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마트’가 과연 우리 동네를 즐겁게 해줄까?

이마트가 상품을 공급하는 ‘마트’가 들어서고 동네 정육점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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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규(greenwk)등록 2014.02.08 17:32
필자는 15년 째 부모님과 함께 서부이촌동에 살고 있다. 작은 동네지만 구멍가게, 과일가게, 정육점, 제과점이 인접해 있어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대형마트인 '즐거운 마트'가 생겼다. 집에서 용산에 있는 대형마트까지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트'의 존재로 우리 가족의 생활은 편해졌다. '즐거운 마트'로 인해 우리 가족의 생활이 정말로 즐거워진 것이다.

즐거운 마트 서부이촌동점 ⓒ 송원규


마트가 생기고 가장 좋은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은 70% 세일을 시작했고, 보기만 해도 신선한 과일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트는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에서 상품을 공급받고 있었다. 작은 이마트가 동네에 들어온 셈이다. 행사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에는 이마트 PB상품(대형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인 콜라와 사이다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트에서 상품 공급을 받은 즐거운 마트 ⓒ 송원규


즐거운 마트 내 야채코너 ⓒ 송원규


마트는 무척 친절했다.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하면 집까지 상품을 무료로 배송 해준다. 필자는 과자 1개를 구입할 때도 마트를 이용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은 동네에 작은 가게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5년 이상을 함께 해온 동네 정육점이 문을 닫았다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했더니, 어머니가 동네 정육점이 문을 닫았다고 하셨다. 안타까웠다. 5년 넘게 운영하던 푸근한 미소의 동네 정육점 사장님을 이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주던 '마일리지 스티커'도 이제 냉장고에 붙일 필요가 없어졌다.

사라진 동네 정육점 ⓒ 송원규


동네 정육점은 마트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아무리 5년 넘는 정이 쌓여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트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마트의 등장으로 동네는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구멍가게와 과일가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서부이촌동 내 구멍가게 ⓒ 송원규


정육점이 사라지고 필자는 자연스럽게 동네에 다른 작은 가게에 관심이 생겼다. 구멍가게는 마트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과 과자 값은 전에 비해 굉장히 저렴해졌다. 손 글씨로 적어 놓은 '아이스크림 50%' 공지에 짠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마트와 값이 비슷하더라도 한정된 공간 때문인지 다양한 상품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부이촌동 내 과일가게 ⓒ 송원규


마트 바로 옆에 자리한 과일가게는 더욱 타격이 컸다. 마트에 비해 과일가게의 상품들은 신선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박스로 사면 늘 썩은 과일이 밑에 깔려있다고 불만이 많으셨다. 매주 발행되는 세일 전단지에는 저렴한 과일에 대한 공지가 가장 크게 실려 있었다. 과일가게에는 정말 주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이다.

안타깝지만 마트는 동네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사실, 동네에서 마트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마트가 생기고 우리 가정은 생활비 지출을 많이 절감했다. 무엇보다 원 스톱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빠르게 구입하는 마트는 무척 편리하다. 이렇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동네 진출이 무서운 것이다.

'즐거운 마트'는 이마트에서 상품 공급을 하고 있다. 이마트가 새로운 방식으로 동네에 상권 진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동네에서 상권을 지킨 상인이자 동네 주민들은 일터를 잃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이중적이다. 남의 이야기 같았던 사회 문제가 내 이야기가 되니까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렇듯 우리 동네는 마트 중심으로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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