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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논란은 곧 숙명이었다

[인터뷰 ②] 정종연 PD "우리에게도 이 프로그램은 늘 과제다"

14.02.24 20:21최종업데이트14.02.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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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정종연 PD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한 계절을 꼬박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촬영에 쏟아 부은 탓이었을까.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네는 정종연 PD의 목소리에는 감기 기운이 잔뜩 묻어 있었다. 연신 기침을 하던 정 PD는 "감기에 심하게 걸렸다"고 했다. 22일 종영한 <더 지니어스>에는 유독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프로그램 중반 정 PD의 언론 인터뷰가 한 차례 있었지만, 논란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4일 취재진과 정 PD, 그리고 우승자 이상민이 함께한 자리에서도 긴장감이 흘렀다. '절도 논란' '연합 논란' 등을 겨냥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고, 정종연 PD와 이상민 또한 담담히 입을 열었다. 정 PD는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이 진화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 포맷은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전히 고칠 부분도 많지만, 성장 중에 있으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시즌1에 비해 분위기 어두워졌다는 것 느꼈다"

- 유독 이번 시즌엔 논란이 많았다. 특히 방송인 연합이 결성된 부분에서 문제가 커졌다.
"방송 외적 친분을 실제 게임에 끌어들이는 게 '소셜 리얼리티' 형태의 이 프로그램에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시청자의) 비판을 받았던 그런 부분들 보다는 한 발 더 앞서 나아가 조금 더 재미있는 경쟁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다음 시즌에 대해 확답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포맷은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에서) 방송사나 제작진 또한 (논란에) 성숙하게 대처에 대해 배운 것도 많다."

- 특히 6회에서 이두희가 게임 플레이에 중요한 신분증을 절도당한 뒤 탈락했다. 당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작진 심정은 어땠나.
"2회부터 시즌 1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경쟁도 더 치열했고, 뭔가 어두운 느낌이 있었다. 우리가 그걸 굳이 의도했던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라 생각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희망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출연자 간의 경쟁심이나 승부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게 많았다. 그게 4회부터 6회까지 심해졌고, 여러 가지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터졌다. 그래서 7회까지는 녹화가 끝나면 다리가 후들후들해질 정도로 힘들었다.

솔직히 말해 시즌 1때부터 내 생각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 늘 내 예상 외였고, 그게 프로그램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출연진에게 커다란 자유를 부여하는 대신 프로그램의 방향이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게 <더 지니어스>의 특징이기도 하고. <더 지니어스>가 가진 큰 생명력은 이게 '진짜'라는 거다. 방송인들에게조차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선이 드러난다는 것, 이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을 장점이라 생각한다. 다만 일부 내가 통제하지 못했던 것들이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나 싶어 반성도 하게 됐고, '소셜 리얼리티'에 대해 한 번 더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우승자 이상민과 정종연 PD ⓒ CJ E&M


- 개인의 역량이 눈에 띌 수 있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더 지니어스>는 '연합전'에 유리한 게임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즌 1에서 개인의 역량이 빛났던 대표적인 게임으로 '오픈, 패스'를 이야기하는데, 그조차도 여럿이 머리를 합치면 쉽게 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물론 게임 자체에서 연합전이나 개인전을 강제하는 부분도 조금은 있지만, 출연진이 <더 지니어스>라는 12개 짜리 게임을 이해하는 방식에 의해 (진행) 양상도 결정된다고 본다. 그것 또한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 중 하나다."

- '게임의 법칙'이라는 시즌 1의 부제에서 '룰 브레이커'라는 부제로 바뀌면서, 출연진 또한 '규칙을 깨고 게임을 해야겠다'는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다. 
"사실 '게임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룰 브레이커' 또한 세련된 부제라 생각하지 않지만, 프로그램의 본질을 좀 더 알릴 수 있는 부제를 달았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결정된 거다. '게임의 법칙'이 <더 지니어스>의 진짜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부분을 보완한 부제가 '룰 브레이커'였던 거다. 이 부제 덕에 '정말 규칙을 지키지 말아야지'하는 출연진도 물론 있었을 거다. 하지만 부제에 맞춰 (출연진에게) '이렇게 해 달라'고 주문한 적도 없다."

"보완할 부분 보완하겠지만, 앞으로도 제작진 개입은 없다"

- 이번 시즌 중 탈락했을 때 가장 아쉬웠던 참가자는 누구였나.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모든 출연진이 떨어질 때 다 안타깝다. 초반에 남휘종씨나 재경씨가 떨어졌을 때 출연진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다 안타까워했다. 그만큼 우리가 출연진에게 기대하는 부분들도 많았던 거다. '뭔가 좀 더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서 매회 아쉽다. 심지어 결승전에서 임요환씨가 진 것도 아쉬웠다. 이상민씨가 져도 아쉬웠을 거다. (웃음) 홍진호씨가 떨어졌을 때도 그랬다. 굉장히 빨리 끝난 게임이긴 했는데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재밌으면서도 또 끝날 때 다리가 풀렸던 기억이 있다."

- 출연자 섭외 기준은 무엇인가.
"시즌 1때엔 가급적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보고 싶었다. 기왕이면 그들이 갖고 있는 무기가 다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 사람이면 우리 게임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싶은 사람들을 섭외해 시작했다. 시즌 2도 비슷한 기준이었다. 방송인이 포함된 건,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송으로 잘 풀어가는 건 또 일반인들만이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그런 걸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시즌 1의 경우 김구라씨가 그랬고, 시즌 2에선 노홍철씨와 은지원씨가 그런 경우였다. 물론 게임도 어느 정도 해 줄 거라 기대했고."

- 노홍철과 은지원을 섭외했을 때, 두 사람의 대립을 기대했던 건 아닌가.
"그 둘의 라이벌 구도는 사실 지극히 마케팅적인 거였다. 노홍철씨에게 '꼭 은지원씨와 대척저점에 서서 플레이해 주길 바란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출연진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알 수 없는 거다. (제작진이) 예측하기에도 어렵고, 예측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둘이 같이 플레이할 가능성도 꽤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홍진호씨와 임요환씨는 생각보다는 친하지 않더라. 그 둘은 진짜 라이벌이었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정종연 PD ⓒ CJ E&M


-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시청자도 많다.
"이번 시즌을 평가하고 차기 시즌을 준비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제작진, 그리고 채널의 입장을 종합해 결정지어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겠다'고 해서 꼭 그렇게 진행될 수만은 없다. 채널에서 하자는 대로 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웃음) 다만 이 포맷이 시청자에게 여전히 낯설고, 제작진에게도 늘 과제를 안겨주는 포맷인 건 사실이다. 그게 앞으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냥 우리가 질려서 변화시키는 부분도 있겠지만, 표면화된 문제를 가만히 두지도 않을 거다.

다만 앞으로도 녹화 중 제작진이 개입하는 일은 없을 거다. 녹화 중 제작진이 개입을 하게 되면 출연자들이 제작진을 못 믿는다. (출연진이) 세트에 들어간 이상 규칙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규칙 숙지를 못해 헤매는 거 아니라면 대화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다만 '큰 틀에서 잡아줘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번에 피드백을 받으면서 많이 했다."

- 배신과 연합이 있고, 한 사람씩 탈락한다는 <더 지니어스>의 서바이벌 방식을 한국 정서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역시 물음표다. 그런데 1990년대 말에 <빅 브라더>나 <서바이벌> 같은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외국에서도 마냥 잘 되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홍역을 치렀고, 늘 어떤 논란을 이끌어내 왔다.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더 지니어스 정종연 이상민 홍진호 임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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