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직원들, 국민보험료로 '암 특약' 민간보험 가입했다

수십억 들여 외부 단체보험 가입...건보 "직원 복리후생 차원"

등록 2014.03.25 22:14수정 2014.03.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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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 아래 건보공단)이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이유로 암·뇌졸중 보장 특약이 포함된 민간 의료보험에 단체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정 대부분을 국민이 낸 보험료에서 충당하는 건보공단은 중증질환을 보장하는 민간보험에 단체 가입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사용했다.

임직원 단체보험은 노사 단체협약에서 합의한 사안으로 회사가 전직원에게 제공하는 '비급여 복리후생'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사보험에 맞서 사회보장제도의 한 축인 공보험을 유지·확대해야 하는 건보공단이 도리어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민간보험의 힘에 기댔다고 비판한다. 그동안 지적돼온 국민건강보험 보장률 문제를 건보공단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보공단은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0년에 설립된 준정부기관으로, 건강보험·노인장기보험·4대 사회보험 징수 업무 등을 맡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액의 진료비가 필요한 상황을 대비해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보험서비스다.

2012년 임직원 단체보험료, 전년 대비 2배 증가

a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2년 임직원 단체 의료보험 가입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공고한 내용.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2년 임직원 단체 의료보험 가입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공고한 내용. ⓒ 국민건강보험공단


a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의 연도별 단체보험 가입비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의 연도별 단체보험 가입비용. ⓒ 국민건강보험공단


25일 건보공단 홈페이지의 '공고/입찰' 게시판을 보면, 이들은 단체 실손형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외부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찰 공고문을 2012년 2월 22일 게시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재해·질병사망과 더불어 암과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질환을 보장내역에 새롭게 포함했다. 최초로 암 진단을 받았을 때나 급성심근경색·뇌졸중에 걸렸을 경우 1인당 1000만 원까지 보장하는 내용이다.

중증질환은 국민건강보험도 보장한다. 건보공단은 2009~2011년에도 민간보험에 단체 가입했지만 중증질환은 보장내역에 넣지 않았다. 이들이 암·뇌졸중 등을 보장 특약으로 포함한 2012년 민간 보험회사에 낸 보험료는 총 11억9346만 원이다. 전년(5억3489만 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건보공단은 2013년과 올해에도 중증질환을 보장 특약에 포함시켰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보장한도를 1인당 2배씩 늘려 보험료 예산액을 26억3182억 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도 보험료 예산을 전년 대비 약 7억 가까이 증액해 재해후유장해 등을 새롭게 보장내역에 추가했다.

건강보험 보장률 62.5%인데... "임직원 단체보험 보장률은 90% 넘어"


이러한 사실을 접한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건보공단 직원들이 민간 의료보험에 단체로 가입한 자체가 '국가 건강보험으로는 의료비 보장이 제대로 안 된다'는 외부의 불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건보공단이 보험료 예산을 늘리면서까지 민간 단체보험 보장내역을 확대한 것은 현재 건강보험으로는 의료비 보장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낮은 보장률 문제 등을 해결해 건강보험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건보공단이 도리어 민간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김 팀장은 "이들이 가입한 중증질환 실손형 의료보험 보장률은 90%를 넘는 수준으로, 일반 국민들의 건강보험 보장률보다 훨씬 높다"면서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취약한 보장성 문제로 곤혹을 치를 동안, 본인들은 민간보험의 힘에 기대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2012년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인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로 최근 7년(2006~201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은 같은해 기준 77.8%다.

김 팀장은 "공보험을 운영하는 핵심 기관의 직원들이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가지고 민간보험에 단체 가입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가뜩이나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시끄러운데, 그럴 돈으로 건강보험 보장률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1인당 보험료·보장수준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낮아"

a  2012년 공공기관 임직원 단체보험 가입 현황

2012년 공공기관 임직원 단체보험 가입 현황 ⓒ 국민건강보험공단


건보공단은 질병으로부터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복리후생 차원에서 단체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쪽은 "보험가입금액에 비해 보장받는 부분이 많지 않아 암·급성심근경색·뇌졸중에 대한 보장을 추가했다"면서 "1인당 보험료 및 보장수준은 다른 공공기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단체보험료가 급증한 것과 관련해서는 "남성 직원의 비중이 높은데다가 남성의 평균연령이 높아 보험 가입 금액 증가 추이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보공단 내부에서도 민간 의료보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건보공단 관계자는 "당초 민간 단체보험에 가입할 때부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공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관에서 민간 보험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체가 난센스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직원들이 질병에 걸렸을 때 비용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중증질환 보장 특약을 포함시키게 됐다"며 "건강보험으로는 거액의 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현실을 건보공단 직원들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이 민간 단체보험을 공적영역으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내가꿈꾸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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