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글와글놀이터.
하승창
- 우리의 경우는 놀이터가 없어져 갈 위험이 높다는 건데, 변화를 위한 시도들이 있는가?"최근 서울시 도봉구에 '숲속애'라는 마을 생태놀이터가 만들어졌다. 도봉산 자락에 방치된 어느 종친회 땅이 있었는데, 여기를 도봉마을 사람들이 임대하여 가꾸기 시작했다. 이 놀이공간에 별다른 시설은 없다. 숲속에 텃밭과 흙바닥이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없지만 사실 아이들은 흙만 있어도 논다. 스스로 자연과 노는 방법들을 체득하게 된다.
또 놀이이모라는 모임이 서대문에 있는데, 초등 저학년 엄마들의 모임이다.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고, 또 놀이터에는 범죄가 있다고 불안하다 보니, 엄마가 하루를 놀이이모가 돼서 책임지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와글와글 놀이터 모임의 경우는 노원에 있는데, 엄마들이 모여서 중계근린공원같은 곳에서, 줄넘기, 제기, 오재미 등 놀이도구들을 가지고 가서 좌판을 깐다. 그러면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놀이가 시작된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놀이문화를 전달하는 것이다."
- 서울시나 구청 등 자치단체들은 이런데 관심이 없나?"과거 서울시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이상상공원 등 재미있는 시설을 만들어놓는데, 문제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한 두 번 해보고 나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입장이 아니라 어른들 입장에서 놀이터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시설보다는 놀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고, 놀이터를 사회적으로 잘 지켜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놀이터를 자연에 가깝게 설계하고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놀이터공간에 30% 정도는 아무 것도 기획하지 않는 곳도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바뀌기 때문에 그런 변화에 맞춰 공간기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당부분 어르신들이 차지하고 있고, 아이들이 쫓겨나기도 한다. 아예 놀이시설 대신 체육시설이 들어오기도 한다. 밤이면 무서운 형아들이 오기도 하고 하니까 아이들은 점점 안 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선가 끊어야 한다. 지금까지 서울시나 구청이 해왔던 시설바꾸기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축구장과 게임장 중 축구장 선택한 아이들- 그린트러스트가 실제 놀이터를 변화시킬 계획 같은 것은 있나?"3가지 정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마을주민이 관심을 갖게 하거나 교육을 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에 주민 스스로 이런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것 등을 기획하고 있다. 두번째는 좋은 모델을 위한 사이트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세번째는 놀이의 콘텐츠다. 스마트폰보다 재밌어야 하니까. 한 연구자가 아이들이 어떤 놀이를 좋아할지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한 방 안에 축구장과 게임방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게 해보니 열에 아홉은 축구장을 가더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게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친구와 놀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 관련한 자치단체들의 정책에서 어떤 점들이 고려되어야 하나?"사실 지금 자치단체에서는 수습하기 바쁘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폐쇄를 해야 하니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지 못하다. 관리 중심으로 보지 말고 이용자 중심 관점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안산의 경험에 의하면 할머니들이 노인정 앞에 꽃밭을 만드니 아이들이 놀러 오는 사례처럼 노인과 아이들이 결합할 수 있도록, 시니어 일자리 사업으로 놀이터를 지키는 할아버지 같은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 같은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관리예산도 거의 없기 때문에 관리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놀이터에 대한 주민들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도록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 조례도 하나 개정해야 한다. 국토부가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놀이터 설치를 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별 생각없이 상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그냥 받아버려서 꼭 들어가야 할 근린시설 지침에 놀이터를 제외하고 있다. 다시 놀이터에 대한 규정이 들어가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공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 않나?."대규모 공원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규모 공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울에 있는 2700개 공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같은 경우에 지정관리자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공원시설도 민간이 책임지고 관리하게 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생활권 공간은 시민들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 것이 도시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우리 사는 삶의 일상과 도시의 공공성이 연결되어 새로운 도시로 나아가지 않을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마을입구에 재해를 막기 위해 숲을 만들었는데 이를 마을숲이라고 한다. 봄에는 풍년을 기원하고, 여름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가을에는 마을축제를 열어 마을의 공유공간으로 활용하였다. 이런 마을숲과 오늘날 도시공원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공유되고 있지는 않다. 주민들은 당연히 공무원들이 관리하고 우리는 서비스만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변해야 한다. 우리 동네의 숲과 공원은 공유자산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