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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 'CRUSH', 안전하게 만들었지만 탁월하다

[음반리뷰] 정규 2집 앨범, 27일 공개하자마자 소녀시대 제치고 차트 올킬

14.02.27 15:44최종업데이트14.02.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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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 ⓒ YG엔터테인먼트


SM의 소녀시대, JYP의 원더걸스, YG의 2NE1은 대한민국 3대 기획사를 대표하는 걸그룹이다. SES, 핑클의 걸그룹 1세대를 이어 2세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팀들이기도 하다.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원더걸스를 제외하고, 소녀시대와 2NE1은 명실 공히 대한민국 걸그룹의 최정상에 위치한 팀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녀시대에 비해 2NE1은 여전히 진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24일 공개된 소녀시대의 신곡 'Mr.Mr.(미스터 미스터)'는 잠시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뿐이지만, 2NE1의 정규 2집 앨범 < CRUSH(크러쉬) >는 27일 공개되자마자 수록곡의 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했고, 오랫동안 차트 정상에 공고히 안착했던 소유와 정기고의 '썸'을 끌어내렸다.

2NE1의 2번째 정규앨범 < CRUSH >는 안전하게 만든 작품이다. 지금까지 사랑받아 온 음악들을 그대로 앨범 안에 심어 놨다. '내가 제일 잘나가'와 같은 '센 언니' 이미지를 드러낸 사운드는 'Crush'를 비롯한 곡에 심어져 있고, 'Ugly(어글리)'나 'Falling in Love(폴링 인 러브)' 등 여러 장르를 합친 크로스오버 곡들도 충실히 이식되어 있다.

2NE1이 가장 잘하는 'Lonely(론리)'나 'I don't care(아이 돈 케어)' 같은 미디엄 템포의 곡들도 역시 담겨 있다. 지금까지 2NE1이 사랑받았던 모든 장르를 충실히 잘 이식해 놓은 앨범이다. 심지어 씨엘의 솔로곡인 '멘붕'은 '나쁜 기집애'에서 보여준 씨엘 스타일을 계승한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안전하게 만들어진 앨범을 채운 각 곡의 퀄리티가 상당히 훌륭하다는 사실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과거의 영광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욱 갈고 다듬어서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이건 안전주의보다는 발전과 성숙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멤버들의 보컬이 더욱 안정됐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2NE1의 보컬은 전혀 부족함이 없었지만, 공민지와 씨엘은 랩과 보컬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곡에 딱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고, 박봄의 보컬은 독보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2NE1이 가장 잘하는 미디엄 템포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데 탁월하다. 개인적으로는 2NE1에서 가장 필요한 보컬이라고 판단하는 산다라박도 전보다 발전한 것을 느낄 수 있다.

2NE1에서 산다라박의 역할은 생각보다 큰데, 나머지 세 멤버의 보컬이 기본적으로 진하고 바이브레이션이 있는 반면, 산다라박은 유일하게 소리가 청량하고 얇다. 곡의 중간마다 산다라박의 보컬이 들어감으로써 2NE1의 곡들은 훨씬 풍성해지는데, 그런 산다라박의 보컬이 더욱 발전함으로써 곡의 느낌이 더욱 살아나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이 4명의 소리가 정확하게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지는 맛은 2NE1 음악이 지닌 또 하나의 힘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부분은 씨엘이 작곡과 작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에 있다. 비록 앨범 전체적으로는 프로듀서 테디의 힘과 영향력 하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씨엘의 참여가 앨범의 질을 높였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녀가 작곡한 'Crush'와 '살아 봤으면 해', 'Baby I Miss You(베이비 아이 미스 유)' 는 모두 2NE1의 색깔과 딱 맞아 떨어지며, 앨범의 시작과 중간과 끝을 충실히 잡아주고 있다. 시작은 '쎈 언니' 사운드로, 중간과 뒤는 미디엄템포로 2NE1의 리더로서 씨엘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것은 바로 씨엘의 작사다. 'Crush', '살아 봤으면 해', 'Scream(스크림)', Baby I Miss You의 가사는 2NE1 노래가 지닌 감수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2NE1이 계속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YG의 다른 뮤지션들처럼 2NE1은 활동기간에 비해 적은 2장의 정규 앨범만을 발매했을 뿐이지만, 그들의 앨범은 그 오랜 기다림을 상쇄할 만큼 충분히 훌륭하다. 또한, 싱글 하나하나보다는 정규 앨범으로 완성됐을 때, 더욱 곡의 가치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다음 정규 앨범 역시 기대된다. 2NE1은 여전히 음악적으로 나아갈 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trjsee.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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