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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로맨스'마저 '출생의 비밀' 카드 쓰나

[드라마리뷰] 식상한 소재에 갇힌 여자 주인공들의 열연이 아쉽다

14.02.26 11:33최종업데이트14.02.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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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막장을 넘어서는 내용으로 방송 내내 온갖 논란을 일으켰을 경우, 방송사는 후속작품으로 소위 착한 드라마를 내놓기 마련이다. 비난과 질타로 뜨거워진 상황을 잠재워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했던 부분에 대한 일종의 사과, 그리고 반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MBC <빛나는 로맨스>가 그런 경우였다. 전작 <오로라 공주>의 지독했던 논란을 조용히 덮어줄 만한, 아니 꼭 그래야만 했던 드라마였다. 더 이상 방송을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폐지 서명 운동까지 벌이게 했던 <오로라 공주>였으니, 당연히 후속 작품은 훈훈한 분위기를 내세우는, 막장 요소는 가급적 배제한 드라마여야만 했던 것이다. 설사 낮은 시청률로 애를 먹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히 분위기는 딴 판이었다. <빛나는 로맨스>의 스토리는 다소 식상함이 느껴지리만큼 평이하고 친숙했다. 한 마디로 여주인공 오빛나(이진 분)의 우여곡절 러브 스토리다. 행복했던 오빛나의 결혼생활은 남편 변태식(윤희석 분)의 배신으로 이혼과 함께 종지부를 찍게 되고, 빛나가 초등학교 동생이면서 현재는 제이호텔의 후계자인 강하준(박윤재 분)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행복한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제법 단순한 내용이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 '출생의 비밀'이 또?

MBC <빛나는 로맨스>의 오빛나(이진 분)와 장채리(조안 분). ⓒ MBC


모든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순탄하게 살아갈 수 없듯이, 오빛나 또한 득실거리는 삶의 방해꾼들로 하루하루가 힘겹다. 악한 시어머니를 만나 시댁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데에도 장채리(조안 분)라는 영악한 경쟁자가 떡 하니 버티고 있어 여간 피곤하지가 않다. 하지만 어느 드라마에나 이 정도의 갈등은 늘 있기 마련이며, 특히나 <오로라 공주>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그리고 이마저도 없다면 아마 어느 누구도 드라마에 흥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사실 오빛나를 자기 아들에게서 떨어뜨리게 하기 위해서 온갖 구박과 치졸한 방법으로 위장 이혼을 시키고, 아들의 출세를 위해 새로운 며느리를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들이는 시어머니 허말숙(윤미라 분)의 행보는 막장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오빛나를 연기하는 이진의 일취월장 연기력 덕분에 눈살 찌푸려지는 장면이 어느 정도 무마될 수 있었다. 이진이 배우로서 성장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기에.

악역을 맡은 조안의 연기도 이야기의 흐름을 잘 타고 있다. 그동안 조안은 착한 여주인공을 주로 맡아왔다. 그녀로서는 <빛나는 로맨스>의 장채리가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조안에게는 생소한 캐릭터였을 텐데도 그녀는 오빛나를 향한 맹렬한 질투, 강하준을 향한 끈질긴 소유욕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절한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빛나는 로맨스>도 막장의 유혹을 끝내 뿌리치진 못했다. 이대로의 분위기로만 간다면 좋았을 것을, 이제는 흔해빠져서 충격조차 되지도 못하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낡은 카드를 히든카드랍시고 꺼내 들고 말았다. 막장 드라마에 반드시 등장해야만 하는 출생의 비밀. 그 전철을 은근슬쩍 밟으려 하고 있다.

오빛나와 장채리가 바뀐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출생의 비밀이다. 장재익(홍요섭 분) 교수의 딸인 장채리는 사실은 그 집의 집사로 일하고 있는 김애숙(이휘향 분)이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정순옥(이미숙 분)을 친엄마로 알고 있는 오빛나가 바로 장재익의 친딸인 것이다.

출생의 비밀이 긴장감을 형성하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라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는 바다. <빛나는 로맨스> 역시 그것을 인용하여 지금보다는 더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려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빛나는 로맨스>가 꺼내 든 출생의 비밀 카드는 판을 뒤집어 승리로 이끌 결정타보다는 '또 여느 작품과 다를 바 없는 막장드라마의 수순을 밟는 거야?'라는 실망스런 불평을 듣게 될 공산이 크다.

이야기가 이렇게 돌아가게 되면 열연을 펼치고 있는 이진과 조안의 수고가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막장 요소로 얼룩진 드라마 속 명연기는 늘 평가절하를 당해왔으니까. 어쩌면 그녀들은 출생의 비밀이라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막장이라는 틀 안에 갇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오로라 공주>의 여주인공이 그랬듯이, 또 그 외의 다른 막장 드라마들의 여주인공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갈수록 기대가 아닌 실망으로 내달리는 <빛나는 로맨스>가 무척이나 아쉽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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