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대상은 안현수가 아니라 '카르텔'이다

[주장] 희망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 안쓰럽다

등록 2014.02.19 17:55수정 2014.02.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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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의 영웅은 안현수다. 자신을 핍박했던 조직에 대한 통쾌한 복수는 대한민국 약자들이 한 번쯤 상상 속으로나 해 보았음 직한 쾌거다.

몸과 마음을 받쳐 충성을 다 해야 할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쇠말뚝 보다 더 강하게 박혀 있는 '카르텔' 때문이다. 안현수의 귀화를 일으킨 소수 독점적 지배구조가 비단 빙상연맹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피지배계층의 수많은 안현수들이 이를 갈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을 뿐 안현수 만큼의 능력과 배짱이 없어 단지 공상에 그칠 뿐이다.


파벌주의에 사로잡힌 대한민국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축은 계파로 대변되는 파벌이다. 그 중 학연과 지연은 수백 년을 걸쳐 뿌리내린 대한민국의 주춧돌이다. 정치권에 통용되는 파벌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거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동교동계' '상도동계' 'TK세력' 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친박계' '친이계' '친노' '비노' 등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집단에서 파벌이 형성되어 있다.

기초선거 공천 문제 또한 파벌주의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중앙정치가 각 정당계파 간 권력다툼으로 공천권을 행사 한 것에 비해 기초선거는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파벌 일 뿐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누구도 감히 넘 볼 수 없는 카르텔 지키기 위해서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보다는 자신들의 권력구조 지키기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물에게 공천권을 주고 있는 것이다.   

파벌주의는 정치권 뿐 아니라 고귀하고 신성해야할 학계도 마찬가지다. 그 대표적인 예로 대학 총장 선거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특히 국립대학의 총장선거는 '서울대파'와 '비서울대파'로 양분되어 매 번 선거를 치른 지 오래다. 또한 자기 제자나 동일대학출신을 신규 교수로 임용하기 위한 편파심사가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변화의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권력구조에서 살아남지 못한 많은 이들이 극단적인 피해의식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민이나 직업변경으로 자신들의 조직을 탈출하고 있다.


권력 상부 층들의 통렬한 반성 있어야

크게는 국가에서 작게는 한 부서 내에서의 변화는 아래서 부터가 아니라 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지배층들이 먼저 변화를 요구하기는 어렵고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설사 용기를 내어 변화를 주창하더라도 지배층들에게 감히 도전한 것에 대한 앙갚음을 받을 뿐 아니라 같은 피지배층 동료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보고 하자 오히려 여직원의 몸가짐을 문제 삼고 밖으로 알려지지 않게 하기에 급급한 회사 간부들, 재단의 부정을 폭로하여 변화를 일으키려 했던 교수들이 오히려 왕따를 당하거나 대학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재단으로부터 퇴출당한 사건들 등 기존의 카르텔에 도전하였다가 사건 이후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염전노예들이 수십 년 동안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이유 또한 염전주변 노동 구조를 둘러싼 카르텔 때문 인지도 모른다. 염전 주인과 직업소개소 그리고 장애인 사이에서 구조화된 카르텔은 외부 사람들 눈에는 정상적인 행태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틀 안에 있는 노예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모두가 받아 들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번 사건을 외부에 알려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 당사자들의 용기가 너무나 훌륭하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난 한 직장에서 권력층들이 부리는 횡포에 순응하지 않고 기존의 관행에 도전한 적이 있다. 이런 나의 객기는 하부 조직원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고 권력자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상외로 처참했다. 권력의 반격은 단지 나 혼자만으로 국한하지 않고 내가 속한 부서 전체로 향하였다.

나의 꿈틀거림 때문에 내가  속했던 부서는 폐지되고 동료들 또한 일터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외부환경을 교묘하게 활용하여 자신들의 카르텔을 지켜내고 도전자에게는 극한의 고통과 도덕적 책임까지 떠넘긴 행태에 나는 분노하였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보통의 소수자처럼 나의 귀화를 환영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정수라의 '대한민국' 다시 부를 수 있을까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나눌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 아! 우리 대한민국 아! 아! 우리조국/ 아!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꿈 많던 청년시절 수 없이 따라 불렀던 노래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노래에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담고 대한민국 안에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80년대 초 군사시절에도 가졌던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21세기가 13년이 지난 지금, 희망 보다는 암울을 더 느끼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안쓰럽다.

마지막으로 건축세계의 카르텔 안에서 부실 할 수밖에 없는 건물 더미에 묻혀 버린 부산외대 학생들의 명복을 가슴깊이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호남매일 칼럼란에 실을 예정입니다. '카르텔'은 경제용어로 동종 업종 간 이윤확대를 위한 담합의 의미가 있으며 이 글에서는 지배층들 끼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공고하게 다져온 지배구조를 뜻하고 있습니다.
#안현수 귀화 #카르텔 #파벌주의 #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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