에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왼발잡이 드리블러 '앙헬 디 마리아'가 있었다. 두 골이 자책골로 기록되지 않았다면 공격 포인트 '1득점 2도움'이 그의 이름 옆에 빛났을 것이다.

경기 시작 17분 만에 행운의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앙헬 디 마리아가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공을 몰고 들어오며 아틀레티코 선수들이 한쪽으로 몰렸고 이 공을 넘겨받은 가운데 수비수 페페가 비교적 먼 거리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페페의 발끝을 떠난 공은 이를 막아선 수비수 인슈아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그러는 바람에 왼쪽으로 몸을 날린 방문 팀 문지기 쿠르투아는 굴절되어 골문으로 날아들어가는 공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 22라운드 현재까지의 순위표에서 FC 바르셀로나(승점 54, 골득실차 +43)와 레알 마드리드 CF(승점 54, 골득실차 +39)를 밀어내고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57, 골득실차 +42)는 73분에 또 하나의 자책골을 내주며 완패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흐르는 공을 앙헬 디 마리아가 자신의 왼발로 낮게 슛한 공이 수비수 미란다의 다리에 맞고 역시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문지기 쿠르투아가 또 한 번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공은 그의 발끝을 외면하며 가운데로 굴러 들어간 것이다. 허무할 수밖에 없었다.

아웃사이드 기술은 이렇게!

앙헬 디 마리아의 왼발은 이처럼 두 개나 얻은 자책골 과정에서 매우 돋보였다. 하지만 그가 왜 레알 마드리드의 보물인가 하는 점은 57분에 만들어낸 멋진 추가골 과정에서 진정으로 빛났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부드럽게 드리블하기 시작한 앙헬 디 마리아는 골문 앞으로 빠져 들어가는 동료 공격수를 겨냥하여 이른바 '노 룩 패스'를 왼발 바깥쪽으로 슬쩍 찔러주었다. 상대 수비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공이었기에 아틀레티코 수비수들은 좀처럼 눈치 채기 어려웠다.

이 공을 받은 새내기 골잡이 헤세 로드리게스는 또 한 번 오른발 바깥쪽을 활용하여 반 박자 빠르게 마무리를 지었다. 헤세를 따라오던 수비수도 왼쪽으로 몸을 내던진 문지기 쿠르투아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 축구 선수들이 왜 발 바깥쪽 드리블, 패스, 킥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지를 두 선수가 너무도 간명하게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방문 팀을 이끌고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들어온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디에구 대신 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를 들여보냈고 후반전 중반에도 아드리안 로페스, 호세 소사를 차례로 바꿔 들여보냈지만 한 골을 따라붙기에도 버거웠다.

72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한 골을 따라붙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지만 야속하게도 문지기 카시야스 옆에서 골 라인을 지키고 있던 레알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공을 아슬아슬하게 걷어내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두 팀은 오는 12일 새벽 5시(우리 시각)에 장소를 AT 마드리드 홈 구장 비센테 칼데론으로 옮겨 국왕컵 준결승 2차전을 치르게 되어 있다. 마드리드 더비는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 맞수들은 다음 달 3일 새벽 1시에도 정규리그(프리메라 리가)에서 다시 한 번 만나야 한다. 2주도 남지 않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 일정까지 감안하면, 이들은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을 정도로 다음 경기 준비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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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2014 코파 델 레이 준결승 1차전 결과(6일 새벽 4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 레알 마드리드 CF 3-0 AT 마드리드 [득점 : 인슈아(17분,자책골), 헤세 로드리게스(57분,도움-디 마리아), 미란다(73분,자책골)]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FW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72분↔알바로 모라타), 헤세 로드리게스(84분↔이스코)
MF : 루카 모드리치, 사비 알론소, 앙헬 디 마리아(81분↔이야라멘디)
DF : 코엔트랑, 세르히오 라모스, 페페, 알바로 아르벨로아
GK : 이케르 카시야스

◎ AT 마드리드 선수들
FW : 디에고 코스타
MF : 라울 가르시아(70분↔호세 소사), 코케, 디에구(46분↔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 아르다 투란(61분↔아드리안 로페스), 후안 프란
DF : 고딘, 인슈아, 미란다, 가비
GK : 티보 쿠르투아

◇ 코파 델 레이 준결승 2차전 일정
AT 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CF(2월 12일 새벽 5시, 비센테 칼데론)
레알 소시에다드 - FC 바르셀로나(2월 13일 새벽 6시, 아노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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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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