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총각'이 그런 뜻이었어?

[서평] 내 인생을 바꾼 두 번째 수업<한자>

등록 2014.02.12 14:44수정 2014.02.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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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소에 사용하고 있는 말(단어) 중 70%는 한자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한자하면 '어렵다', '복잡하다', '재미없다'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어렵고, 복잡하고, 재미없는 것 을 좋아할 사람이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글로벌시대라고 하는 세태 탓일지는 모르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부지기수인데 정작 우리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한자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치고 어휘(vocabulary) 공부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무조건 단어를 외우다가 어원이나 어근에 따라 어떤 공통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가 된다는 것을 알면 신기할 정도로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면 어휘 실력도 일취월장으로 쑥쑥 늘어나는 게 사실입니다.


평소 사용하는 우리말 입장에서 보면 한자보다는 영어가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한자를 공부하는 게 영어보다 더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한자 자체가 갖고 있는 어떤 한계성도 있겠지만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길라잡이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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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지은이 김미화┃펴낸곳 (사)한국물가정보┃2014.2.5┃1만 3000원 ⓒ 비지니스맵

<한자>(지은이 김미화, 펴낸곳 비즈니스맵)는 어렵고, 복잡하고, 재미없을 것만 같은 한자를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한자 길라잡이입니다. 한자가 구성된 원리를 설명하면서 어렵고 복잡하게만 보였던 한자가 훤하게 보입니다. 

한문교사로 26년째 한자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책을 통해서 한자를 설명하는 방법은 시대적 상황을 읽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자 한자를 모르는 세대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 극입니다. 어떤 유명강사가 학습효과를 최대화 하기 위해 하고 있는 원맨쇼보다도 더 재미있고 진지합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32세의 강지석 대리는 출판사 기획팀에서 근무합니다. 계약을 성사시킨 외서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실력도 뛰어나고, 잘생긴 데다 영어까지 능통한 팔방미인입니다.


하지만 강 대리는 전시장 부스에서 건네받은 명함, 출판계에서 꽤나 알려진 출판사 이름조차도 읽지 못할 정도로 한자를 모르는 '한맹'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이런 강 대리가 청학동에서 한학을 공부하고 있는 먼 친척, 25세로 아저씨뻘 되는 도령으로부터 한자를 배워 한자 꼴통에서 한자 강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내는 상황극처럼 전개됩니다. 학원 분위기와 서당 분위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좌충우돌식 수업이 연상되어 연극을 보듯이 상상하고, 이야기를 듣듯이 새기다 보면 어느새 한자가 재미있어집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보일시(示) 자는 제물(祭物)을 차려놓은 제단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 문자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눈으로 무엇인가를 본다는 뜻이 아니라, '신에게 제물(祭物)을 보여준다'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보일시(示)'가 부수인 한자들은 귀신 신(神)은 물론, '재앙 화(禍)'나 '복 복(福)' 자처럼 귀신이나 제사와 관련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일 시(示)'와 '입 삐뚤어질 와(咼)'자가 합쳐진 '재앙 화(禍)'의 경우, '사람이 나쁜 짓을 하면 신이 내려다보고 벌을 내려 입이 삐뚤어지게 된다'는 뜻으로 '재앙'을 나타내는 글자가 된 것이고, 보일 시(示)'와 '술 가득할 복(畗)'으로 이루어진 '복 복(福)'자는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신이 내려다보고 술이 가득한 술 단지를 내린다'는 뜻으로 '복'을 나타내는 글자가 된 것이지요. 이렇게 부수를 알면 한자의 뜻과 유래를 쉽게 이해하고,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자> 83쪽-

무조건 외우던 한자, 부수 하나 알면 열을 알게 돼

영어에만 어근이나 어원이 있는 게 아닙니다. 부수 하나만 알면 이와 관련된 한자들 수십이 저절로 연상됩니다. '나무 목(木)' 자가 들어가 있는 한자들은 '수풀 림(林)', '실과 과(課)', '나무 수(樹)'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두가 나무와 관련이 있는 한자들입니다.

설사 어떤 한자를 모르는 상태라 해도 목자가 들어가 있는 한자라면 나무와 관련이 있는 글자라는 것을 짐작하므로 그 한자가 들어가 있는 문맥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쌀이나 소금이 담긴 포대는 보통 바느질로 꿰매져 있습니다. 참 복잡해 보이지만 밑실 한 가닥만 찾아 잡아당기면 복잡하게만 보였던 꿰맨 곳이 시원하게 벌어집니다. 한자를 이루고 있는 기본 구조, 상형, 지사, 회의, 형성 그리고 어느 정도의 부수만 알면 바느질로 꿰맨 포대처럼 복잡하게만 보였던 한자가 훤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 그럼 첫 번째 한자어인 각축(角逐)부터 보시지요. 각축(角逐: 뿔 각, 쫓을 축)은 짐승의 뿔을 부딪치고 쫓으면서 싸운다는 데서, 승리를 위해 서로 이기려고 경쟁한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뿔 각' 자가 나온 김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미혼 남자'를 지칭하는 총각(總角)이란 말의 '각' 자도 '뿔 각'자를 씁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남자아이가 상투를 틀기 전에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맸던 풍습이 있었는데, 여기서 '묶을 총(總)' 자와 '뿔 각(角)' 자를 쓴 '총각'이라는 말이 유래된 것입니다." -<한자> 199쪽-

잘 알려진 출판사 이름조차 읽지 못하던 강 대리가 한자 강자가 되어 회사를 대표하여 대만으로 출장을 갈 때쯤이면 <한자>를 읽던 독자도 시나브로 한자 강자가 되어있는 상황이 연상됩니다.

책에서는 한자만 재미있고,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뿐만이 아니라 상황 별 사자성어와 '한자능력검정시험 대비 급수별 배정한자' 등도 부록으로 정리돼 있어 꿈으로만 이루던 한자 정복을 현실에서도 이룰 수 있는 흥미진진한 비법서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한자>┃지은이 김미화┃펴낸곳 (사)한국물가정보┃2014.2.5┃1만 3000원

내 인생을 바꾼 두 번째 수업 : 한자

김미화 지음, 스토리텔링연구소 엮음,
비즈니스맵, 2014


#한자 #김미화 #비지니스맵 #(사)한국물가정보 #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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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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