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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잃어버린 아시아, 반성하며 춤을 춘다"

[인터뷰]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불쌍', 파리 부다 바서 모티브 얻어"

14.03.20 08:44최종업데이트14.03.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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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무용계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서울무용제 대상과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최고안무가상, 한국문예진흥원 올해의 예술상 등 무용계에서 걸출한 상을 휩쓴 바 있는 장본인이다. 다른 장르와의 크로스오버에도 일가견이 있는지라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 초연 안무 지도를 맡았을 때에는 그 후 이 작품의 안무 지휘를 맡았던 그 어떤 안무가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그가 작년 8월 국립현대무용단을 이끌 예술감독으로 부임했다. 무용단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큰 그림, 올해 시즌 레퍼토리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 3월 21일과 22일에 공연하는 <불쌍>은 어떤 작품인지에 대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2010년 이후 4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오는 <불쌍>은 작년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초청 공연을 가졌다.
"2015년에는 <불쌍>이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에 초청된다. 아시아적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인도네시아 공연 당시 설치 미술이나 무대 미술이 좋다는 평을 받았다. 아시아가 근대화 과정에서 겪는 정체성의 변화를 <불쌍>이 다루고 있어서 현지 관객에게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었다. DJ 소울스케이프의 음악 덕에 무용이 굉장히 신나고 비트가 있다. 각 장마다 음악적인 컬러도 다르다. <불쌍>은 무용수와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 아시아가 근대화 혹은 현대화되면서 지켜오던 전통이 어떻게 탈색되는지 묘사하는 내용이라던데.
"전통을 잃는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크다. 파리에 부다 바(Buddha Bar)가 생겼다. 부다 바 안에 많은 불상을 놓고 새로운 음악을 접목했다. <불쌍>은 부다 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서구인의 시각 안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거다. 하지만 우리가 볼 때에는 우리의 시선과 해석으로 새로운 걸 만들지 못한 반성적인 뜻이 담겨 있다."

- 그렇다면 우리 춤 중에서 계승되어 발전시키지 못해 아쉽다고 느낀 춤이 있다면.
"고요하고 절제된 궁중 무용 같은 우리의 고유한 춤이 보다 기호화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연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불쌍>에는 다양한 아시아의 무용이 등장한다. 출연하는 무용수가 각국 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연마해야 하는가. 아니면 출연하는 분량만큼의 기술만 연마하면 되는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초연에는 무용수가 선택한 아시아의 고전 춤을 그대로 배웠다. 이제는 그렇게 습득된 춤을 가지고 시대적인 감각으로 변용하게 되었다. 무용수 자신의 춤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중학생 때 맡았던 안무가 계기...춤은 운명이다"

▲ 안애순 "중학생 때 안무를 했던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안무한 게 중학교 교지에도 올라갈 정도였다. 금란여고 무용 쪽 특활반의 활약이 예술중학생보다 훌륭했다. 그때 경험이 '내가 하고 싶은 게 어쩌면 무용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 국립현대무용단


-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즌 주제는 '역사와 기억'이다.
"이 시대를 진단하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가 하는, 시대를 읽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대를 어느 한 부분만 끊어서 볼 수는 없다. 이 시대가 오기까지의 모든 역사들을 제대로 읽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시대에는 무엇을 내놓아야 하고, 어떤 배경 아래에서 문화가 나왔다는 걸 이야기할 필요성이 있어서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역사와 기억'을 주제로 삼았다."

- 춤은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춤에 재능이 있다는 걸 언제 처음 알게 되었나.
"타고난 거 같다.(웃음) 추면 출수록 춤은 운명이다. 초등학생 때 무용이 아닌 발레를 처음 배웠다. 하지만 춤이 제 인생의 전부가 될 거라고는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학생 때 이화여대 병설인 금란여중에 들어갔다. 금란여중에서는 늘 음악을 들어야 했고, 무용을 해야 했고. 시 낭송을 해야 했다.

몇 백 명의 전교생이 무용을 전공하건 하지 않건 간에, 10명씩 그룹을 지어서 무용을 해야 했다. 그때 안무를 맡았다. 당시 그룹 멤버 가운데 한 명이 베를린에 있는 작곡가 진은숙씨다. 중학생 때 안무를 했던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안무한 게 중학교 교지에도 올라갈 정도였다. 금란여고 무용 쪽 특활반의 활약이 예술중학생보다 훌륭했다. 그때 경험이 '내가 하고 싶은 게 어쩌면 무용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 안애순 "올해만 해도 50군데 넘는 다양한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은 애쓸 것이다. 이들 네트워크와 제작 시스템이 구축될 때 안정적으로 공연을 만들 수 있고 레퍼토리로 투어를 다닐 수 있을 것이다. 헌대무용이라는 작품적인 발전과 함께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을 때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도모할 수 있다." ⓒ 국립현대무용단


- 발레나 오페라도 그렇지만 현대무용은 대중에게 어렵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요즘 대중은 예전과는 달리 수준이 높아졌다. 관객이 뮤지컬을 좋아하거나 연극을 좋아하는 것처럼 취향의 차이라고 본다. 무용가들은 예술적 행위로 춤을 추지만 시대상이 반영되고, 정치나 역사적인 배경이 춤 안에 배경이 되어 예술적 행위로 관객과 다가서기를 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친숙하다. 관습적으로 보던 춤이 아닌 것에 대한 호기심을 찾는 관객이 있다면 현대무용과 친숙한 대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작년 8월에 취임해서 예술감독이 된 지 8개월이 되었다. 남은 임기 동안 고정적인 레퍼토리 구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가장 하고 싶은 건 제작 시스템 구축이다. 한 명의 안무가에 의해 무용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무용은 종합예술이다. 다른 장르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나머지는 네트워크다. 많은 관객이 현대무용을 보지 못했다. 보지 않아서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선입견에 빠지기가 쉽다.

올해만 해도 50군데 넘는 다양한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은 애쓸 것이다. 이들 네트워크와 제작 시스템이 구축될 때 안정적으로 공연을 만들 수 있고 레퍼토리로 투어를 다닐 수 있을 것이다. 헌대무용이라는 작품적인 발전과 함께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을 때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도모할 수 있다."

안애순 불쌍 국립현대무용단 부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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