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인정보 유출방지대책이 헛발질인 이유

이미 유출된 정보대책과 소비자구제 빠져... 2년 후 이뤄질 '주민번호 암호화'만

등록 2014.03.10 21:22수정 2014.03.10 21:22
1
원고료로 응원
10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은 발표시점 보다 2주나 연기되며 진통끝에 발표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금융사의 정보수집 최소화, 정보 제공 동의서 양식 개선,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등에 개인정보 책임 강화 등은 이미 1월에 발표한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대책'과 '개인정보 불법유통·활용 차단조치'에 나왔던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새롭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이 일어난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디비(DB, 데이터베이스)판매자에 대한 대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소비자 구제책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우선 지난 1월 카드3사에서 1억여 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25개 사이트에서 의사 등 전문직 1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또한 증권정보 사이트인 와우넷은 197만 명의 회원 개인정보와 부동산정보  사이트 부동산114는 151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그리고 지난 6일 국 내 최대 통신사 KT도 고객 1600만 명 중 1200만명의 정보가 털렸다.

이처럼 연이은 사고로 이미 유출된 고객정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단지 주민번호 암호화만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헛발질'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방지 대책

'이미 국민의 주민번호가 다 유출됐는데 대책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경국 안행부 1차관은 "2016년 1월 1일부터 주민번호 암호화가 의무화된다"고 답했다. 이미 주민번호가 유출돼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2년 후에나 이뤄질 '암호화 타령'만 한 셈이다.


그는 이어 "각계 전문가 의견을 듣고 어떤 범위에서 주민번호를 암호화할지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또 주민번호 대체 방안에 대한 질문에도 "주민등록번호 연구반에서 다른 인증 방법을 연구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돌아다니는 정보는 검·경을 통해서 적발해 처벌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단속이 정보를 사는 사람들의 수요를 차단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어 김대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불법정보를 팔겠다는 업자를 신속히 잡아내 불법정보를 회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기자가 구글사이트에 '디비판매'를 검색해 보니 여전히 디비를 판매하거나 유통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니터링 강화로만은 개인정보판매 시장을 뿌리뽑기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a  기자가 포털사이트에 '디비판매'를 검색해 보니 디비 판매, 유통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기자가 포털사이트에 '디비판매'를 검색해 보니 디비 판매, 유통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김지혜


또한 국정감사에서 제기되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소비자구제책도 이날 브리핑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 부총리는 "이번 대책의 일환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배상명령제, 집단 소송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검토시 고려할 점은 기존의 법체계와 어떻게 되는지, 소비자 필요성 등 전반적 균형을 고려하기에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정보유출 대책은 정작 피해자 입장의 대책 수립은 여전히 도외시 된 실질적이고 실효성이 모호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징금의 손해배상금 전환, 피해입증을 피해자가 아닌 금융사가 하도록 하는 피해입증 전환대책 제시, 금융소비자의 손해배상청구 방안 제시, 집단소송 허용 등 실질적인 소비자 구제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대책 #현오석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디비판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