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연근과자, 요거 별미네

내가 남긴 쓰레기를 보며 깨달은 아주 소소한 환경운동의 시작

등록 2014.03.17 13:36수정 2014.03.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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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틀 동안 먹은 쓰레기들. ⓒ 박연정


위의 사진은 내가 이틀 동안 음식을 먹고 남은 포장지와 쓰레기를 찍은 것이다. 자취를 하는 난 주로 사먹는다. 어떤 때는 치우기가 귀찮아서 쓰레기를 탁자 한쪽에 치워놓고 새로 사온 음식을 먹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틀 동안 음식을 사다 먹고 그대로 내팽개쳐진 쓰레기를 보았는데, 나 한 사람에게서 너무나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최대한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결심을 했다. 첫째로, 종이컵을 쓰는 대신 개인 컵 들고 다니기. 둘째로, 휴지를 쓰지 말고 손수건을 쓸 것. 마지막으로 가게에서 비닐봉지를 받아오는 대신 직접 천가방을 들고 다니기. 이 세 가지는 꼭 지키기로 했다. 이런 작은 환경운동을 2주일간 실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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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위해 직접 들고 다니는 개인 컵, 손수건, 천가방. ⓒ 박연정


처음엔 무척이나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앞에서 제시한 규칙이 전혀 힘들지 않은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관이란 게 참 무서웠다. 항상 개인 컵과 손수건, 천가방을 들고 다녔는데도 그 사실을 깜빡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에는, 집밖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 손을 씻고 무의식적으로 휴지를 빼서 쓰고 편의점에서 물품을 사고 나서 자연스럽게 비닐봉지에 담아 오곤 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자, 더 깨어 있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됐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는 대신 개인 젓가락을 쓰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는 운동(?)도 함께 했다. 아주 사소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을 최대한 하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일회용 물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실 땐 굳이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까지 난 계속 테이크 아웃용 컵을 사용해 왔다.

김밥을 포장해 갈 때엔, 가게 주인이 김밥과 함께 나무젓가락을 당연히 넣어줬고, 편의점에서 물 한통을 사갈 때도 아무런 말 없이 당연하다는 듯 비닐봉지에 담아줬다. 그럴 땐 항상 '괜찮다'는 말과 함께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다시 건네곤 했다. 한 번은 가게에서 여러 물건을 산 뒤 아무 생각 없이 건네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고 있었는데, 아차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물건을 다 빼내고 평소 가지고 다니는 천가방에 다시 담은 적도 있다.

그래도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는 어느 정도 습관화되고 있는 것 같다. 손을 씻을 때도 바로 손수건을 꺼내서 닦고, 가게 주인이 비닐봉지와 나무젓가락을 먼저 건네기 전에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또 하루에 커피를 2잔 정도 마시는데, 모두 개인용 컵을 사용한다.


최근엔 연근 과자를 만들어 보았다. 평소에 과자를 많이 사먹는 편인데, 환경에 좋지 않은 봉지를 남기게 돼서 직접 과자를 만들어 먹고 싶었다. 생각보다 맛이 상당히 좋아서 앞으로 과자도 직접 해먹어 볼 생각이다. 이렇게 생활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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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연근 과자. ⓒ 박연정


사실 예전에는 환경운동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내 일로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용 컵과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가 많다는 걸 깨닫고 그것을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데서도 내가 환경을 많이 훼손 시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예를 들면, 집에 있는 머리카락이나 먼지를 치울 때도 휴지를 쓰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부터는 걸레나 수건을 사용한다.

이렇게 2주가 흘러갈 때쯤, 친구와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 기회가 있었다. 그 와중에 내가 개인 컵과 손수건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친구가 알게 됐는데, 좋은 생각이라며 본인도 앞으로 손수건을 사용해 보겠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면서 희열까지 느꼈다. 아주 작은 환경운동이지만, 이것이 나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사람에게도 전달된다는 사실에 환경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일을 하면 거기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라는 믿음이 강해졌다.

누구나 일상에서 아주 소소한 환경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시작한 이 운동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 한 사람이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뿌듯함을 함께 느껴보지 않겠는가.
#환경운동 #음식물 #쓰레기 #개인용 컵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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